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선교사들의 영적·물질적 어려움도 기억해야

우크라이나 선교사들의 영적·물질적 어려움도 기억해야

[ 기자수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03월 22일(화) 17:52
"우크라이나 선교사들은 모두 트라우마를 입은 상태일거예요. 한국에 온 지 몇 주 되니까 힘든 마음이 몰려옵니다. 7시간의 시차가 있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파악하고, 현지와 연락을 하기 위해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멍하니 눈물만 흘리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지난 15일과 18일 교단 총회를 찾은 교단 파송 우크라이나 선교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선교사들은 피난민으로서의 어려움과 함께 두고 온 현지 교인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한 선교사는 "21세기에 전쟁 피난민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하고, "이틀 전까지만 해도 연락이 되던 현지 사역자가 연락이 끊겨 너무 걱정되는데 안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하다"며 결국은 울음을 터뜨렸다.

러시아의 침공이 장기화될 줄 모르고 접경국인 불가리아에서 대기하다가 침공이 끝나는데로 사역지에 들어가겠다고 남편은 남고, 나머지 가족은 한국으로 온 선교사 가족은 의도치 않게 이산가족이 됐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을 겪었던 선교사의 아이들은 지난 2월 러시아 침공의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불면증을 겪는 동시에 음식을 먹으면 체하기 시작했다. 당시 러시아 군인들의 수시검문과 위압적인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던 아이들은 파리가 윙윙거리는 소리에도 헬리콥터 소리가 난다며 두려움을 표현할 정도로 트라우마 증상이 나타났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선교사들의 자녀들은 원치 않게 학업이 중단되어 한국에서 새롭게 학업을 이어가야 할 지 자체적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현지에서 치과의사 인턴 과정에 있던 선교사 자녀는 자신의 미래가 불확실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재한 러시아대사관 앞으로 반전 시위를 하러 간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선교지를 떠나야 했기에 제대로 필요한 물품을 챙겨오지 못한 선교사들은 필요한 의류 및 생필품 구입에 예기치 않은 재정이 들어가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총회를 방문한 우크라이나 선교사들은 "매일 뉴스를 보며, 현지인들과 연락하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일밖에 할 수 없어 가슴이 아프다"라며, "우리들은 모두 정신적 외상을 입은 상태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교회는 우크라이나 난민 구호 이외에도 현지에서 사역하던 선교사들의 고통과 어려움도 돌아봐야 한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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