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보여준 노숙인 향한 사랑이 한국교회의 등불"

"코로나 때 보여준 노숙인 향한 사랑이 한국교회의 등불"

[ 독자투고 ]

이필숙 목사
2020년 08월 05일(수) 13:33
코로나19로 인해 전 인류는 새로운 삶의 길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최근 6개월은 이 일상의 특별함을 상기하도록 했을지는 몰라도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시간이었다. 많은 이들은 이 코로나19 시대가 IMF 시대보다 더 불안하고 절망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정치, 경제, 문화적인 혼란 속에서 쪽방촌과 노숙인 생활시설을 향하여 온정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이는 없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다닥다닥 붙은 쪽방과 생활시설 작은 공간에서도 자유로이 내일을 희망할 권리가 있었으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코로나19는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인생을 제일 먼저 갉아먹기 시작했다. 쪽방과 쉼터에서 생활하시는 아저씨들의 주머니 사정은 당연히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다. 간간히 있던 일일근로 조차도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 맞서 이들의 고단한 삶을 믿음과 사명감으로 함께 짊어지고 동행하는 이들이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될 때에 마음을 모아 이들을 독려하고, 위로한 전국 시설종사자 30여 명이 그들이다. 부산지역 노숙인쉼터 2개소와 쪽방상담소 2개소 종사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든 업무가 마비되었을 때조차 다닥다닥 붙은 쪽방과 쉼터 및 응급잠자리 시설 등을 오고가며 쪽방촌 아저씨들과 쉼터 이용자들을 위로하고 독려했다. 물론 시설 종사자들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될 경우 해당 시설 전체를 폐쇄해야 했기에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쪽방상담소 직원들은 흩어져 있는 쪽방촌 아저씨들을 일일이 만나 개인위생 및 손소독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이 사소한 행동이 우리 개인의 삶을 유지해 준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노숙인 쉼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들의 하루가 발열체크와 손소독으로 시작되고 마무리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또 교육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에 만전을 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심리적인 불안을 보듬어 주는 것이었다. 쪽방촌에 기거하는 A씨에게는 컵라면 하나와 햇반 하나가 유일한 한끼였다. 좁은 방 구석에서 컵라면과 햇반 하나에 자신의 하루가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을 맞닥뜨리면서 자괴감에 빠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비단 이러한 일상적 자괴감이 비단 A씨 만의 일이겠는가?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내일을 향해 힘을 내는 것이었다. 그들이 지치지 않도록, 낮을 데로 낮아져 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심리적 상태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이 이 종사자들의 몫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온정 역시도 먼 발치로 사라져갔다. 이때에 총회 사회봉사부가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총회 사회봉사부는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었을 때 이 취약계층들의 열악한 현실을 각 교회들에게 널리 알려 후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각 교회들 역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고난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기로 힘써주었다. 총회 사회봉사부는 취약계층들에게 긴급히 요구되는 것을 신속하게 조사하여 이들에게 음식(라면, 쌀)을 지원했다. 총회 사회봉사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들은 생존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누군가는 고작 라면과 컵라면 일 수는 있겠으나 이들에게는 삶의 원동력이다. 쪽방촌 아저씨들과 쉼터 아저씨들의 얼굴에만 웃음이 맴 돈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지지하고 지원해 주던 종사자들의 얼굴에도 행복함이 묻어났다.

자신들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쪽방촌과 쉼터 아저씨들의 일상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쳐갈 때에도 이들은 지치지 않고 정부의 지침을 철저하게 따르는 솔선수범을 보이기도 했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서 직원이 잔소리 하지 않아도 샤워하고 옷가지를 정리하며 개인소독을 실시하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 되었다. 이들은 이 사소한 사회적 규칙을 지키는 것이 이제껏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크나큰 도움과 사랑을 되돌려주는 길임을 깨달은 것이다. 이들은 이제껏 단지 사회적 도움의 수혜자로 살아왔지만,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사회를 살아있게 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우리는 삭막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결코 삭막하지만은 않다. 쪽방촌과 쉼터에 기거하며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과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종사자들의 일상이 이를 증명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아픔을 함께 짊어지는 데에 주저하지 않은 각 예장노숙인복지회와 총회 사회봉사부의 헌신도 잊을 수 없다. 끝으로 필자는 각 교회와 예장노숙인 복지회와 총회사회봉사부가 보여준 헌신과 사랑이 앞으로의 한국교회가 소외된 이들과 더불어 나아갈 길을 밝히 보여주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이필숙 목사/예장노숙인복지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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