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 논설위원칼럼 ]

문정은 목사
2024년 04월 29일(월) 13:18
35년 전 연세대학교에서 모인 세계개혁교회연맹(현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 WCRC)은 예수님의 제자들을 향한 질문,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마태 16.13~20)"를 총회 주제로 삼고, 세계 곳곳에서 모인 500여 명의 총회 참석자들과 함께 각 교회가 처한 사회, 정치, 문화적 상황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고백하는지 함께 성찰하는 총회를 진행했다.

가난, 빈부격차, 부채탕감, 갈등 극복과 평화 회복, 인권 등 세계 교회들이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재해석되는 성서 말씀의 나눔과 교회의 책임과 대응에 대한 제언들로 다채로운 총회 일정이었다. 필자는 청년 스튜어드로 이 총회에 참석했는데, 복음서의 말씀 한 줄 질문을 묵상하며 '이렇게 다양한 증언과 고백이 나올 수 있는가'라고 놀라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은 한 주간을 보냈다. 그 시간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라는 물음을 갖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했던 내 스무 살 뜨거웠던 여름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필자를 붙잡고, 계속 질문하게 한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Who do you say that I am?)"

동티모르개혁교회 목회자 계속 교육프로그램에 참석했을때다. 교회의 섬김과 나눔을 주제로 토론을 하는 중에, 참석자 중 한 분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복음서에 기록된 오병이어의 기적 이야기에서 '그 어린아이가 가져온 빵과 물고기 두 마리 도시락을 어떻게 해석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한 목회자는 이어서 "그 아이는 참 부잣집 아이인 듯하다. 도시락으로 생선을 싸 갈 정도이니까. 여기 동티모르에서 생선은 아주 비싸고, 특별한 식사를 의미한다. 그런데 도시락으로 생선을 가지고 올 정도로 부잣집 아이니까 선뜻 자기 도시락을 내준 거다. 우리는 도시락으로 싸갈 생선, 남은 음식도 없다."

필자는 이때 누군가 내 머리를 꽝 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무지와 무례함에 부끄러웠다. 목회자계속프로그램 진행자로 여기 왔는데, 이곳의 상황, 동티모르 목회자들의 목회 현장에 너무 무지했고, 내 자신이 오만했구나 하는 깨달음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성서를 읽는 나의 시각이 '너무 부유한 자의 입장에 있었구나, 내 마음이 가난하지를 못하구나, 마음이 가난해야 한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구나'라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모세(출3:5)와 여호수아(수5:15)를 '현장'으로 불러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고 명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자기 비움과 완전한 겸손의 모습으로 '현장'으로 다가올 때, 우리는 참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다.

아시아기독교협의회에서 1970년대 도시산업선교와 국제관계 실무자로 역임한 오재식 박사는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날들에 대한 회고를 해보면 나에게 가장 감격을 주는 것은 현장이었다. 현장, 사람 만나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현장을 위해서 시간표를 다시 짜는 것, 그 모든 것이 현장을 통해 이루어졌다." 다시 표현해 보자면 현장에 대한 고백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또 "신학박사 학위 열 개를 가져도 의를 위해서 핍박을 받지 않고선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정말 복음을 나한테 가르쳐준 사람은 신학 교수가 아니고 노동자들이야.", "예수가 누구냐는 느낌, 나는 이것을 천대받는 노동자들에게서 수도 없이 느꼈어. 예수라는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노동자들이 목사인 나보다 더 예수처럼 생각하고 예수처럼 행동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어." 이는 노동자의 벗이신 조지송 목사의 고백이다.

함께 만나 어울리고, 인간관계를 통한 현장의 감동, 그리고 함께하는 삶 속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진정한 신앙고백이 나올 수 있다. 아시아기독교협의회 작은 자료보관실에서 먼지로 얼룩지고, 빛바랜 1970~1980년대 활동자료집과 보고서 속에서 'Jaesik Oh(오재식)', 'Jisong Cho(조지송)', 이 빛나는 이름들을 발견하면, 반갑고 존경스럽기에 그지없다.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현장'으로 달려가, 치열하게 그리스도를 찾고, 고백하는 삶을 사신 선배들은 오늘의 나에게 묻는다. "너에게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오늘 우리는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교회의 목회 선교 현장은 어디인가?"라는 주님의 질문에 어떻게 답하고 있는가? 우리 교회, 우리(만의) 교회 공동체라는 안전지대(safe zone)를 벗어나 우리의 지경을 더욱 확장해야 한다. 그곳에 우리의 그리스도가 있기에.

문정은 목사 / 아시아기독교협의회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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