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고장서 생명종 울리는 하회교회

유교고장서 생명종 울리는 하회교회

[ 우리교회 ] 경안노회 하회교회
하회마을 한가운데 위치…경로대학 등 통해 우회적 선교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8년 08월 02일(목) 10:32
하회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하회교회. 이 교회는 매일 새벽 4시 50분이면 어김없이 '복음의 종'을 친다.
* 유교 본고장 하회마을에서 생명의 종소리 울리는 '하회교회'

유교의 본고장인 경북 안동에서, 그 상징을 더욱 부각시키는 랜드마크인 하회마을의 한가운데 교회가 있다.

유교문화의 성지로 볼 수 있는 이곳에서 매일 새벽 4시 50분이면 어김없이 교회의 종소리가 들린다. 무려 15번이나 '땡그랑'이 울린다.

경안노회 하회교회(손성문 목사 시무)에서 울리는 종이다. 하회마을 중심에 교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이 교회의 창립이 1921년으로 유서깊은 역사를 가졌다는 걸 알면서 두번 놀란다.

하회교회가 간직한 초대 당회록 첫장을 보면 역사가 이렇게 기록돼 있다.

"1910년 11월 어물장사 김재원 씨의 모친 북촌이가 어물 팔러 다니면서 전도하던 중 이난간 씨 댁에도 전도한 결과 성신감화로 이난간 씨는 복음을 받아들여 예수를 믿기로 작정하고, 고창교회(현 풍산교회)로 주일예배 드리러 가마타고 다니시므로 시작되어 1921년 10월 20일 이곳에 세워졌다."

이쯤되면 유교문화의 핵심이자 명문대가인 풍산 류씨들의 동족마을에 복음이 들어오고 교회가 설립된 배경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교회 위치는 임진왜란 때의 명재상 류성룡 선생의 본가인 양진당 바로 옆이다.

담임 손성문 목사는 마을 사람들이 기록한 일종의 역사서를 근거로 이 부분을 설명했다.

"개화기 때 선교사가 마을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당시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통해 신문물을 받아들이는데 관심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기독교를 서학으로 받아들인 것이지요. 그래서 아녀자들이 교회에 나오곤 했고, 유교적 가치관은 훼손하지 않고 학문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복음을 수용한 주민들이 있었다고 봅니다."

하회마을 고령화에 따라 하회교회는 경로대학을 열어 '천국 소망'을 품도록 안내하고 있다.
현재 하회마을에는 100가구 정도가 살며 연령대는 70대 이상이다. 지난 1년 사이에 교회 내에서 노환으로 성도 6명의 장례를 치렀을 정도로 심각한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다.

과연 이런 환경에서 무슨 선교를 할 수 있을까? 손 목사가 부임 후 소위 '큰집 어른들'에게 인사를 가니, "선은 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교회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공격적인 선교는 지양해달라는 점잖은 표현인 셈이다.

그래서 하회교회는 우회적인 선교전략을 구사한다. 억지로 선교하면 반감만 쌓일 뿐이기 때문이다.

유대관계를 쌓는 것을 우선으로 판단해 만나고 교제하는 데 집중한다. 유교마을인지라 손 목사 부부는 평상시 인사성이 바른 것은 기본이고, 노인들이 병원이라던가 멀리 나갈 볼일이 생기면 손 목사가 손수 차량으로 데려다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마을 고령화에 따라 한달에 한번 '청솔 경로대학'을 열고 있다. 마을 노인들의 생활 패턴이 경로당에서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이다보니, 다양한 프로그램 강사들을 섭외해 경로대학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현재 25명의 마을 노인들이 경로대학을 찾는다. 경로대학 한번 행사에 20만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경로대학을 마치면 식사를 대접하며 자연스럽게 친교를 나눈다.

매일 새벽 손 목사가 직접 종을 치는 것도 복음 전파의 일환이다. 종의 줄을 만지며 항상 깊은 묵상을 한다.

손 목사는 "매일 새벽마다 종탑에서 나오는 생명의 종소리로 마을의 하루를 열어 잠은 영혼을 깨우길 원한다"며, "구원의 십자가의 빛을 비추어 마을의 복음화와 세계선교의 비전을 가지고 하나님나라 확장에 기여하는 교회가 되고자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회교회는 관광객들에게 24시간 개방해 영혼의 쉼터 역할을 자처하기도 한다. 하회마을은 민속촌같이 구경거리가 아닌 사람이 실제 사는 곳이다 보니 관광객들이 쉴 곳이 마땅치 않은데, 하회교회는 각종 차와 앉을 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손성문 목사에게는 관광객이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하회마을의 1년 관광객 수는 100만명이다. 마을을 두루 구경하던 관광객들이 교회를 보고 신기해하며 들어오면 친절하게 역사를 소개하며 안내해준다.

하회마을이 미로처럼 얽혔다보니 간혹 길을 잃는 관광객들에게는 차량으로 입구까지 데려다주기도 한다. 이 중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포함되어 있어 어떻게 보면 글로벌 선교회의 중심이기도 하다.

손 목사는 "교회의 비전이 '민족과 열방을 변화시키는 교회'다. 실제로 마을 사람들을, 외지인들을, 외국인 관광객들을 섬기며 기독교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회교회는 한옥으로 지어져 고즈넉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독교인 중에서 주일을 끼고 여행을 하다 예배드리러 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 기독교인 관광객들은 유교와 토속종교가 점철된 마을에 교회가 있다는 것 자체에 감동을 받는다.

이렇게 하회교회는 존립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고 있다. 장로 2명과 교인 30명이 전부인 하회교회는 주어진 현실을 애써 외면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비전을 찾고 있다.

손성문 목사는 20년 가까이 도심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며 많은 프로그램을 접하고 공부하고 실천해봤지만 지금의 환경에서는 펼쳐나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런 뜻에서 삶 속에서의 복음 전파와 예배 중심의 교회상을 추구한다.

일단 교회문턱을 밟게 만들고, 차츰 복음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하고, 온전하게 신앙을 부여잡게 돕고, 그 믿음 지키면서 하나님나라에 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손 목사는 "예배 속에서 감동받아 영성이 깨이게 하고 천국 갈 준비를 잘 하도록 돕는게 현재 하회교회의 목표다. 하회마을 구성원 모두가 노인층이기 때문이다"라며, "경로대학의 주제가 '아름답고 보람된 노년'이다. 아름답고 보람된 노년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면 결국 예수님을 믿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하회마을의 복음화를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동하 기자


* 하회교회 담임 손성문 목사의 하회마을 적응하기

손성문 목사.
손성문 목사의 사택은 하회마을 안에 있는 초가다. 아마 현존하는 목사 사택 중 유일한 초가로 추정된다.

도심생활에 익숙했던 손 목사가 초가 사택을 처음 봤을 때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살아보니 정겹고 주변 풍경과 어울려 멋스럽다고 말한다.

초가는 매년 추수가 끝나면 지붕 갈이를 한다고 손 목사는 설명했다. 1년 간 때가 시커멓게 묻은 짚이 새로운 누런 볏짚으로 바뀌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살다보니 특이한 노하우도 생겼다. 천장이 낮아 머리를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어디를 지날때 자세를 낮춰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몸이 적응했다.

하회마을에 온 손 목사를 또 당황하게 만든 건 이른 저녁만 되도 마을 전체가 너무 고요해 진다는 것이었다. 연고도 없는 곳에 부임해 내버려진 생각도 들었지만 어느날 문득 하나님께서 조금씩 길을 보여준다는 마음을 주셨다고 한다.

외지인이고 유교마을의 유일한 목사에게 좀처럼 마음문을 열지 않는 주민들과 친해지려는 노력이 힘에 부칠 무렵, 오히려 소망을 얻었다.

"새벽기도를 위해 사택에서 나오면 하늘에 별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비전이 막힌 것 같은 막막함 속에서도 별을 보면 아브라함에게 보여졌던 수많은 별이 생각납니다. 이 마을에 하나님께서 택한 영혼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요."

신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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