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으로 지켜내는 자리

'사명감'으로 지켜내는 자리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1월 11일(화) 17:56
조이피플(대표:김창대)이 기획, 제작한 뮤지컬 스크루테이프의 편지가 지난 8일 북촌나래홀 무대에 올랐다.

이 시국에 그것도 창작뮤지컬이라니 …. 펜데믹으로 소극장이 소리 소문도 없이 문을 닫고 있다. 가장 '영세한'순서대로 폐관하고 있고, 기독교 공연계는 '살생부'명단에서도 가장 상위를 차지한다. 기독교 창작뮤지컬이 올려진다는 소식은 그래서 한편으로는 반갑고, 또 한편으로는 무모한 시도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된다.

지난 5일 열린 프레스콜에 꽤 많은 기자가 몰렸다. 대형 기획사도 아니고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교계 기자들'이 몰려왔다. 유독 작은 소극장이 기자들로 더 작게 느껴질 정도다. 아마도 같은 마음에서였을까. 사실 조이피플이 운영하는 북촌아트홀이 3월에 폐관한다. 북촌아트홀은 명실상부한 '기독교 문화 공간'이다. 지난 2010년부터 이 곳에서 매해 다양한 기독교 창작 연극과 뮤지컬이 올려졌다. 말그대로 '기독교예술문화의 저변확대'와 '복음전파' 사명을 실천한 장소였다.

영세한 소극장이, 그것도 '착한' 공연을 고집하면서 2년을 버텨온 것만으로 용할 정도다. 김 대표는 폐관을 결정하면서 "재정이 완전히 바닥이다. 빚으로도 감당이 안될 상황에서 멈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또 무대를 올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공연을 멈추면 다시 시작하기 어렵고, 좋은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배우들도 상황은 같다. "매순간이 고난"이라는 무명의 배우들은, 그러나 "그나마 무대 위에 섰을 때 인내할 수 있고 감사로 극복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각자의 자리를 '사명감'으로 지켜내는 이들이 있다. 어쩌면 작고 초라한 무대일지 모르겠지만 어떤가. 관객이 빛나게 보면 될 것이지.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도 도와 줄 마음을 닫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찌 그 속에 거하겠느냐.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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