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정교회 수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성전" 발언 논란

러시아정교회 수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성전" 발언 논란

WCC 및 체코형제복음교회, 세계러시아인민협의회 성명서에 강력 반발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4년 04월 29일(월) 10:15
러시아정교회의 교회 모습. /사진 WCC 홈페이지(Albin Hillert).
최근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가 의장으로 있는 세계러시아인민협의회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성전'으로 묘사해 세계교회가 공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교회협의회(WCC) 제리 필레이 총무는 "WCC는 세계러시아인민회의의 성명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고, 회원 교회인 체코형제복음교회(ECCB)는 WCC와 회원교회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러시아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의 주재로 지난 3월 27일 진행된 세계러시아인민협의회에서는 '러시아 세계의 현재와 미래' 제하의 성명서를 내고 "우크라이나에서의 최근 군사작전은 성전"이라는 내용을 포함해 세계교회가 이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는 것.

세계러시아인민평의회는 러시아의 가장 큰 공개 포럼이며, 법령에 따르면 평의회의 의장은 모스크바 및 러시아정교회 대주교이다.

WCC 제리 필레이 총무는 "최근 칙령으로 인해 발생한 다른 우려들 중에서도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 군사 작전은 성전이라는 진술을 우리가 직접 키릴 총대주교로부터 들은 것과 관련, WCC 정책 및 갈등 속에서도 평화를 이룰 것을 요구하는 성경적 요구와 조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5월 모스크바에서 WCC 사무총장 제리 필레이(Jerry Pillay) 박사와 회담 자리에서 키릴 총대주교는 '성전'에 대해 언급한 최근 발언들은 우크라이나에서의 물리적 무력 충돌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영역과 관련이 있다며 어떤 무력 폭력 전쟁도 '성전'이 될 수 없다는 WCC 사무총장의 의견에 동의한 바 있다고 WCC는 밝혔다.

또한,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WCC는 그해 6월 중앙위원회와 9월 11차 총회에서 "전쟁은 하나님의 본성과 인류에 대한 의지와 양립할 수 없으며 우리의 근본적인 기독교 및 에큐메니칼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 중앙위원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법적이고 정당하지 않다"고 명시적으로 비난했으며, 무력 침략과 증오를 정당화하기 위한 종교적 언어와 권위의 어떠한 오용에 대해서도 거부했다.

이 성명서에는 "2014년부터 러시아 남서부의 땅에서 행해진 범죄적인 키예프 정권과 그 배후의 집단적인 서방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민족 해방 투쟁의 새로운 단계", "현대 우크라이나의 모든 영토가 러시아의 배타적인 영향권에 들어가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WCC 제리 필레이 사무총장은 키릴 총대주교에게 편지를 보내 이 칙령이 러시아정교회의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하는지, 세계교회협의회 회원 교회가 어떻게 그러한 입장을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총대주교 본인으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청한 상태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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