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시대, 농어촌교회의 목회방향은?

지방소멸 시대, 농어촌교회의 목회방향은?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4월 29일(월) 09:18
2023년 2월 기준, 전국 시·군·구 지방 소멸위험 현황. 빨간색은 '소멸고위험지역', 주황색은 '소멸위험지역', 노랑색은 '소멸주의지역', 연두색은 '정상지역'을 의미한다. (자료출처=한국고용정보원 '지역산업과 고용')
2023년 농가 수는 99만 9000가구로 집계 이래 최초로 100만 이하를 기록했다. 65세 이상 고령 비율도 52.6%로 농업인 2명 중 1명은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출처=통계청 '2023년 농림어업 조사 결과')
지방소멸로 농어촌교회들이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는 오늘날, 전문가들은 농어촌교회가 지역사회와 협력하며 지역의 회복을 위한 사회적 역할을 감당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18일 발표한 '202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 수는 99만 9000가구로 조사가 시작된 1949년 이래 처음으로 100만 이하를 기록했다. 더불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역시 52.6%를 기록하며, 농업인 2명 중 1명은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고령 인구 비율(약 19%)의 3배 가까이 많은 수준으로, 농업의 비중이 높은 농어촌 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농어촌 고령화의 실태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저출산, 이농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소멸위험지역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118곳으로 2018년(88곳)보다 30곳 늘어났다. '소멸고위험지역'도 2018년 12곳에서 2023년 51곳으로 5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

지방소멸의 위기는 농어촌교회의 존립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108회 총회 기준, 교단 소속 9476개 교회 중 농어촌교회는 3095개로 전체의 약 33%를 차지한다. 농어촌교회의 목회자들은 지방소멸의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며, 향후 지역과 교회의 전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전라남도 보성군 조성면에서 20여년 목회를 이어온 오영복 목사(조성교회)는 "20년 사이 정말 인구가 급감했다. 학교들은 통폐합을 해도 학생이 부족해 최근에는 타개책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하나로 합치는 방향으로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오 목사는 "처음 부임했을 때 교회에는 다양한 연령대로 350여 명 정도의 성도가 있었다. 지금은 160여 명의 성도가 있는데 80대 이상 어르신들이 100명, 60대 이하가 40명 정도 된다"며 "곧 은퇴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지역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많이 진행돼 후임 목사가 어떤 방향으로 목회를 이어가야 할지 걱정이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라북도 김제시 만경읍에서 목회하고 있는 오진양 목사(만경중앙교회)는 "이곳에서 지역소멸은 진행 중인 현상이 아니다. 이미 현실이 됐다"며 "2014년 처음 부임 당시 교회가 위치한 마을에 4~50세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20세대도 되지 않는다. 이곳은 읍인데도 낮에 나가면 사람이 잘 안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 목사는 "고령화도 심화되어 70대가 식사 준비를 하기도 하고, 식사를 준비할 사람이 없어 점심 식사를 못하는 교회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한국선교신학회가 지난 4월 20일 대전제일교회에서 '지방소멸시대의 지역 교회와 농어촌교회의 선교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2024년 제 2차 정기학술대회.
지방소멸이 현실화 되고 있는 오늘날, 농어촌교회의 목회방향은 무엇일까. 한국선교신학회(회장:박보경)가 지난 4월 20일 대전제일교회(김철민 목사 시무)에서 '지방소멸시대의 지역 교회와 농어촌교회의 선교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정기학술대회에서 강성열 교수(호남신대)는 교회와 지역사회의 상생과 협력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마을이 살아야 교회가 산다. 농어촌교회와 농어촌 마을은 운명 공동체"라며 "지방소멸은 근본적으로 지역의 불균형 발전과 농어촌 가정의 빈곤, 열악한 문화적 혜택, 질적이고 양적인 교육 수준의 저하 등 복합적이고 다양한 원인에 의한 것이다. 한국교회와 농어촌교회는 정부나 지자체와 협력하는 분위기 속에서 지역의 소생과 회복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교수는 "농어촌교회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외적인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며 농어촌교회의 선교 전략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마을 목회 △이주민 수용 목회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다층적 기반 마련 등을 제시했다.

강 교수의 주장처럼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협력을 꾀하는 목회를 실천하는 교회들이 있다. 경상북도 포항시 기북면에 소재한 포항노회 성법교회(이승웅 목사 시무)는 포항시와 협력해 귀농귀촌 희망자들의 적응과 정착을 돕고 있다. 성법교회는 지난 2022년 포항시와 협력해 교회 인근 부지에 '포항시 1호 귀농인의 집'을 설립했다. 귀농인의 집은 귀농·귀촌 희망자에게 1년간 임시 거주지를 지원해, 귀농·귀촌생활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성공적인 정착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위해 성법교회 측에서는 6000여만 원을, 포항시에서는 4000여만 원을 투입했다.

대구 달성군 현풍읍에 위치한 대구서남노회 대구평화교회(고경수 목사 시무)는 교회 인근 위치한 공단의 이주민 노동자들을 도우며 △선교 △인권 △복지 △문화 네 개 분야의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부터는 이주민의 의료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이주민 관련 단체 및 병원 등과 함께 의료공제회를 설립·협력해오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들의 경우 비싼 진료비와 단속, 언어 등의 문제로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 이주민 단체들과 뜻을 함께하는 병원들이 협약을 맺고 진료하고 있다.

성법교회가 지난 2022년 포항시와 협력해 설립한 '포항시 1호 귀농인의 집'.
대구평화교회는 교회 인근 위치한 공단의 이주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선교 △인권 △복지 △문화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실시한 '이주민과 함께하는 추석 축제'.
한편, 농어촌지역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10여 년간 읍 단위 교회에서 목회를 이어온 A목사는 "지방소멸은 시작됐고,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에서도 수십억, 수백억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다"며 "더불어 농어촌교회 대부분 예산과 인력이 넉넉지 않다.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협력사역들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농어촌교회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A목사는 "이제는 지방소멸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보다는 앞으로 사라질 농어촌교회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또 각 지역 거점별로 어떻게 교회를 존속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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