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으로 소통하는 예전교회

작은 도서관으로 소통하는 예전교회

[ 우리교회 ] 교회 사역이 마을에서 당당히 자리매김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8년 07월 27일(금) 10:48
예전교회 책N꿈도서관에서 마을 주민들과 마을 현안을 논의하고 있는 김인배 목사.
"도심 속 오아시스! 무더위 식히러 예전교회 작은 도서관 가자!"

지난 17일, 햇볕까지 강하게 내리쬐는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맹위를 떨쳤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덥지만, 교회 도서관으로 향하는 동네 아이들의 발걸음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무색할 정도로 가벼웠다.

2호선 낙성대역 8번 출구를 나와 500m 정도 거리에 위치한 서울남노회 예전교회(김인배 목사 시무) 내에 있는 '책N꿈도서관'을 향하는 아이들을 뒤따라 걷다 보니 시골 같은 정겨움과 낡은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삭막함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교회는 그 마을에서도 외곽인 남부순환로 언덕길 기슭에 위치해 있다. 교회 1층 한편에는 이렇게 작은 도서관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담한 공간이 조성됐다. 볼품없던 작은 교회 주차장이 담임목사의 고민과 마을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으로 예쁜 도서관으로 변신한 것이다.

책과 음악, 만남과 힐링으로 가득한 예전교회 책N꿈도서관은 마을의 지식창고이자 문화공간으로 변신해 주민과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꿈터로 우뚝 서 있었다. 김인배 목사는 "예전교회는 서울 도심에 위치해 있지만, 교회가 속한 마을은 학원과 도서관이 없을 정도로 서울 안에서 고립된 섬 같은 외로운 곳"이라며, "주민들이 마을 현안을 고민할 때 교회가 그 만남의 자리를 제공하고 관계를 지속하면서 작은 도서관까지 조성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작은 도서관을 세운 예전교회는 1997년 설립됐다. 과거 마을과 소통에 있어서 담이 높은 교회였다. 교회 내 갈등 문제는 마을과 등을 돌리는 이유가 됐다. 결국 교회는 외딴 마을에서도 고립될 만큼 교회만을 위해 존재했고, 마을과 담을 쌓다 보니 선교 사역도 위축됐다.

예전교회가 마을 공원 활성화를 위해 마을음악회를 개최했다.
그런 위기 앞에 놓인 교회에 2008년 김인배 목사가 부임했다. 김 목사는 '마을과의 관계 회복'을 목회 사역의 첫 과제로 지목했고, 마을의 필요와 고민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김 목사가 부임한 후 마을의 최대 고민은 서울시가 계획한 마을 까치산공원 내 '배수지' 설립 문제였다. 그 계획에 주민들은 반발했고, 하나 둘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김 목사도 마을 주민들의 모임 장소로 교회 공간을 기꺼이 제공했고, 적극적으로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공감했다.

김 목사는 "마을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 장소가 필요했는데 교회가 그 역할을 감당했고 모임이 지속하면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교회 안으로 들어오고 교회는 마을과 함께하게 됐다"며, "교회가 마을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더욱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마을과 교회의 오랜 협력으로 서울시의 배수지 조성 사업은 다행히도 무산됐다. 마을 공원을 지켜낸 주민들은 공원 활성화를 새롭게 모색했고, 교회는 마을주민들이 이뤄낸 성취의 기쁨을 나누겠다는 의미로 마을공원 작은 음악회도 개최했다. 음악회에는 과천교회를 비롯한 지역 교회의 협력이 이어졌고, 지역 내 서울대학교 음악학부도 참여하며 의미를 더했다.

이후 김인배 목사는 마을 주민센터 지역협의회 구성원으로 참여했고, 주민 참여 예산위원회, 마을활동가, 주민자치위원회 대표로 폭넓게 활동하면서 예전교회는 마을 안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마을과의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책N꿈도서관의 프로그램 또한 더욱 풍성해졌다. 60여 명의 성도가 출석하는 작은 교회로써 인력과 재정이 부족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동참하며 도서관 운영은 효율적으로 진행됐다.

예전교회 책N꿈도서관은 성인독서토론 모임인 '힐링북클럽'을 비롯해, '맘그림클럽', '다국어 사교모임', '영문법 특강과 초등 디베이트 특강',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마을강사 발굴 및 지원과 책N꿈 서포터즈 모집, 책N꿈 필라테스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특별히 지난 2일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실시한 마을목회 사례 공모전에도 당당히 선정돼 도서관은 총회의 마을목회 지원도 받았다. 김인배 목사는 "예전교회는 하나님의 사랑을 담기에 턱없이 작은 교회였는데 그래서 그릇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또한 우리 교회는 이웃의 사랑을 담기에도 턱없이 작은 교회였는데 이웃과 함께하기 위해 그릇을 키우려고 노력한다"며, "마을과 함께 호흡하면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작은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도서관이 마을과 호흡하는 매개체로 큰 역할을 감당하면서 교회는 소통 채널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매주일 교회 뒷동산에 나가 차와 음료, 호떡 등 다양한 음식을 마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한 달에 한 번 경로당 어르신들과 예배 후 식사교제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기 시작했다. 마을 안에서 공감대를 이룬 교회의 모든 사역이 이제는 거부감 없는 마을의 사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김인배 목사는 "과거 예전교회는 마을에 큰 영향력을 끼치며 이 지역의 영적 회복, 세계 복음화 등을 위한 거창한 방향을 설정했지만, 마을과 함께하면서 이제는 교회의 거창함이 필요 없어졌다"며, "마을주민으로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 마을 주민으로 살면서 내 안의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이 우리 교회 성도들에겐 더욱 중요해졌는데 그것이 예전교회의 향후 비전이고, 방향"이라고 전했다.

 작은 도서관 관장 김인배 목사의 '도서관 소통' Tip
 1.목회자의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작은 교회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예배당에 도서관을 만들어야 하는데 예배당이 종교색을 가지고 있으면 행정적인 프로그램을 할 수 없다. 따라서 교회는 마을회관처럼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
 2.도서관 설립에 책 1000권은 필수다.(지인들을 통해 도서를 기증받는다. 기독교 서적은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
 3.구청, 군청 등 공공기관의 도서관과나 문화체육과에 방문해 작은 도서관 신청 및 설립을 논의한다.
 4.관련 단체에서 도서관 설립 허가를 받으면 세무서에서 고유번호도 받아야 한다.
 5.고유 번호와 허가증을 가지고 구청 자원봉사 센터에 수요처 등록도 필히 겸해야 한다.
 6.구청이나 지역 행정 기관 자원봉사 센터 등을 방문해 지역 마을을 위한 사업을 소개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7.자원봉사 센터에서 추천하는 교육을 받고, 마을 활동가로 활동하면 도움이 된다.
 8.구청이나 각 지자체에서 마을 공모 사업을 할 때 공모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9.도서관 수요처가 된 후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다.
 10.어느 순간 마을 중심에 목회자와 교회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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