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꿈꾸는 아이들의 희망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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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세상 ] 한무리교회 올키즈스트라의 수해 극복 이야기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3년 02월 21일(화) 15:15
한무리교회 올키즈스트라 음악캠프.
한무리교회 올키즈스트라 음악캠프.
지난해 11월 경기도 안양시 평촌아트홀. 음악을 통해 꿈꾸는 아이들의 희망을 담아낸 연주회가 열렸다. 아홉 번째 연주회 명칭은 '고맙습니다'이다. 뭐가 그리도 고마웠을까. 꿈속에 감사의 마음을 풀어낸 아이들의 연주가 끝났지만, 관객들은 오랫동안 그들의 곁을 떠나지 않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안양노회 한무리교회가 운영 중인 관현악단, 올키즈스트라(지휘자:최호진)의 특별한 연주회를 소개하던 담임 백광흠 목사도 이날 감사의 조건이 된 지난해 여름 물난리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양천에 인접해 있던 교회가 폭우로 침수됐어요. 문을 닫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처참했고, 완전 침수로 올키즈스트라의 연주실뿐만 아니라 모든 공간이 뻘밭이 돼 전쟁터의 참호가 된 것 같았죠.(결국 백 목사는 북받치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함)"

1985년 설립돼 그 당시 예배당을 지켜 온 한무리교회로서는 몇십 년 만에 찾아온 폭우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피해를 입었다. 예배당 1층에 마련된 연습실은 순식간에 침수됐고, 그곳에 보관 중이던 9종의 금관 및 목관악기, 타악기 등과 모든 시설 및 집기류가 진흙탕을 뒤집어썼다. 감당할 수 없는 큰 피해를 입은 탓에 백 목사는 단원들을 향한 걱정과 안타까움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대부분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가정, 한 부모, 다문화 가정 등 지역 주민들의 자녀가 구성원이었기에 마음이 더욱 아팠다. 악기 피해액만 수천 만 원에 이르렀고, 연습실을 포함해 교회 전체가 입은 피해 규모도 1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무리교회 올키즈스트라 음악캠프.
한무리교회 올키즈스트라 음악캠프.
한무리교회 올키즈스트라 음악캠프.
지난해 수해로 올키즈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피해를 입었다.
백광흠 목사는 "침수 후 성도들과 예배를 드리는데 예수님의 시각으로 문제를 보니 그것도 축복이었다"며, "교회는 좀 더 청빈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이웃과 지역 사회를 섬기는데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을 주셨다. 허물어져 가는 낡은 건물을 가진 교회가 수해를 입었지만, 마을에서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선명한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했다.

37년간 잔잔하고 꾸준히 지역 사회를 섬겨온 교회의 안타까운 사연이 지역 주민들의 눈가를 적셨다. 규모와 상관 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귀함을 받았고, 크고 작은 울림으로 거룩한 메시지가 되어왔던 작은 교회의 회복은 마을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모두의 실천 과제로 인식됐다. 그 가운데 교회와 지역 사회의 미래인 다음세대가 든든히 성장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의 뜻이 일맥상통했다.

가깝게는 올키즈스트라를 졸업한 단원 선배들이 작은 후원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본교단 총회를 비롯해 안양노회, 산하 교회와 기관, 합동 교단 소속 등 지역 교회와 기업, 마을 구성원과 단체 등이 혼연일체가 돼 따뜻한 성금으로 힘을 모았다. 작은 사랑으로 큰 사랑의 열매를 맺은 교회는 피해 한 달 만에 연습실을 비롯한 시설 리모델링에 나서게 됐다. 공사에 앞서 시설물 철거에는 유쾌한공동체 소속 노숙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아이들을 위한 뜻깊은 사랑 나눔에 동참하며 감동을 전했다. 추수감사절 즈음에 모든 시설은 기적처럼 복구됐고, 이 같은 '감사 스토리'를 접한 단원들도 사랑에 힘입어 악기를 수리하거나 다시 구매해 연습하며 '고맙습니다' 특별연주회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백광흠 목사는 위기 속 답지했던 큰 사랑에 감사하며 "지역 교회와 마을 주민, 기업과 복지단체, 그리고 심지어 자활 중인 길거리 사람(노숙인)들까지 올키즈스트라 단원들에게 마을공동체가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인지, 어려움을 이겨낼 용기, 낮은 자의 섬김과 실천을 깨닫게 하고, 그것을 다시금 가르쳐주셨다"라며, "모든 단원과 함께 사랑을 전해준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제는 아름다운 그 사랑을 더 크게 나누는 한무리교회 올키즈스트라가 되겠다"고 전했다.

따뜻한 소식에 감동한 올키즈스트라는 최근 안양노회 남선교회연합회의 초청을 받아 특별연주의 기회도 얻었다. 실력 향상을 위해 매주 교회에서 연습에 집중하던 단원들은 지난 2월 충남 군포시청소년수련원에서 '야호 음악캠프 왔당'도 가졌다.

캠프에 참여한 설지원 학생(군포중앙고등학교 2학년)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올키즈스트라 트럼프 단원으로 활동했다"라며, "포기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돼 감사하다. 수해 이후 포기하지 않도록 큰 사랑을 나눠주신 찐 어른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무리교회 지역아동센터장으로 단원들의 활동을 돕고 있는 윤정희 집사(한무리교회)도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그는 "돌봄에 취약한 아이들이 많지만, 올키즈스트라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신앙적으로 변화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라며, "지역 사회에서 교회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화되도록 도와주셔서 기쁘다"고 전했다.

40여 명의 단원들은 캠프 기간 내내 위기 속 피어난 진정한 감사의 열매로 가득했고, 그래서인지 연습 시간은 활기찼다. 자기 몸만큼이나 악기를 소중히 다루는 손길은 진지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했다.

갈릴리지역아동센터장 김희영 집사(갈릴리교회)는 이런 단원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올키즈스트라 단원들은 졸업 후에도 지역 교회에서 다양한 악기로 봉사를 하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한 교회에서 소그룹 연주회를 하며 성도들에게 큰 감동도 전했다"고 전했다

기쁨지역아동센터장 편지영 집사(산울교회)는 "감사한 것은 올키즈스트라를 졸업한 선배 단원과 후배 단원들의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하며, "관계 속에서 청소년들이 계속해서 꿈을 꾸고, 변화를 경험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녀로 성장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올키즈스트라는 2023년 상반기, 14년째 이어온 정기연주회를 준비 중이다. 앞서 특별연주회로 감사의 마음을 정성껏 전했던 단원들은 다시 한번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가득 담은 연주로 세상을 아름답게 빛내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한 한국교회의 기도와 사랑을 요청한 백광흠 목사는 "이 땅의 모든 자녀가 각자의 자리에서 희망을 꿈꾸고, 희망을 연주할 수 있도록 헌신과 수고를 멈추지 않겠다, 그 일에 한국교회가 함께 하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 "모든 아이들의 작은 울림이 더 큰 감사의 열매를 맺길 기대하고, 기도한다"고 전했다.

수해로 진흙탕으로 가득한 연습실
유쾌한공동체 노숙인들이 수해 후 아이들의 연습실 철거를 위한 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유쾌한공동체 노숙인들이 수해 후 아이들의 연습실 철거를 위한 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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