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정신과 요소 계승해 한국교회에 다시 생명력 불어넣자

예배 정신과 요소 계승해 한국교회에 다시 생명력 불어넣자

[ 11월특집 ] 위드 코로나시대에 교회의 과제 3. 예배의 회복이 있어야

유갑준 목사
2021년 11월 16일(화) 08:04
지난 10월31일은 504년 전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문에 95개조항의 반박문을 붙이면서 종교개혁의 기치를 올린 종교개혁기념일이다. 과거 중세시대는 교회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철옹성 같은 교회를 상대로 루터가 맨몸으로 싸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참으로 엄청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개혁의 발단은 결코 무슨 조직이 있었다거나 사회를 개혁하자고 하는 거창한 뜻도 없었다. 다만 진실하고 용기있는 믿음의 사람 루터의 신앙적 양심이 발화가 되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으며 그 결과 전혀 새로운 형태의 교회가 태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종교개혁의 바람은 교회개혁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에 커다란 변혁을 일으키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기독교신앙의 최고 가치인 예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중세시대 유럽을 강타한 종교개혁의 힘 못지않은 강력한 코로나 역풍이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동안 속전속결로 백신이 개발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의 위세는 누그러지지 않고 오히려 바이러스가 교회를 정면으로 공격함으로써 교회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있다. 최근 들어서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림으로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사업장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것이 더 큰 화를 부르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든다.

교회 또한 새로운 방역체계 속에서 예배 인원이 늘고 교회의 활동이 생기를 되찾아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모 기관에서 조사한 통계처럼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회당에서 드리는 예배에 한 번도 나가지 않은 성도들의 수가 무려 20%나 된다는 사실은 지금 한국교회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실로 한국교회는 선교 140년 역사 가운데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교회가 진정한 교회가 되려면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의 표현처럼 "항시 개혁되는 교회 (Ecclesia Semper Reformanda)"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개혁교회는 새로워지기 위해서 부단히 갱신하려고 힘써 왔다. 그렇다면 교회의 생명력은 어디에 있으며 무엇으로 유지되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예배학자인 Allmen은 교회의 생명력이 예배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만일 예배를 중단하면 공동체는 죽게 되며, 교회의 생명력은 예배에 의해서 유지되기 때문에 예배는 교회의 심장부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예배가 갱신되지 않으면 교회는 다른 어느 부분에서도 갱신이 되지 않는다"고 한 칼 바르트의 주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개신교의 예배갱신은 종교개혁 이후 계속해서 예배의 의식이나 예배 기구의 개혁보다는 예배자 자신의 갱신에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 예배는 단순히 한 개인이 하나님과의 개인적 교제를 갖는 예배가 아니고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고 함께 지체가 된 신앙공동체라는 큰 틀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독교 예배 갱신의 중요한 과제는 예전의 정당성, 예배의 회중참여, 예배의 신학적 균형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위드 코로나 바람을 타고 교회 안팎에서 회복이니 치유니 부흥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은 성급할 수 있으나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면서 맞이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절하게 대비책을 세우는 것은 아주 지혜로운 조치라 하겠다. 그렇다면 금년을 잘 마감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중점적으로 실천해야 할 목회적 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 예배 회복이다.

예배 회복 가운데 첫째가 현장예배의 회복이다. 교회는 그동안 잃어버렸던 현장예배를 살려야 한다. 예배당에 함께 모여서 역동적으로 예배드렸던 현장예배가 회복되어야 한다. 지금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배당에 나오지 않는 성도들이 상당수 된다. 교회 전문가들의 예상에 의하면 코로나 상황이 완전히 해결되더라도 앞으로 교회에 나오지 않을 교인들의 수를 대략 20%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일선 교회에서는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예배당에 함께 모여서 예배드릴 수 있도록 현장예배를 강조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각종 예배의 특성을 잘 살려야 한다. 우리는 예배를 중시하는 믿음의 선조들 덕분에 여러 종류의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런데 주일 오후예배는 찬양예배로 드리고 있으며 수요일은 기도회로 드리고 있고 금요일은 심야기도회로 드리고 있다. 이런 각종 예배를 드릴 때 그 예배의 특성을 제대로 잘 살리면 우리는 다양한 은혜를 경험하게 되고 예배의 활력화를 꾀할 수 있다. 특별히 말씀과 기도와 찬양은 기독교예배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개혁교회의 대표적인 인물인 칼빈은 주일 낮예배 때는 복음서나 사도행전을 설교했고 밤예배 때는 시편이나 서신서들을 설교했으며 평일 아침에는 구약을 설교했다. 그래서 그는 성경에 나오는 책을 거의 설교할 만큼 말씀사역에 최선을 다했는데 오늘의 목회자들은 예배회복을 위해 말씀준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하겠다.

세 번째는 목회자와 성도들의 영성을 제고하기 위한 훈련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날 개신교는 목회자나 평신도의 영성을 함양하기 위한 구체적인 훈련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그저 주먹구구식으로 신앙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 영성의 역사를 보면 말씀훈련으로는 '렉시오 디비나' 기도훈련으로는 구심기도와 반추기도가 있다. 한국교회 기도 하면 우선 통성기도 하나만 떠오른다. 그런데 구심기도와 반추기도는 그냥 일방적으로 외치는 통성기도와는 대조적으로 말씀을 묵상하면서 듣는 기도이다. 이런 다양한 영성훈련에 대한 지침서를 만들어서 활용한다면 예배회복을 위해 훨씬 좋은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이제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의 변곡점에서 우리는 개혁교회의 최고의 가치인 예배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개혁자들이 모질게 고난과 박해를 받으면서도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예배의 정신과 요소를 온전히 계승해서 한국교회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유갑준 목사(송정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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