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받은 희망을 선물합니다”
2023.11.22 19:43

"이렇게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성장해준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되네요. 저희 5살 아들은 작년에 백혈병 진단받고 지금 열심히 치료받고 있습니다. 잘 자라주어서 고맙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네요. 힘이 되어주셔서 고마워요.(도위시 유튜브 댓글)"

투병(鬪病). 병과 싸우는 일은 환자에게도, 그 곁을 지키는 보호자에게도 길고 지난한 일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치료 과정과 치료의 고통,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두려움은 환자와 보호자 에게 언젠가 나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희미하게 만든다. 하지만 끝이 없는 것 같은 길을 걸을 때,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희망이 될 때가 있다. 오늘은 어린 시절 소아암을 이겨내고 오늘날 소아암·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아들을 찾아가 희망을 선물하는 이도열 전도사를 만났다.

이도열 전도사는 유튜브 채널 도위시(Do wish)를 운영하며 영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소아암·난치병 등으로 투병 중인 아이들을 찾아가 소원을 들어주는 사역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소원은 다양하다. 어린이들의 경우 만화 캐릭터 장난감 같이 평소에 갖고 싶었던 것을 말하는 아이들도 있고 번개맨 만나기, 놀이공원 퍼레이드에 주인공으로 서보기, 좋아하는 유튜버 만나기 등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소원으로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전자기기 등의 도구들을 소원하기도 한다. 한 고3 학생은 암 환자였던 자신이 간호사가 되어 병원의 아픈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공부를 위한 도구로 태블릿PC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전도사가 이러한 일을 하는 까닭은 어릴 적 소아암으로 투병하며 힘들었던 시절 그를 찾아와 희망을 선물해준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도사는 9살부터 12살까지 '횡문근근육종'이라는 소아암을 앓았다. 그는 약 4년간 49차에 걸친 항암치료와 25번에 달하는 방사선치료를 받았는데, 오랜 항암치료로 지쳐가던 때에 많은 이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또 한 단체에서 자신을 찾아와 소원을 들어줬던 행복한 경험들을 통해 '언젠가 꼭 나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고 한다.

일례로 이 전도사가 투병하던 당시 그의 이야기가 본보(2006년 12월 2일자)에 게재됐었는데 이를 본 고척교회(차동혁 목사 시무)에서 제5차 천사운동 후원대상자로 그를 선정하여 후원금 1500여 만 원과 함께 1000장이 넘는 편지를 그에게 전달했다. 이 전도사는 그 수많은 편지들을 읽으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는데 하나님께서 나를 안 살리시겠어?"라는 확신을 가졌었다고 한다.

또한 메이크어위시 코리아(이사장:민기식)이라는 단체에서 자신을 찾아와 무선비행기를 사달라는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고, 여기에 더해 경비행기까지 태워줬는데 이 날이 당시 최고로 행복했던 날이었다고 이 전도사는 소회했다. 이렇게 자신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던 많은 이들의 섬김을 받으며 이 전도사는 병이 다 나으면 아픈 아이들을 위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 전도사는 "투병 생활이 길어지다 보면 본인조차도 내가 나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희미해진다"며 "소원을 들어주면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더불어 오랜 투병을 이겨내고 받은 은혜들을 다시 돌려주는 자신을 보면,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사역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래서 채널의 이름도 소아암,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희망을 전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하다(Do)'와 '소망(wish)'를 합친 도위시(Do wish)로 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역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우선은 재정적인 부담이 컸다. 신대원생이었던 그에게 캐릭터 장난감 같은 소원들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는데 태블릿PC, 컴퓨터와 같은 고가의 선물들이 소원으로 들어올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전도사는 고민 끝에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 온 결혼적금을 깨 소원비용을 충당했다. 이 전도사는 "만약 이 일이 하나님께서 진짜 원하시는 일이라면, 지금 내가 드리는 이 돈이 마중물이 되어 하나님께서 새롭게 채워주시는 통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자친구도 이 일의 가치에 공감해주고 응원해줘서 이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사역을 시작한 이후 많은 분들께서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셔서 하나님의 채우심을 느끼며 사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원을 이루고 이 전도사와 함께 시간을 보낸 환아와 보호자들은 언젠가 이 병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성장했을 때, 이 전도사처럼 받은 희망을 흘려보내는 삶을 살기를 소망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선물받은 윤온유 어린이 보호자 최미화씨는 "아이가 치료 잘 마치고 건강하게 자라서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며 사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윤온유 어린이는 병이 다 낫고 크면 옛날에 자신처럼 아팠던 친구들을 도와주면서 살거냐는 질문에 "넵! 넵! 넵!"하고 힘차게 대답했다. 또 다른 보호자 A씨는 "앞으로 아이가 강인한 마음가짐과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잊지 않고 나눌 수 있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투병하던 어린 시절 선물 받았던 희망을 오늘 이도열 전도사가 나누고 있는 것처럼, 그에게 희망을 선물 받은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 다시금 그 희망을 나누는 희망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날이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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