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은 죽음 피하지 않고 걸어가신 분이죠"

"그 분은 죽음 피하지 않고 걸어가신 분이죠"

문용동 전도사 동생 문준희 감사과 지인들의 당시 회고담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0년 06월 03일(수) 07:57
사진은 왼쪽부터 김병학 장로(광주제일교회), 문용동 전도사의 동생 문준희 감사(5.18민주유공자유족회), 김영임 권사(광주서현교회), 임동민 장로(동인교회).
【광주=표현모 기자】 호남신대에서 지난 5월 26일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 및 문용동 전도사 순직 40주년 기념예배'에는 고 문용동 전도사의 동생과 당시 광주제일교회에서 문 전도사와 청년부 활동을 한 지인들도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예배 후 따로 만난 이들은 문 전도사와의 추억을 나누며,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고, 때로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문 전도사님은 키가 180cm였고, 아주 잘생긴 분이었어요. 책도 좋아하시고 기타도 잘 치시고…. 하숙집을 하는 누님 집에 사셨는데 당시 제가 전남대 다니다가 돈이 없어서 집에 못가면 그 자취방을 찾아서 밥 얻어먹고 잠도 자곤 했어요."

임동민 장로(동인교회)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임 장로는 "문 전도사님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삶 자체가 시이고 노래였던 아름다운 분"이라며, "저는 그분의 죽음을 미완성이 아닌 완성으로 본다. 스스로 죽음의 자리를 피하지 않고 걸어가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도사의 성(姓)인 '문'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뒤집어 "'곰'전도사님"이라고 부르곤 했다는 김영임 권사(광주서현교회)가 말을 이었다. 김 권사는 "항쟁 당시 전도사님이 어느 날 불쑥 우리집에 찾아와 밥 좀 달라고 하더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가셨다. 얼굴이 너무 안좋아보여 안쓰러운 마음이 생겼었다"며 "집이 도청 근처라 5월 27일 공수부대가 진입한다는 정보를 듣고 총에 맞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었던 기억이 있다. 전도사님은 그날 밤 돌아가셨다"고 회고했다.

김 권사는 "어제 앨범을 보다가 문 전도사님이 내게 편지지에 시를 써서 주신 게 보여서 앨범 첫 면에 붙여놓았다"며 "지금 다시 만나더라도 어제 만났던 사람처럼 '잘 지냈는가'하고 안부를 물어볼 것 같다"고 얘기했다.

동생 문준희 감사는 형인 문 전도사를 온화하고 어떤 사람과도 상관 없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문 감사는 "5월 21일 군입대를 앞둔 저에게 형님이 시계 선물을 사 가지고 전해주려고 하셨는데 교통이 차단되어 고향집에 내려오지 못했다"며 "돌아가셔서 직접 전해받지 못하고 항쟁이 다 끝나고 누님 통해서 시계를 받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임 장로는 "사실 항쟁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의 무전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27일 진압작전이 개시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며 "문 전도사님은 자기가 죽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청에 계셨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생 문 감사는 "사실 형님이 항쟁에서 돌아가신 후 우리 가족은 풍비박산이 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그동안 겪은 어려움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형님이 5월에 돌아가시기 두 달 전 어머님이 돌아가셨어요. 큰 형님은 공직에 계셨는데 항쟁 이후 무언의 압력으로 옷을 벗으셔야 했고요, 아버지도 이후 10년간 괴로워 하시다가 외롭게 돌아가셨어요. 큰 매형이 한국일보 기자였는데 바로 해직됐고, 제 바로 위 누님도 트라우마로 정신병을 앓다가 2년 전 돌아가셨어요."

끝으로 문 감사는 "형님의 순국 후 집안이 매우 어려워졌지만 지금은 형님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다만 아쉬운 것은 40년이나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국가에서도 인정한 민주화운동을 아직도 일부에서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 작은 교통사고가 나도 가해자, 피해자가 밝혀지는 법인데 현재 우리 상황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라며 조속하고 명확한 진실규명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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