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캥거루 청년의 2023년, 올해도 지나간다

니트·캥거루 청년의 2023년, 올해도 지나간다

[ 송년특집 ]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3년 12월 27일(수) 17:05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김군.
청년 10명 중 4~5명은 일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3년 11월 청년 고용률은 46.3%다. 15세에서 29세 인구 중 취업자의 비율이다. 사회에선 열심히 일하는 청년들이 자주 보이지만, 우리의 눈에 띄지 않는 청년들도 있다.

최종학교를 졸업(수료·중퇴 포함)했으나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15-29세)은 지난 5월 기준 21만 8000명이었다. 이중 주된 활동으로 '집 등에서 그냥 시간을 보냈다'고 응답한 청년은 8만 명이다.

사회는 이들을 '니트(NEET)'라 부른다. 현재 일하지 않지만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고 있는 상태의 청년(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을 의미한다. '단군 이래 가장 돈벌기 쉬운 시대'라고 떠들지만 이들에겐 다른 세상의 말이다.

교회 안에 청년이라고 다르지 않다. 목회자 자녀인 김군(29)은 집에서 쉰 지 1년이 넘었다. 물론 완전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번 월요일 오전 8시부터 3시까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감이 주어질 때마다 집에서 의류 산업 재료를 가공하는 부업을 한다.

어른들, 흔히 젊은세대가 '꼰대'라 부르는 기성세대들은 진심으로 악의 없이 물을 수도 있겠다.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도대체 언제 취업할 것이냐고. 그러나 김군이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분야를 전전했다.

4년제 대학 심리학과를 전공하고 졸업한 그는 대학원 진학을 포기했다. 심리학 공부가 자신과 맞지 않고 더 공부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결국 졸업 후 전공과 무관한 곳에 취업했다. 골프장 내부에 식당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그곳에서 10개월간 일하던 중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바로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운 것. 배신감과 충격으로 그는 일을 관두고 술을 찾았다. 매일 같이 소주를 마시고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신앙과 관련된 전문가 심리 상담을 6개월 받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유튜브를 제작하는 곳에서 영상 자료를 찾는 보조작업을 1년 하고, 현재까지 근근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김군은 부모님과 같이 산다. 결혼하지 않은 채 부모님과 사는 '캥거루족'이다. 형과 누나는 결혼해서 출가했고, 김군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개 한 마리와 같이 산다. 일감이 있으면 하루에 서너 시간 일하고, 평소엔 컴퓨터게임을 하거나 개랑 논다.

25일 성탄절엔 그의 아버지가 시무하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결혼한 형과 누나의 가족들이 찾아와 함께 식사했다. 어머니는 그에게 "이제 일 좀 찾아보라"고 이야기한다. 김군도 내년엔 일을 찾아볼 생각이다. 구직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무슨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을까. 그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 모아둔 돈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담백하게 말한다.

청년을 돕기 위해 사회는 움직이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노동부 예산에 따르면, 전체 예산은 작년보다 3.6% 줄었지만, 청년 일경험 지원 사업은 올해 553억원에서 대폭 늘어난 1718억원이 편성됐다. 청년 '니트'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돕는 청년도전지원사업 예산도 올해 408억원에서 내년 709억원으로 늘렸다.

교회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으로 판단하지 않고 이 시대 청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려워 보인다. 교회에 바라는 점으로 김군은 "교회는 새신자의 신원 조회를 열심히 하는데, 개인주의화된 요즘 청년들에겐 불편할 수 있다"며 "요새 남자애들은 단골집이어도 음식점 사장님이 아는 체하면 발길을 끊기도 한다. 청년들이 교회를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교회가 작은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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