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주인공인 부천상록수교회

청년이 주인공인 부천상록수교회

[ 우리교회 ] 다음세대 취향에 맞춰 교회 설계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8년 08월 24일(금) 10:57
부천상록수교회 청년들은 매년 2차례 기독교 재단인 상록수 장학재단 수련회에 참여해 다음세대에게 멘티 역할을 해주며 복음을 전한다.
부천상록수교회 정지욱 목사.
탈종교화, 고령화, 저출산 영향으로 교회학교 없는 교회의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교회 설립부터 청소년과 청년 사역을 목표로 시작된 교회가 있다. 바로 평양노회 부천상록수교회(정지욱 목사 시무)이다. 부천상록수교회는 장년층이 다음세대를 적극 양육하고 지원하는 구조로 '교회의 주인공은 다음세대'라는 모토로 시작됐다.

부천상록수교회는 주거지역이 아닌 산업용 기계제조 업체, 공업사, 정비업체 등이 즐비한 공단지구에 위치하고 있다. 상가 2~3층에 위치한 교회 입구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것은 연두색 바탕에 꽃처럼 보이는 십자가 형상의 교회 로고였다. 밝고 세련된 로고는 교회로고라기보다 청소년을 위한 맞춤 문화공간을 상징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정지욱 목사는 "교회는 종교기관이지만, 다음세대 취향을 고려한 색감과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교회 인테리어 또한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췄다. 화장실에는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어 청년들이 교회 시설을 내 집 같이 사용하고 머무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고, 집회 등 모임을 위한 넓은 강당을 배치해 각종 모임과 강의를 개최하기도 편리하다. 뿐만 아니라 3층 북카페 공간을 비롯해 2층 교회 본당에 와이파이를 설치해 모바일 문화에 친숙한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불편함이 없게 했다. 북카페에는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스크린 장치는 물론 고품질 음향시설도 갖춰져 있다. 교회가 출발부터 다음세대인 청년들에게 사역의 초점을 맞췄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천상록수교회는 상록수장학재단과 동역하고 있다. 장학재단 이사장 이상춘 장로는 기독교 장학사업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다음세대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면서 복음을 전하고 싶은 열망을 느껴 2014년 청년사역에 집중하는 부천상록수교회를 세웠다. 부천상록수교회는 경북 김천지역에서 연 두 차례 진행되는 수련회를 적극 지원해 다음세대들이 복음을 접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장학재단 수련회에 참석한 130여 명의 청소년들과 이 사역에 투입된 20여 명의 교회청년들은 수련회 기간 멘토 멘티의 관계를 맺고 지속적인 멘토링 사역을 진행한다. 정지욱 목사는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한 아이들이 부천상록수교회를 기억하고 찾아오기도 해 복음의 열매가 맺히고 있다"며, "장학 수련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기회를 확장시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해외 단기선교를 통해 선교사님의 사역을 도우며 커다란 선물을 받고 돌아온 부천상록수교회 청년들과 정지욱 목사(우측 ).
지난 8월 부천상록수교회 청년 12명은 태국으로 첫 해외 단기 선교여행을 다녀왔다. 청년들은 선교사가 사역하는 초등학교 2곳에서 미리 2달간 연습해 익힌 태국어 찬양 인도, 율동, 레크리에이션, 게임을 진행하며 복음을 전하고 태국어로 제작된 전도책자도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현지의 사정을 고려해 한국에서 준비해간 웨딩드레스, 턱시도, 한복으로 주민들을 위한 웨딩촬영 사역도 진행했다. 단기선교에 참여한 한 청년은 "현지의 필요한 사역들을 충분히 파악하고 오랜시간 공들여 준비한 것들을 나누는 의미있는 시간, 주러 간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받고 돌아온 시간"이었다며 교인들과 함께 감동을 나눴다.

작지만 건강한 교회, 젊은 교회답게 부천상록수교회 청년대학부 학생들은 교회에서 주도적이고 활동적인 역할을 도맡아하고 있다. 교회는 청년들을 예배자로 세워 나가기 위해 프로그램보다 신앙의 본질인 예배에 집중한다. 주일 오후 예배는 청년들이 모든 순서를 도맡아 이끌어 가고 장년들이 참여하는 형태를 띈다. 평신도가, 청년이 교회일을 주도적으로 맡아 움직이는 부천상록수교회는 매월 첫째주 온세대 예배를 드린다. 아동부 전체와 청년부가 돌아가며 특송을 맡고, 장년들이 이들을 축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온세대 예배를 통해 교회 내 모든 세대가 벽 없이 어울리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청년사역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목회자의 덕목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정지욱 목사는 "청년들이 윗세대들과 소통하는 것을 의외로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라며, "청년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태도를 갖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라도 '지적'하거나, '안된다'는 답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시간에 산만하거나, 예배에 아예 빠지더라도 다그치거나 야단치기보다 '네가 어딘가 힘들구나, 괴롭구나, 고민이 있구나'라고 이해하며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정지욱 목사는 "앞으로 우리가 맞게 될 시대는 목회자가 아닌 성숙하고 훈련받은 평신도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교회가 평신도를 훈련시켜 필요한 곳에 적극 배치하고 위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천상록수교회는 2020년까지 20명의 청년리더 양성과 200명의 청소년 교회로 성장하는 비전을 품고 있다.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편하게 머무르고, 자기주도적으로 뚜렷한 목소리를 내고, 윗세대들의 정성어린 양육과 돌봄을 충분히 받는 교회가 부천상록수교회이다.



<인터뷰> 교회 청년들이여, 신앙을 위해서라도 책을 봅시다!

"책을 읽지 않는 것 자체가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지욱 목사는 다음세대에게 양서를 적극 권장하고 독서토론 시간을 갖기를 권장한다. 독서토론을 통해 청년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확장시키고 교회 공동체에 적용할 수 있는 생각들을 주체적으로 나눌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다고. 주로 기독교 신앙과 영성의 핵심을 잘 다룬 기독교 서적을 권한다는 정지욱 목사는 엔도슈 샤쿠의 '침묵',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헨리 나우웬의 '상처입은 치유자', 이규현 목사의 '영권 회복', 마틴 로이드 존스의 '회개', 유진 피터슨의 메세지 성경, 옥한흠 목사의 '고통을 다루시는 하나님의 손길', '미국을 움직이는 작은 공동체 세이비어 교회' 등의 도서를 청년들에게 권한다.

150명 규모의 작은교회인 세비어 교회 이야기로 독서토론을 진행한 정 목사는 "교회 청년들과 '대형화가 곧 성공'이라는 세속적 가치관이 복음을 위협하고, 영혼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성을 상실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크게 공감했다"며, "교회가 다음세대들에게 세속주의와 맘몬주의에 물들지 않고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줘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저자인 고든 목사는 많은 숫자는 필연적으로 비인격화와 제도주의로 향하고, 헌신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며, 이어 "작지만 고도로 헌신되고 훈련된 공동체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세지를 통해 작은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큰 힘을 얻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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