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잠깐의 편의와 영원한 지구멸망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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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기획 ] 기후위기 시대, 크리스찬이 사는 법 5. '쓰레기 대란' 위기 ... 착한 소비 필요하다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6월 29일(화) 22:15
서울에 사는 '워킹맘'(직장을 다니는 엄마) A씨에게 새벽배송으로 장보기는 이제 일상이 됐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에 마음 편히 갈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퇴근 후 바로 육아로 이어지는 바쁜 일상에서 모바일 주문만으로 신선한 먹거리를 바로 받아볼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애용'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새벽배송 덕분에 퇴근 후 장보기의 수고는 덜었지만 이들이 담겨져 온 박스와 아이스팩, 포장용 스티로폼과 일회용기 등 쓰레기 처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재활용 분리수거가 있는 날까지 매일 집에 쓰레기가 쌓여간다"면서 "과일과 음료, 신선식품과 냉동식품 등 종류마다 박스가 다르고 그 내부에도 각각의 포장재가 있어서 처리하는 것도 일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직장인 B씨도 최근 온라인으로 주문한 화장품 박스에 놀란 적이 있다. 손 바닥만한 화장품에 각종 충전재와 포장재가 겹겹이 쌓여있는 것도 놀라웠지만 화장품 크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대형박스에 헛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쓸모 없어진 포장재들을 지켜보는 B씨는 "상품을 유통할 때 포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내가 지구를 아프게 하는 죄인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박스에 붙어있는 송장과 테이프를 처리하고 박스가 다시 재활용 될 수 있게 정리하는 것으로 마음의 짐을 덜어놓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콕'이 일상화되고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고 이에 따른 택배상자와 각종 포장재 등의 쓰레기 배출량도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하루 평균 버려진 종이 폐기물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8%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택배 상자였다. 박스를 밀폐하기 위해 사용된 일회용 테이프는 물론 택배 상자와 함께 완충재 역할을 하는 스티로폼 같은 발포수지는 14.4%, 포장용으로 많이 쓰이는 비닐도 9.0%나 늘어났다. 한국통합물류협회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사용된 택배상자는 33억 7000만개에 달하며 이는 2019년과 비교해 20.0% 늘어난 수치다. 경제활동인구를 기준으로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연 122회로 한해 전보다 22.7회 증가했다. 사흘에 한 번꼴로 택배를 이용한 셈이다. 지난 4월 CJ대한통운이 발표한 '일상생활 리포트 2020-2021'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CJ대한통운이 배송한 택배 상품은 16억개로, 이를 일렬로 세우면 일반 택배상자(35cm)를 기준으로 56만km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721번 왕복할 수 있으며, 지구 둘레를 약 14바퀴 돌 수 있고 지구에서 달까지 1.5회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그렇다면 지난해 우리나라 택배물량 33억 7000만개를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지구에서 달까지 3회 이상 이동 가능할 정도로 많은 양인 셈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 업체의 과대 포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탈플라스틱 사회 전환을 통해 폐기물 부문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과대포장 사전검사 등을 통해 일회용품·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페트병 투명재질 의무화와 재생원료 사용 촉진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는 플라스틱 1회용품의 재질과 두께 등의 기준을 신설하고, 택배 등 '수송포장' 의 경우 포장공간비율을 50% 이하로 제한하는 법적 근거인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자원재활용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 발의됐으며 법제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유통업계들도 과대 포장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 스티로폼이나 종이상자 사용 대신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바꾸거나 보랭백을 활용하거나 젤아이스팩 대신 얼린 생수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포장 쓰레기에 대한 과다 배출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이용률이 높은 상위 3개 새벽배송 업체 이용 경험자 120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업체의 서비스에서 개선이 가장 필요한 점으로 응답자 24.1%가 '과대 포장'을 꼽았다.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기왕이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 크리테오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52%는 친환경·비건 등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를 한다고 답했다. 미닝아웃은 'meaning(의미)과 'coming out(드러내기)'을 추구하면 본인의 즐거움을 찾는 행위다. 실제로 이들은 (가격에 상관없이)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터를 활용한 셔츠에 열광하고 '00 뚜껑 반납하기 운동'이나 '빨대 어택' 등의 프로젝트를 펼치며 착한소비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장이나 일회용 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것만으로 변화가 시작된다"면서 "계획적인 쇼핑과 착한 소비를 통해 상품의 배송 횟수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불필요한 소비를 없애 탄소배출을 줄이는 '미니멀 라이프'를 제안한다. 한국교회 탄소중립 캠페인을 펼치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진형 목사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은 생산 구매 소비의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며 우리가 소비한 물건들은 언젠가는 모두 쓰레기가 되고 만다"고 설명하면서 "진정한 필요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가정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기', 교회에서는 '나에게 불필요한 물건은 서로 나누기', 지역사회에서는 '탄소배출이 적은 제품을 우선 구매하기'등의 탄소중립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배송 업체를 찾아보거나 친환경 포장과 배송 방식을 이용하는 업체를 꼼꼼하게 찾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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