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능동적 자세로 세계 에큐 주도해야"

"한국교회, 능동적 자세로 세계 에큐 주도해야"

기독교사회발전협회, '포럼 카이로스'에서 제11차 WCC 총회 결산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10월 23일(일) 13:31
"한국교회는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더는 제네바를 바라보는 수혜자가 아니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자기 생각과 자기 신학을 가지고 좀 더 주체적으로, 좀 더 능동적으로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을 '움직이는 자(mover)'가 되어야 한다."

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가 지난 22일 아가페드림교회에서 '제11차 WCC 총회 결산과 한국교회 방향'을 주제로 진행한 '포럼 카이로스' 12번째 모임에서 강의한 장윤재 교수(이화여대)는 한국의 경제적 수준, 한국교회의 역량,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높은 관심 등을 언급하며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을 활성화 하는데 한국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복 목사(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의 진행으로, 제11차 WCC 총회에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총대로 참석했던 장윤재 교수가 강연한 이날 포럼에서는 지난 8월 31일~9월 8일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열린 WCC 총회에 대한 보고와 성찰의 시간이 진행됐다.

이날 강연한 장윤재 교수는 제11차 WCC총회에 한국교회에서 200여 명이 참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는 그만큼 한국이 살기 좋아졌다는 것이고, 부산 총회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총회에 참가한 200여 명의 다양한 관점을 담아내는 보고회 등을 통해 에큐메니즘의 확산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재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한국교회가 WCC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에큐메니칼 운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 내 회원교단인 예장, 기장, 기감이 전체 WCC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금액을 증액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장 교수는 "한국교회가 WCC 1년 예산에 기여하는 부분은 0.3%가 안된다(전체 회원교회 후원 금액 중 1.9%). 이래서는 우리의 마음이 세계 에큐메니칼운동에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WCC가 회원교회 기여에 참여하는 모든 교회가 매년 2~5%의 인상을 요청하고 있는데 한국교회는 이에 적극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 교수는 "유럽교회가 '회원교회 기여'의 6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으로 재정을 감당하는 WCC는 유럽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런 구조 하에서는 WCC가 굳이 지역교회의 '아래로부터의 운동'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되면 운동은 사라지고 기구만 남는다"며 재정 기여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총회가 60년만에 유럽에서 열린 것에 대해 "전쟁이 터진 유럽 땅에서 열려 자연스럽게 '화해'와 '일치'가 부상했다"며, "반면 유럽에 의해 오랫동안 식민지 통치와 수탈을 경험한 아프리카교회의 대표들은 이번 총회에서 중요하게 다루기로 했던 '경제적 불평등과 정의'의 문제가 실종됐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교회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에서의 평화와 정의' 선언문이 발표된 것과 관련, 회의에서 전쟁을 반대하지 않은 러시아정교회를 WCC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어려운 상황에서 양측의 입장을 중재하며 평화와 정의에 관한 선언문이 나온 것은 교회가 갈등의 장벽을 넘어 누구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화를 지속하게 만드는 WCC의 노련함이 엿보였고, 한편으로는 협의체적 성격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이번 총회에서 기후위기를 초래한 인간의 과오를 반성하며, 적극적으로 이에 대응할 것을 추진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이번 총회에서 WCC 내 '기후위기와 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를 기존의 위원회와 같은 반열로 신설하고, 총회 주요 선언문 중 하나인 '살아있는 지구: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지구 공동체를 찾아서'를 발표한 것은 "8년 뒤인 2030년에는 제12차 총회가 아예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언문에서는 △WCC가 2030년까지 탄소발자국 제로를 실현할 것 △WCC 목적의 여행을 엄격하게 자제하고, 온라인 회의 강화 △생태신학의 연구와 교육 강화 △가장 큰 기후 피해자인 원주민에 주목하고 그들의 세계관 회복시킬 것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나라에 대한 탄소 감축 재정 지원 촉구 △화석 연료의 즉각적인 폐기와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 △군사훈련과 전쟁의 비용을 탄소 감축 지원금으로 사용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장 교수는 또한 이번 총회에서 채택된 의사록(성명서가 아닌 참가자들의 일반적 견해를 표명하는 문서) 중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 만들기에 대한 의사록'과 '평화 선언문'이 채택된 것을 보고하며, 세계교회가 평화를 위해 일하는 한국교회를 지지하고 한국교회와 동행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강연 후에는 여러 질의에 대해 장 교수가 응답하는 시간도 진행됐다. 지난 WCC 10차 부산총회 이후 한국교회내 대립이 줄어들지 않는 것에 대해 장 교수는 "WCC에 대해 부정적인 정보는 오해가 아니라 악의적 편집인 것 같다. 어떻게 말해도 들을 것 같지 않다"며,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진정한 삶을 살고, 일치하며 화해하면서 가야할 것 같다. 한 번에 오해가 불식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장교수는 WCC 11차 총회 참석자들의 열기가 식기 전에 참석한 200여 명이 다양한 관점으로 한국교회가 에큐메니즘을 준비할 수 있도록 보고회를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8년 후 총회를 위해 청년 지도력을 키우고, WCC의 핵심인 총무, 의장, 부의장 2명 안에 한국교회가 지도자를 배출할 때가 됐다"며, "청년, 장애인, 여성 등을 지원하며, 세계교회에 기여할 수 있고, 자유롭게 영어로 토론할 수 있으며, 신학적으로도 탄탄한 인재를 키워보자"고 제안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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