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기획 ] 기후위기 시대, 크리스찬이 사는 법 8. '자발적 불편' 감수하는 녹색교회들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11월 01일(월)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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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은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마치 '숲 속'에서 예배를 드리는 느낌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멈춘 상태지만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재배한 농작물을 교우들과 나눠먹기도 한다. 잔디 밭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오두막집과 목재시소, 트럼플린이 있고, 정원에는 색색의 꽃들을 심어 주민들이 야외카페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공원 녹지에는 성경에 나오는 식물을 심어 '성서식물원'도 운영했다. 차정규 목사는 교회 공간을 개방하는 데 적극적이다. "누구나 자연의 소리를 들어야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실제로 관악산 둘레길과 연결된 교회에는 지역 주민들의 발 길이 끊이지 않는다. 1년에 4차례 교회 절기 때마다 지역교회와 연대해 숲 속을 걸으며 기도와 묵상을 하는 '피정'도 진행하고 있다.
전 교인이 온난화의 주범인 매연을 줄이기 위해 '차 없는 주일'을 지키고, 음식물 쓰레기 저감을 위해 '음식물 남기지 않기' 캠페인도 펼친다. 교회 식당과 카페, 소모임 등 공간은 폐업한 식당에서 얻어온 테이블을 재활용해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정부도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지난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확정했고,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럼에도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지키는 것은 요원해보인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평균 상승치인 1도보다 많은 1.5도나 되고 온실가스 배출 총량도 세계 7위(1인 기준으로는 세계 6위)다. 정부는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선포하고 2050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다행히도 환경재앙으로 신음하는 피조물에 귀기울이며, 창조세계로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녹색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녹색교회'란 '자발적 불편'을 감수하면서 '생태적 삶을 실천하는 교회 공동체'를 말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살림공동체를 지향하는 상쌤자연교회(백영기 목사 시무)는 영성과 자연, 문화의 공존을 통해 자연과의 하나됨을 인식하고 자연생태계를 지켜내는 사역을 펼치고 있다. 특히 '봄을 부르는 봄눈, 그 봄을 보는 눈'이란 의미를 지닌 생태자연도서관 '봄눈'은 지역의 명소로 유명해지면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생태도서관 '봄눈'의 옆에는 게스트 하우스 '돌베개'와 야곱의 식당, 무인으로 운영되는 사랑방카페, 카페 2층의 갤러리 등을 운영한다. 특히 북스테이 '돌베개'는 자연 속에서 책을 읽으며 가족과 함께 하는 힐링명소로 이미 유명하다. 사랑방 카페는 주민들이 직접 만든 수제 차와 다기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용자들이 자율적으로 돈을 내고 차를 마신 다음 직접 설거지까지 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카페 수익금은 전액 마을 사업에 재투자된다.
교회가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유미호 센터장은 ▲영성의 길 ▲교육의 길 ▲실천을 길을 제시하며 "이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교회가 감당해야 할 선교적 사명인 창조세계를 회복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생태영성훈련을 통해 창조주 하나님의 사랑을 믿으며 창조의 선물인 자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깊이 감사할 줄 알게 된다면,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내게 될 것"이라는 유 센터장은 "사순절 등 신앙 절기에 맞춰 '경건한 40일 탄소금식'이나 '플라스틱 감축 40일' 등의 생활영성훈련을 통해 창조세계를 돌보는 방식으로 예배하고 교육할 뿐 아니라 선교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특히 "교육에서는 다음세대가 중요한데, 지금의 위기에 대해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 "교회학교나 부서(환경부) 차원에서 마을 안 생태환경자원을 발굴하여 '숲 지도'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숲(자연) 학교'를 운영하는 것"을 제안했다.
한편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기후위기 시대에 교회가 창조세계를 온전하게 회복하기 위해 ▲'채식 중심의 공동식사'를 준비하고, 채식 생명밥상 레시피 공유(기후 미식) ▲안 입는 옷을 서로 바꾸고 재활용 정보를 공유, 녹색가게 운영 확대(슬로우 패션) ▲불필요한 물건 나누고 일회용품 최소화, 제로 웨이스트 샵 운영 등(미니멀 라이프) ▲자전거 주차대와 수리함 설치, 자동차 없는 날 정하고 알리기(녹색 교통)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적정온도 유지, 옥사 및 주차장에 햇빛발전소 설치 등 그린에너지 리모델링 준비(그린 에너지) ▲도서관 만들고 책 읽는 모임, 정원 만들고 숲 가꾸는 일 동참(녹색 서재) ▲자산, 기금을 녹색금융 통해 운용하고 협동조합 만들어 선교사업 활용(생명 경제) 등 7가지 실천방법을 제시했다.
최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