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이 아닌 '사잇꾼'

'사기꾼'이 아닌 '사잇꾼'

[ 기자수첩 ]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24년 03월 12일(화) 09:37
남북 관계가 계속해서 경색국면을 맞고 분단의 시기가 장기화되며 점차 잊혀져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북한 동포들이다.

지난 수 년간 탈북 과정의 현상을 취재하고 탈북민들을 만나며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실상을 다각도로 파악하게 됐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범주에 속하며 끔찍하게도 자유까지 없는 유일한 곳이다. 내 생각을 말할 수 없고, 정보는 차단되고, 누군가에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고, 말실수라도 하면 죽을 위험에 처한다.

자유가 그리워, 먹을 것이 없어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넘어가 다시 베트남으로, 또다시 라오스로 건너가는 이들의 여정을 접하면 긍휼의 마음이 싹틀 수밖에 없다.

2014년 탈북해 한국으로 들어온 한 탈북민을 최근 만났다. 북한에서 숨은 몇몇 그리스도인들과 나눈 간증을 털어놓았다.

"찬송을 부르기에 앞서 모두들 약속을 하지요. 들킬 염려가 있으니 최대한 작게 부르자구요. 그런데 1절이 지나 2절에 들어가면 어느새 목소리는 커집니다. 마음이 뜨거워서요."

신앙생활을 하다 들키면 죽는다는 위압감 속에서도 그들은 어떡해서든 찬양하고 성경을 읽는다. 영혼의 고단한 외침이 주님께로 향하고 있다.

북한 동포를 위해 한국 교회는 끊임 없이 기도해야 한다. 그들의 자유를 위해, 그리고 억압된 영혼의 구원을 위해 말이다. 깊은 수렁 속에서 신음하는 북한의 자유는 오직 주님, 오직 복음만이 가능하다.

예수 그리스도는 평화의 중재자로 이 땅에 오셨다. 그분이 찔리고 상함으로 인해 우리는 화평을 누리고 나음을 입었다. 한국 교회는 막힌 담을 허무는 화해의 직분을 감당해야 한다.

한국의 교회와 성도는 신체로 따지면 '목'이 되어야 한다. 머리와 가슴을 잇는 목, 손과 팔을 잇는 손목, 발과 다리를 잇는 발목. 그 '목'은 양쪽을 막히지 않고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

이어령 전 장관은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어느 조직이든 양쪽 사이를 좋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조직은 망하지 않는다. 그런 '사잇꾼'이 되어야 한다. 큰 소리 치고 이간질 하는 '사기꾼'이 아니라 여기저기 오가며 함께 뛰는 '사잇꾼'이 되어야 한다"

한국 교회의 목회자와 성도에게 이 말이 적용되어야 한다. 남북 문제만큼은 갈라치기 하지 말고 긍휼의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신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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