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하나 되는 사랑과 포용의 정신 담아

인류가 하나 되는 사랑과 포용의 정신 담아

[ 제19회 기독신춘문예 ] 소설 심사평

김수중 교수
2021년 01월 13일(수) 10:00
코로나로 인해 삶이 닫혀버린 한 해, 그 속에서도 인생의 희망을 이야기로 써낸 작가 후보자들의 노력이 참 아름다웠다. 정지된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믿음의 언어임을 깨닫고 끊임없이 창작 활동에 매진하는 사람들로 인해 한국의 기독문학은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다.

예상한 대로, 코로나 때문에 제약받는 현실을 다룬 작품들이 많았다. '출애굽의 시간' '아름다운 상흔' '시퀀스' 등은 이 한계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 또 사물과의 교감을 통한 인간애를 보여준 '천국 사다리' '감나무의 운명' '편애' 등도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성경에 기반을 둔 서사 작품으로 구상한 '빌라도' '지전행' '정' '도피성'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등에는 지식과 열정이 배어났고, 교회의 반사회적 모습을 다룬 '악마학교 옛 스승의 편지'는 일종의 실험적 작품이란 평가를 받을 만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각각 구성이나 문장력에서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었다.

이번 당선작은 위의 작품들과는 다른 주제를 내건 '길을 찾아가는 이유'로 결정했다. 이 소설은 인종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젊은이들의 고뇌와 소망을 그렸다. 흑백의 차이만큼이나 극단으로 갈라진 이 시대의 양 진영, 두 문화, 서로 다른 세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선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방편이 하나님의 사랑임을 바탕에 깔고 있다. 여주인공 '아하바'는 히브리어로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의미인데, 그 이름처럼 인종 차별의 자리로 내몰린 남성에게 길을 찾게 해준다. 이로 인해 검은 고양이 이름을 별명으로 쓰는 '봄베이'는 혹독한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들은 두 세계에 두 발을 딛고 나아갈 새로운 미래의 시대정신을 공유한다. 이 작품은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바 인류가 하나 되는 사랑과 포용의 정신을 담으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서사문학은 주제를 설명하는 대신 이야기로 구성하여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당선된 작가는 이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진행에 긴장감을 주는 클라이맥스가 약한 것, 평면적인 서술 위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 것, 배경이 하와이의 어느 도시로서 독자와 거리감을 두게 한 것들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작품의 제목도 주제의 상징성이 반영된 인상적인 것으로 정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선을 축하하며 작가로서 정진하기를 기대한다.



소설 심사위원 김수중 교수/조선대 국문과 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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