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디드 올! 힐링 투게더, 해피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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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세상 ] 45년 동안 무료진료 펼친 최경숙 원장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1월 17일(화) 15:01
최경숙 원장은 의료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을 찾아가 무료진료를 펼치고 있다.
"내 이름은 최경숙이에요. 하늘 나라 갈 때까지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임받고 갈 수 있게 내 이름 잊지 말고 기도해줘요."

사람들은 그를 '의료봉사의 대모 최경숙'라고 부른다.

국내외 가리지 않고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내고 돌본지 45년째다.

70을 넘어서는 그는 여전히 '산부인과 전문의'로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고 또 여전히 의료봉사로 삶을 채워나가는 중이다.

"최경숙이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야죠. 그게 하나님 부르심 아니겠어요?"

지난 늦은 무렵, "우리교회가 너무 예뻐서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제안으로 분당할렐루야교회에서 최경숙 원장(미래여성병원)를 만났다.

그 즈음,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 제22회 우정선행상 대상을 수상한 최 원장은 "지난 시간은 모두, 갓 디드 올(God did All)!"이라고 소감을 전하면서 "남은 시간 더욱 어렵고 힘들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해 바치겠다"고 했다.

우정선행상은 우리 사회의 숨겨진 선행과 미담 사례를 알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최경숙 원장은 '45년이라는 오랜 기간동안 자신의 전문 분야를 바탕으로 아낌없이 봉사를 꾸준히 펼쳐온 점'이 인정돼 수상했다.

그의 '숨겨진' 선행과 미담은 산부인과 레지던트 2차인 1976년, 김수환 추기경의 권유로 시흥동 판자촌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것에서 시작됐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특별함은 '컴패션(자비)'"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동정이나 연민보다, '고통'을 먼저 느꼈다"고 했다.

"눈물이 나서 참을 수 없었어요. 심장에 찌를 듯한 고통이 느껴졌고 그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 밖에는 없었어요."

의사였던 그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아픔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했다. 의사였기에 '의료'를 도구로 그들의 호소에 응답하자!

삶의 곳곳에서 다양한 때에 그는 그렇게 무료 진료에 참여하다가 '최경숙'이라는 이름으로 봉사단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현장을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은 1993년 '소록밀알회'를 만들면서다. 소아과 전문의인 남편 최병한 씨와 '소록밀알회'를 통해 한센인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매년 1월과 8월이면 약꾸러미를 잔뜩 챙겨 어김없이 섬으로 들어가 그들을 만난다.

"소록도 한센인들을 처음 봤을 때 끓어오르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그는 "왜 이렇게 몹쓸병을 허락하셨냐고 펑펑 울면서 기도했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을 향한 원망보다 뜨거운 믿음으로 신뢰했다. 소록도 한센인들은 내 힘의 원천이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우정선행상 대상을 수상한 최경숙 원장
소아과 전문의인 남편 최병환 박사. 최 박사는 아내 최경숙 원장과 의료선교사의 사명을 품고 무료진료를 실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999년 유방암 4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둔 어느 날 밤,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뒤척거리다가 그의 표현대로 '소록도 식구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최 박사 걱정하지마. 괜찮아. 우리가 기도할께."

"소록도 식구들의 '중보'로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까지 모두 잘 마칠 수 있었고 이렇게 '연장된 생명'으로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헌신하겠다고 다짐했죠."

암을 이겨낸 후에는 소록도를 넘어 전 세계의 나환자 촌으로 떠났다.

최첨단 의료기구를 공수해 내과 정형외과 안가 이비인후과 등 각과의 전문의와 간호사, 일반 봉사자까지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봉사단을 꾸려서 아프리카 인도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을 찾아나섰다.

국내 저소득층 지역의 주민들을 찾아가고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소년소녀가장, 무의탁 노인, 외국인근로자, 노숙인과 쪽방촌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 달려간다. 이라크 아이티 필리핀 네팔 지진 등 전 세계 긴급구호 현장에도 최 원장이 있었다.

봉사에 대한 열정으로 그는 고대의대여자교우회 의료봉사단을 창단했고 (사)선한의료포럼, 대한의사협회 '의료사랑나눔'을 이끌면서 봉사활동을 확대했다. 대한기독여자의사회장,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 부단장, 한국여자의사회 해외의료봉사위원장, 굿피플의사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고대교우회 의료봉사단장, (사)선한의료포럼 단장, 밀알장애인복지회 의무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오늘도'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찾아간다.

"왜냐구요? '힐링 투게더, 해피 투게더' 해야죠.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시니까요. 돈이 없어서 몸이 아픈데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됩니다. 가능한 모든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고 약도 처방받아야죠."

"고통받는 이웃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하는 본분이 내게 있다"는 최 원장은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면서 "내 이름 잊지 말고 기도해줘야해. 아낌없이 쓰임받다가 천국가요."라고 거듭 기도를 당부했다.

가족력으로 심장이 좋지 않은 최 원장은 요즘 다시 힘이 난다. 코로나19로 의료봉사를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하다가 다시 시작하게 됐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된 의료봉사가 너무 기뻐서 준비도 더 철저하게 하죠."

의료진과 간호사팀, 치과차량, 결핵검사, 각종 초음파 검사팀, 영양수액 간호사팀, 대체의학 물리치료팀, 접수 및 문진팀, 약국 및 처치팀, 심전도와 골밀도팀 …. 그는 오늘도 봉사팀을 꾸리고 다시 진료를 떠난다. "갓 디드 올"이라고 외치면서.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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