'섬김으로 하나 되고 하나 되어 섬기자'

'섬김으로 하나 되고 하나 되어 섬기자'

[ 현장칼럼 ]

김철훈 목사
2024년 03월 15일(금) 16:41
2007년 12월 선박의 파손으로 여의도 광장의 30배가 넘는 정제 되지 않은 원유들이 서해안들 뒤덮었다. 그 누구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 대한민국 청정바다에서 일어났고 원유들은 뒤집어쓴 갈매기 떼들의 죽음의 행렬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충격은 그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인간의 욕심과 과욕이 만들어낸 탐욕으로 인하여 원유에서 품어져 나오는 느끼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한반도 전체를 뒤덮을 듯 자연을 마구잡이로 개발하고 착취해 온 인간들을 향해 분노를 폭발해 냈다. 대한민국 교회들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서양 열강들의 개방 압력에 신문물을 받아들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대륙 진출을 명분 삼아 신식무기로 무장한 20만 명의 일본 군사들을 1592년 4월 14일 출항시켜 조선을 침공한 인간의 야욕으로 가득한 욕망의 그림자들이 우리 땅을 뒤덮은 때를 기억한다. 일본의 욕망의 그림자는 1905년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강제로 국권을 빼앗아 가는 을사늑약을 강행함으로 인해 1919년 조선의 교회들이 한 마음 한 몸으로 이 거대한 욕망의 태풍에 당당하게 맞서는 자주적인 섬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국교회의 이러한 섬김과 순종의 모습은 6.25 한국전쟁 속에서도 순교의 자리로 불려 나가는 극한의 순간에도 주저함 없이 구원의 방주 역할을 감당하였다. 한국교회 부흥의 거룩한 주춧돌은 아직도 그 숫자가 파악이 되지 않은 순교자의 숫자에서 섬김의 거룩함이 발견된다. 이 모든 연단의 과정은 태안유류피해극복을 위해 애굽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그 첫발을 내디딘 히브리인들 처럼 1만 교회 83만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거룩한 섬김의 이동이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태안의 기적을 이루어 냈다. 볼을 애는 듯한 1. 2월 엄동설한에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 손에 들린 기름 제거 씨트로 돌 하나라도 기름때를 남김없이 씻어내는 178일간의 사랑의 수고가 있었다. 이 사랑의 수고는 오늘도 우크라이나의 난민캠프속에서 튀르키예의 무너진 교회에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태국 국경에서 조국 미얀만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정글 캠프촌에서 그리고 노토반도 지진 현장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

새해 첫날 우리에게 들려온 일본 이시카현 노토반도에서 들여온 7.6지진 재난의 소식은 그동안 원전 수 방류로 인해 일본에 대하여 불편해졌던 국민적 정서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선뜻 섬김과 강도 만난 이웃에게로 다가가도록 분위기가 반전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특히 과거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죄를 거부하는 일본 정부의 변하지 않는 태도 앞에선 2011년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때 보여준 이웃을 향한 마음을 읽을 수 가 없었다. 더욱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교회들을 호소와 성도들의 가정을 휩쓸고 간 슬픈 죽음의 소식들을 접할 때면 먼저 가서 이들을 위로하고 섬겨야 한다는 당위성 앞에서도 주춤하고 있는 한국교회와 사회적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냉랭할까 한다. 이런 가운데 시작한 노토반도 긴급지원을 위한 물류 후원 사업에 몇몇 기업들이 선한 마음을 열고 물류창고를 열어 주었다. 이 지면을 통해 본죽 회장님과 동참해 주신 기업에 다시 한번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독도를 향해 동해로 열려 있는 노토반도는 우리 민족과는 많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번 2월7일 지진 피해 복구 현장 방문을 통해 알게 되었다. 노토반도는 1945년 해방 이후 조총련과 민단으로 나누어져 있던 재일 동포들 가운데 북쪽으로 조국을 찾아 떠나간 10만 명의 제일동포들과 일본인 가족 7천여 명이 함께 출발한 항구 중 하나이다. 지금도 북한의 쓰레기들이 해류를 타고 노토반도로 많이 들어와 폐기물 처리로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또 한 이곳은 가끔 북한 어민들이 표류하여 떠내려오는 곳이기도 하고 북쪽으로 간 가족들과 친척들의 안부를 묻고 제사를 드리기 위해 방문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현재 일본에는 북한 탈주민 500여 명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살고 있다고 한다. 재일 동포 목사님들께서는 조국이 통일되면 이곳 노토반도에서 출발한 많은 제일동포 일본인 가족들이 이곳으로 돌아오는 날을 기대하며 기도한다는 말씀도 잊지 않고 해주었다.

노토반도는 잘 알려져 있듯이 에도막부 시대에 시작하여 250년간 지속된 대대적인 종교 말살정책 당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지하나 산으로 들어가 은둔 생활을 하며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마치 초대교회 카타콤 공동체가 있었던 것처럼 일본 카타콤 공동체로 남아 있던 신앙인들의 유적과 자손들이 남아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오랫동안 목회를 해온 목사님들도 십수 년이 지나서야 신앙의 정체를 드러내는 분들을 만날 때가 많았다고 한다. 이분들은 이야기하기를 '사꾸라는 늦게 핀다. 우리들의 신앙도 꽃 피울 때가 곧 올 것을 기대하며 지금의 자리를 지켜 나간다.'고 한다. 이런 신앙의 이웃들이 지금 지진으로 인하여 고통을 당하고 있고 강도만난 자의 자리에 누워 있다. 우리가 선한사마리아인의 되어 이들의 옆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상처 난 곳을 싸매주고 약을 발라주고 주막으로 데리고 가 다 완치될 때까지 치료를 부탁해 주고 다시 돌아와 이들이 완쾌될 때까지 사용된 비용을 지불하는 약속과 신뢰를 지켜야 한다. 이것이 한국교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우리 한국교회는 하나 되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익히 듣고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식상해 하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성명서나 단체들의 강령으로 한국교회가 하나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머리로 하나 되는 것을 향해 덧없이 표류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가슴으로 하나 되어 순항하는 한국교회가 되어야 한다. 섬김에는 조건이 없다. 섬김으로 하나 되는 일을 성공해본 신앙의 DNA를 소환해야 한다. 그 길만이 한국교회가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 교회에 남겨 둔 과제인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해결하고 무너진 북녘땅의 교회들을 재건 하는 통일된 민족을 하나 되어 만들어가는 사명에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김철훈 목사 /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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