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제2의 봄날 기다린다"

"내 인생 제2의 봄날 기다린다"

[ 아름다운세상 ] 폐자전거 수리로 자활 돕는 사회적기업 두바퀴희망자전거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5년 03월 05일(목) 10:17
   
 

연이은 사업실패와 실업, 가족에게까지 버림받는 등 끝없는 나락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다시 한 번 꿈꾸기 시작했다. 길라잡이가 되어준 '두바퀴희망자전거'를 통해 자전거 수리 일을 배우면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희망'을 만들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출발하는 희망의 주인공, 노숙인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숨 가쁘게 달려오는 봄기운을 맞이해 본다.

"자전거 두 바퀴에 봄처럼 따뜻한 희망을 담았어요. 폐자전거가 조여지고 기름칠 되어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전달되면, 그들은 자전거를 통해 희망을 안고 발길질합니다. 저희도 때론 그 희망에 가슴이 벅차요. 봄이오면 새싹이 돋는 것처럼 말이에요.(웃음)"(노숙인 P씨)

아파트 숲에 가로막힌 서울 용산구 청파로 고가 옆에 자리 잡은 사회적 기업 두바퀴희망자전거(대표:여재훈)는 아주 특별한 자전거 수리점이다. 지역사회에 방치된 폐자전거를 수거해 수리 또는 부품 재활용 후 재탄생된 자전거를 독거 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 지역사회의 필요한 곳에 기부 또는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두바퀴희망자전거는 노숙인 사회적 기업이다. 탈노숙을 지향하며, 노숙인들의 자활 사업과 자원 재활용을 통해 친환경을 생각하는 곳이다. 경제적 빈곤으로 주거공간 없이 공원, 지하철 역사 등을 거처로 삼았던, 생활환경이 제일 나쁜 최빈곤층인 노숙인들이 두바퀴희망자전거의 주역이자 대상인 셈이다.

"많은 사람이 제 외모만 보고, 욕하고 게으르다며 손가락질합니다. 하지만 저는 행복해요. 왜냐고요? 희망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사랑의 섬김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봄기운이 가득한 지난 2월 25일 두바퀴희망자전거의 비좁은 창고에서 여느 날과 다름없이 폐자전거의 바퀴를 성실히 돌려가며 자전거 수리에 열을 올리던 정유철 씨(47세ㆍ동광교회)가 웃음을 보였다. 그는 "4년 전 두바퀴희망자전거에서 기술을 익히고, 자활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밑바닥 인생에서 탈출한 기분"이라며 "좀 더 노력하고 열심히 살면서 신용불량 등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이어 정 씨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 중일 때 하나님께서는 두바퀴희망자전거를 통해 희망을 꿈꾸게 하셨다. 앞으로는 나만의 자전거를 만들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싶다"며 야심에 찬 계획까지 소개했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듯이 작은 작업장 안에 모인 노숙인들은 정 씨와 같이 여러 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꿈, 희망을 찾게 됐다고 이구동성이다. 두바퀴희망자전거를 통해 희망조차 포기해버린 길거리 노숙인과는 달리 자활 의지를 갖고 사회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땀 흘리며 자전거를 들어 올리던 박지원 씨는 "치열한 세상 속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페달을 밟았지만, 점점 녹슬고, 부서지고…,결국 세상으로부터 잊혔다"며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맨손으로 녹을 닦고, 부서진 곳을 고치고, 온몸에 페인트가 묻어도 기쁨으로 새롭게 칠하며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려갈 준비를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고 했다.

노숙인들의 이 같은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도전 때문일까. 두 바퀴 자전거는 이들에게 제2의 인생을 출발하는 기회를 제공했고,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했다.

지난 2009년에는 용산구청과 함께 자전거 나눔행사를 개최해 소년소녀 가장을 도왔으며, 필리핀에도 자전거를 기증했다. 또 아동센터나 홀몸어르신에게도 3000대 이상의 자전거를 기증하며 사랑을 나눴다. 최근에는 업사이클링(디자인 생활용품)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으며, 공공자전거 납품과 위탁관리, 자전거나눔사업, 정비교육, 노숙인 일자리 창출 등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운영팀장 김연설 씨는 "두바퀴희망자전거는 탈노숙을 지향한다. 수익, 자전거 판매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데 우선순위를 둔다"며 "그 결과 노숙인들의 무뎌진 사회성, 정신적 상처가 회복되고, 주거, 위생, 경제 문제도 해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노숙인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 응급구호에서 장기적인 자활정책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한국교회가 노숙인들에게 땀 흘림의 방법을 일깨워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참여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두바퀴희망자전거 판매담당자 지상화 씨(높은뜻푸른교회)는 "먼저는 노숙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는 소중한 선물이고, 희망을 품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관심과 사랑을 요청했다.

두바퀴희망자전거에서 근무하는 노숙인들의 출근율은 90%를 넘어섰다. 지난 3년간은 120여 명의 노숙인이 교육을 통해 자활에 성공했다. 희망이 없다, 게으르다는 고정관념에 박혀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노숙인들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 팀장은 "두바퀴희망자전거를 통해 노숙인들이 공동체 안에서 자아를 회복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생활한다"면 "충분히 세상 속에서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두바퀴희망자전거 노숙인들은 이렇게 귀한 자전거가 있기에 오늘도 외롭지 않단다. 험한 산길도, 가파른 언덕길, 외로움도 절망도…. 자전거와 함께 가는 길이라면 오직 희망만이 있을 뿐이다. 오늘은 어떤 폐자전거의 두 바퀴를 번갈아가며 수리하시는지? 자전거 페달에 정력을 다 쏟으시는 자전거희망바퀴 꿈쟁이들 '힘내세요! 아자!' 한국교회가 힘찬 응원을 보낸다.
임성국 limsk@pckworld.com 

 

 

 

#두바퀴희망자전거는 지난 2006년 대한성공회 노숙인 특별자활 사업으로 시작했다. 2009년 용산구청 공공자전거 위탁관리 및 이동수리센터 등을 운영했고, 아름다운가게와 업무 협약도 맺었다. 2014년에는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현재는 교육프로그램을 마친 노숙인 10여 명이 새희망을 그리고 있다.

이외에도 자전거정비센터, 이동수리 센터, 공공자전거 정비사업, 경륜본부 사업위탁, 뚝섬 나눔장터 운영, 업사이클링 사업, 조형물 제작 사업 등을 통해 노숙인들의 자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두바퀴희망자전거를 통해서는 일반인도 저렴한 자전거 구입이 가능하다. 자전거 구입 및 폐자전거 지원, 노숙인자활프로그램 협력 문의는 전화 02)777-8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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