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청년과 시골 노년의 '아름다운 연합'

도시 청년과 시골 노년의 '아름다운 연합'

[ 아름다운세상 ] 입암성은교회 32살 청년 목사의 농촌목회 사역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3년 05월 03일(수) 07:57
2022년 6월 송도예수소망교회 청년들이 입암마을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입암성은교회가 위치한 남원시 금지면 입암마을은 1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 남원 = 최샘찬 기자】 전라북도 남원시 금지면 입암마을에 청년들이 찾아오고 있다. 100여 가구밖에 살지 않는 조용하고 작은 시골마을에, 자기 인생 살기 바쁜 청년들이 내려와 마을 어르신들을 만난다. 도시와 농촌, 교회와 마을, 청년과 노년 사이에서 남원노회 입암성은교회(박소명 목사 시무)가 '연합'으로 접점을 만들고 있다.

송도예수소망교회 청년과 마을 어르신.
만남은 코로나가 잠잠해진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2022년 6월 송도예수소망교회, 7월 서울 동안교회, 23년 1월 순천 쉴만한교회에서 청년들이 왔다. 올해 동안교회 청년들이 재방문하고, 마포교회 청년들도 입암마을을 찾을 계획이다. 만남의 매개체가 된 입암성은교회는 지역 어르신들의 필요를 잘 파악해 도시교회 청년들에게 알리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감당했다.

2022년 7월 서울 동안교회 청년들이 방문해 장수사진을 촬영했다.
입암마을을 방문한 청년들은 각자 다른 일을 했다. 마을회관에서 노래하며 잔치를 벌이거나, 장수사진을 촬영해 드리거나, 농촌 일손을 도왔다. 청년들은 일방적으로 준비해온 사역이 아니라 마을에서 요청한 것을 도왔다. 각자 다른 봉사활동을 했지만, 모두가 같은 피드백을 하고 돌아갔다. "너무 좋았다.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이었다. 힐링 된다."

남원노회 입암성은교회.
각박한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청년들은 이곳에서 잠시 멈춘다. 그때서야 비로소 미뤄온 고민을 하나씩 꺼낸다. 삶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그들 옆엔 두 세대를 앞선 선배들이 있다. 삶을 나아가는 시기의 고민들을, 삶을 정리하는 시기의 선배들이 따뜻하게 들어준다. 함께 일하고 웃고 먹으며, 신앙의 교제와 삶의 지혜를 나눈다. 십자가 아래에서 세대 간의 연합이 이뤄진다.

사실은 청년들도 목이 말라 있었다,
세대를 먼저 살아간 어른들의 지혜에…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평안한 쉼을 얻으며 삶의 방향을 고민해본다


동안교회 청년들이 찍어준 장수사진.
마을 어르신들은 멀리서 찾아온 청년들의 방문 자체를 귀하게 여겼다. 교회 어르신들에게도 요즘 같은 시기에 믿음을 지키는 청년들이 이쁘게만 보인다. 농촌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어서 하지 못한 일들, 시골교회로서 인력이 부족해 채울 수 없었던 부분을, 청년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이뤄나간다.

2023년 1월 순천 쉴만한교회 청년들이 방문해 농촌일손을 도왔다.
'연합'을 지향하는 입암성은교회를 통한 만남은 기존의 프로그램과 달랐다. 낮에는 고생하며 농사일하고 저녁엔 청년들끼리만 예배 드리는 활동은 지양한다. 뜨겁게 기도하며 비전을 구하고 도전 받는 수련회와도 다르다. 조용한 농촌에서 경험하는 '영적 힐링'과 어르신들과 갖는 '밀착 소통'이, 기존의 농선봉(농촌선교봉사활동)과 아웃리치, 수련회와 멘토링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를 만들었다.

지난 2월 히엘워십 찬양팀과 함께한 4개교회 연합찬양예배.
사실 청년들에게 '연합'은 매우 익숙한 활동이다. 그들은 연합이 아니라 '콜라보'(Collaboration)라고 부른다. 청년들은 익숙한 브랜드나 좋아하는 아티스트 간의 협업에 익숙하다. 또한 브랜드 경험을 단번에 만끽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를 방문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들에게 입암성은교회는 도농 세대 간의 '콜라보플랫폼'이자, 농촌교회를 경험시키는 '팝업스토어'처럼 다가가고 있다.

2022년 8월 남원노회 5개 교회가 연합해 여름성경학교를 개최했다. 뒷줄 중앙 검은색 옷을 입은 청년이 입암성은교회 박소명 목사.
도시 청년과 농촌 장년의 연결 외에도, 입암성은교회는 '다음세대'를 위해 지역 내 교회와 교회 간의 연합에도 힘쓰고 있다. 청년층이 사라진 농촌에는 다음세대를 향한 손길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교회 연합으로 극복하고 있다. 입암성은교회는 2022년 8월 5개 교회의 여름성경학교, 23년 2월 히엘워십찬양팀과 함께한 4개 교회 연합찬양예배, 4월 11개 교회가 모인 부활절 연합찬양예배 등에 적극 참여했다.

십자가 아래서
교회와 마을이 연합하고
세대가 하나 되고
교회와 교회가 만납니다


자립대상교회 입암성은교회에 2019년 7월 담임전도사로 부임해온 박소명 목사.
입암성은교회가 청년들의 코드와 지역사회의 필요를 연결시킬 수 있는 이유는, 젊은 담임목사의 영향이 크다. 1992년생 32살 박소명 목사는 2019년 7월 교회에 담임전도사로 부임해 5년째 사역하고 있다. 부임 직후 코로나가 발발해 어려움도 있었지만, 오히려 마음밭 넓은 성도들과 함께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소명'을 두고 기도하는 시간이 됐다.

송도예수소망교회.
박소명 목사는 '연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로나로 3년간 교회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2022년 여름부터 교회와 교회가 연합해 젊은 청년들이 시골 마을을 섬기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했습니다. 이웃 사랑을 실천할 때 교회는 회복되었고, 마을 주민분들은 교회가 교회다웠다는 감사함을 고백했습니다. 교회와 교회의 아름다운 연합을 통해 하나님의 선한 영향력을 나타내고자 합니다. 입암성은교회는 도시교회와 시골교회의 아름다운 연합을 기대합니다."

입암성은교회와 박소명 목사.
농촌 자립대상교회에 90년대 젊은 목회자가 활동하기엔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같은 노회 목회자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이겨나가고 있다. 남원노회(노회장:김남중)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손양우)와 서시찰회(시찰장:하승용)는 입암성은교회의 연합사역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차량과 공간 등 부족한 부분도 언제든지 도와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노회의 협력과 응원 속에서 입암성은교회의 연합사역이 동반성장위원회 세미나에서 사례로 발표되기도 했다.

 자립대상교회 입암성은교회에서 2013년부터 시무해온 고 박한기 목사(왼쪽)와 2019년 7월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은 박소명 목사(오른쪽).
한편 2019년, 당시 28살 신대원 3학년이었던 박 목사가 농촌 자립대상교회에 담임전도사로 부임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교회엔 60~90세 30여 명의 교인이 출석하고, 입암마을의 100여 가구 중 10년 후엔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도 예측됐다. 마을이 사라지면 교회도 사라지기에, 단순히 양적 성장의 관점에선 희망이 적은 곳이었다.

그러나 박소명 목사는 그의 부친이 삶으로 보여준 신앙에 영향을 받았다. 2013년부터 입암성은교회를 섬기던 박 목사의 부친 박한기 목사는 2019년 3월 암으로 불치판정을 받았지만, 죽을 때까지 교회를 지켰다. 2019년 7월 21일 주일 박한기 목사는 강단을 마지막으로 지키고, 다음날 7월 22일 별세했다. 7월 22일은 박소명 목사의 생일이었다.

박소명 목사가 교회 앞 공터를 보며 교육관 건축의 비전을 말했다.
자립대상교회 입암성은교회에서 박소명 목사는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그는 '연합'과 삶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의 교차점에서 거룩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최근 고난주간에 한 성도를 떠나보낸 그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의미 있게 사역하는 것 중 하나가 성도님들을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이예요. 고난주간에 돌아가신 성도님도 제가 매주 병원에 모시고 다녔는데, 월요일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 받고 돌아오신 후 그날에 부르심을 받으셨어요. '제가 나이는 어리지만 담임목회자로서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해야겠구나, 정말 하나님 앞에서 말씀을 잘 전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교회 앞 공터를 가리키며 박소명 목사는 이곳에 교육관을 건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처음 강사료로 받은 사례, 20만 원으로 건축통장으로 만들었고, 성도님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이곳에 교육관이 세워지면 농촌교회끼리 연합해 사역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도시교회 청년들도 편하게 머무를 수 있을 거예요."

박소명 목사의 MBTI는 ESFJ였다. 사람 좋아하고 외향적인 그가 많은 친구들을 서울에 남겨두고, 남원에서 목회하는 모습이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박 목사는 그곳에서 주님이 자신에게 맡겨주신 일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처럼 '소명'을 찾아나가는 박 목사의 연합사역이 가져올 열매들이 기대된다.

입암성은교회 성가대.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