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투투 주교가 있는가?

한국에는 투투 주교가 있는가?

[ 기자수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01월 03일(월) 14:35
지난 2018년 독일복음선교연대(EMS)에서 주최하는 커뮤니케이션 워크숍에 참여했던 기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 그 친구에게 "데스몬드 투투 주교 아직 안 돌아가셨지?"라고 묻자 매우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그 분이 돌아가시는 건 남아공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큰 사건이다. 고령이지만 아직 건강하신데 만약 돌아가시면 너도 소식을 못 들을 수 없을 것"이라며 대화를 나눴었다.

이 대화를 나눈 지 3년이 조금 넘은 지난해 12월 26일 외신을 통해 데스몬드 투투 명예 대주교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의 주요 언론들도 일제히 아프리카 최남단인 남아공에서 90세의 노인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보도하고, 그의 생애를 조명했다.

투투 대주교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남아공 민주화와 흑인 자유 투쟁의 양 기둥이었다. 특히 1994년 만델라가 남아공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된 후 조직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투투 대주교가 보여준 정의를 향한 투철한 정신, 그러나 용서하고 화해로 그 드러난 상처를 싸매 안으려는 모습은 전세계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자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준 종교인 데스몬드 투투. 그러나 존경과 애도의 마음 한 켠에 한국교회에는 데스몬드 투투 같은 인물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최근에는 존경하는 종교인을 조사하는 설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그래도 가장 비슷한 조사로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에서 진행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을 묻는 설문이 지난 2016~2018년 진행된 바 있었다.

2016년에는 기독교(개신교) 인물이 고 조용기 목사가 7위, 2017년에는 인명진, 장경동 목사가 각각 6, 7위, 2018년에는 고 조용기, 고 한경직 목사가 각각 9, 10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기독교 인물은 매년 1~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8명은 가톨릭과 불교 인사였다.

만약 '영향력'이 아닌 '존경'이라는 키워드로 설문이 조사되었다면 이 순위는 달라졌었겠지만 만약 '존경하는 종교인'을 묻는 설문이 지금 진행되면 기독교 인물 중에는 누가 순위에 들 수 있을까? 한경직 방지일 강원용 목사 등 돌아가신 지 오래된 인물 외에 열거할 만한 인물이 딱히 생각나지 않는 건 비단 기자만의 옹졸한 생각일까?

취재 현장을 돌아다니다보면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어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목회하고 섬기는 성직자들이 여전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힘들 때 쳐다보며 닮고 싶은 '큰 바위 얼굴' 하나 갖고 싶은 마음, 새해 기도제목 목록에 올려 본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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