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 속 생수 돼준 교회, 고마워요"

"고단한 삶 속 생수 돼준 교회, 고마워요"

[ 아름다운세상 ] 익산 삼일교회의 '참새 방앗간', 시민들 칭찬 이어져 … 전국서 견학 몰려
교인들은 에코백 활용한 '틈새방앗간' 운영, '좋은 이웃 되기' 실천 중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22년 08월 15일(월) 17:47
익산 삼일교회가 운영 중인 '참새방앗간'. 이웃들의 쉼터인 이곳은 이웃 도시에까지 소문난 명소가 됐다.
【익산=이수진 기자】 "방앗간 때문에 올 여름 참 편하게 잘 지냈습니다. 고맙습니다." "힘들 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너무 좋습니다. 소중한 물 한 모금, 감사한 마음에 품고 갑니다."

후텁지근하고 땡볕이 지속되는 요즘 같은 계절에는 차가운 생수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절실하다. 누구나 와서 고단함을 내려놓고 생수 한 모금 얻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되어 주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익산 삼일교회(진영훈 목사 시무)의 '참새 방앗간'이다. 365일 운영되는 이곳은 때로는 택배 아저씨들의 쉼터로, 라이딩 족들의 자전거 수리소로, 만경강 나들이객들의 그늘막으로, 우산을 빌려주는 대여소가 된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해 3월 생수와 커피를 무료로 나누며 시작된 이 공간은 1년 여가 지난 지금 익산시를 넘어 인근 지역에까지 소문난 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햇빛이 유난히 뜨겁던 지난 2일 교회 앞 마당에 위치한 '참새방앗간'에서 진영훈 목사를 만났다. "저희가 교회 건축 이후 화장실과 주차장은 물론 건물 전체를 개방했을 때도 박수 받지는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웃들을 위해 만든 '참새방앗간'으로 인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고 있어요. 감사할 따름입니다"라며 웃었다.

농촌 지역인 이곳의 방앗간을 이용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100여 명, 주말에는 250~300명 가까이 된다. 24시간 운영되다 보니 라이더들은 바퀴가 펑크 나거나 수리가 필요하면 우선 이곳을 찾는다. 특히 야간에 불이 밝혀져 있고, 무료로 사용하며 시원하기까지 한 곳은 방앗간이 유일하기 때문. 펌프 등 필요한 도구를 놓아두고 서로 공유하며 사용하는 중이다. 교회 앞 정류장이 종점인 버스의 기사는 방앗간을 꼭 들러 청소한 후 커피 한잔을 하고 떠난다. 가가호호 택배를 배달한 기사도 이곳에서 시원한 생수를 챙겨 마시고 다시 나선다. 교인들은 틈만나면 청소하러 들르고 물품을 채우려고 한다. 이 공간에서 이용되는 물품은 모두 무료인데, 자고 일어나면 생수 박스가 또 커피 박스가 교회 앞에 놓여 있기도 하다. 이제는 교인들과 이용자들이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 됐다.

진 목사는 참새방앗간을 교회의 처마에 비유했다. 그는 "예로부터 건물의 처마는 비를 피하고 무더위에 그늘이 되어주는 의미 있는 기능을 감당해 왔다"며, "잃어버린 처마의 기능을 건물 외부의 컨테이너를 활용해 되살려냈다. 참새방앗간은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한 교회의 처마"라고 설명했다.

이 교회 앞으로는 망경강이 흐른다. 강줄기를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나있고, 둑방길로는 차량도 소통한다. '둑방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으면…' 했던 교회에 지난 4월 그 바람이 이뤄졌다. 방앗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시에 민원을 넣어 둑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생긴 것이다. 어느 날엔가 "자꾸 삼일교회를 도와주라는 민원이 들어오는데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냐"며, 익산 시장에게서 전화가 왔더란다. 교회에 감사하다며 "방앗간이 교회마다 몇 개 더 있으면 좋겠다"는 통화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생긴 일이다.

마을에 있는 정자에 놓여져 있는 철새방앗간.
지난 4월 참새방앗간 이용객들의 민원으로 교회 앞에 생긴 계단.
개척교회에 나눠주고 있는 전도지 앞에 선 진영훈 목사.
삼일교회에는 컨테이너 방앗간인 '참새방앗간' 외에도 마을에 있는 정자 세 곳에 매일 생수 10통을 채워놓는 '철새 방앗간'과 교인들이 대문에 생수나 사탕, 견과류 등 가정에서 나누며 섬길 수 있는 것들을 에코백에 넣어 걸어두는 '틈새방앗간'을 운영 중이다.

진 목사는 "택배 아저씨, 청소 아주머니 등 우리 곁에 있으나 소홀하기 쉬운 분들을 섬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교인 20 가정 정도가 시내에서 틈새방앗간을 운영 중이라고 귀뜸했다.

요즘은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방앗간 견학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모으고 있는 참새방앗간. 운영에 있어 반드시 주의할 점으로 진 목사는 "'싹쓸이'를 당해도 분내하지 않을 용기"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방앗간 초기 생수 30병을 싹쓸이 하는 범인(?)을 쫓아간 적이 있다. 처음에 화가 났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전동 휠체어를 타고 40분을 달려온 할머니였다. 알고보니 어려운 분이셨다. 겁에 질린 할머니에게 '언제든지 오셔도 된다. 그런데 도로가 위험하니 우리가 생수를 가져다 드리겠다'고 했고, 지금도 교회로 생수 요청이 오면 배달하고 있다"면서, "의도와 다르게 몽땅 가져가는 분은 100 명 중 두 명 정도다. 그러면 해볼만 하지 않는가. 100명 중 10명이라도 해볼만 한 일"이라며, "좋은 이웃이 되려는 마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위치한 곳에서 동그라미를 그려 반경 500미터 안에 있는 소상공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사항도 덧붙였다.

"우리는 우리 지역에 맞는 옷을 입었다"고 말하는 진 목사는 "좋은 이웃이 되려고 하는 일이 오히려 지역의 소상공인과 멀어지는 일이 되선 안된다"며, "편의점, 마트 소상공인들에게 이런 일을 하려 한다고 양해를 구하고 대신 그 소상공인들의 물건을 교차로 사주는 형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교회는 아이스팩을 수거해 소독하고 다시 소상공인들에게 나눠주는 지역의 한 시민단체에게 교회 주방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기자가 찾아간 날 교회의 건물과 건물 사이 그늘에는 환경정비를 하러 나온 노동자들이 휴식시간을 그곳에서 보내고 있었으며, 인터뷰 중에도 방앗간을 이용하는 이웃들의 걸음은 쉼 없이 이어졌다. "이런 교회는 시민들이 지켜줘야 혀"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뭉클했다는 진 목사는 "한국교회가 작지만 섬길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면서 "그래서 교회를 향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시민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수진 기자


삼일교회는 최근 아이스팩을 재활용해 소상공인을 돕고 있는 시민단체에 교회 주방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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