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한 곳, 청년이 간다

도움이 필요한 곳, 청년이 간다

[ 아름다운세상 ] [아름다운세상]강남동산교회 청년부'가보다 프로젝트'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7월 19일(수) 06:52
강남동산교회 청년들과 한아름복지회 박민선 이사장(맨 왼쪽), 청년부 담당 박승율 목사(맨 뒷줄 가운데).
박민선 이사장과 독거노인을 찾아가 말벗 봉사를 하는 청년들.
꿈밭에사람들에서 봉사하는 청년들.
#1

"할머니! 더운데 어떻게 지내셨어요? 어디 아프신데는 없으세요?"

"할머니! 저희가 청소해 드릴께요! 좀 쉬고 계세요"

"할머니! '예쁜 총각' 파마 했어요. 어때요? 더 이뻐졌어요?"

"할머니! 이건 모기약, 이건 바퀴벌레약, 이건 날파리약 …"

청년들이 할머니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쫑알쫑알' 이야기를 시작했다.

좁고 어두운 방에서 혼자 외롭게 지냈던 할머니는 '손주'들이 찾아와 살갑게 말벗이 되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행복한 표정이다.

"좋지 좋아. 고마워. 안오면 보고 싶고 기다려지지. 진짜 손자 손녀 같이 좋아요."

지난 16일 주일 예배를 마친 강남동산교회(고형진 목사 시무) 청년들이 지역의 독거어르신을 찾아가 안부를 확인하고 말동무가 되었다.

눈이 잘 안보이는 어르신들의 집에 있는 먼지를 닦아내고 청소도 한다. 외로운 어르신들을 위해서 삼겹살 파티를 열고 날이 좋으면 손잡고 산책도 나선다.

이날의 컨셉은 '해충박멸'.

봉사팀의 맏형 최재형 씨는 "지난 달 방문했을 때 모기도 많고, 지네도 기어다니는 것을 보고 해충약을 준비했다"면서 "청소도 해드리고 싶은데 할머니께서 청년들이 힘들까봐 못하게 하신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우리가 이분들을 돕고 있다고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면서 "그저 어르신을 찾아뵐 때마다 우리들의 마음과 손길이 위로가 되는 것 같아 감사할 뿐"이라고 심정을 전했다.

#2

또 다른 청년들은 여성장애인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꿈밭에사람들'에서 피해 여성들의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김유미 씨는 "청년 봉사자분들이 매달 와주셔서 새로운 취미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 "이날이 매일 기다려지고, 기대가 된다"고 했다. "오늘은 무슨 프로그램이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 선생님께 여쭤봤다"는 유미 씨는 "날이 좋아지면 영화보러 가고 싶다"는 바람도 귀띔했다.

청년들은 여성들과 양재천을 산책하기도 하고 함께 떡복이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어떤 날은 작은 소품을 또 어떤 날은 예쁜 액세사리를 만들면서 정서적 교감을 나눈다.

봉사팀 이세은 청년은 "한 여성으로서, 아픔이 있는 여성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어서 이 봉사를 선택했다"면서 "지금 이분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이 분들이 어려움을 공감하지 못했을 것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런 섬김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어 좋다"면서 "더 많은 청년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3

매월 마지막 주일은 강남동산교회(고형진 목사 시무) 청년들이 지역사회로 흩어져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실천하는 '가보다 프로젝트'가 있는 날이다.

코로나19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했다. 재난 앞에서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들은 보호 받지 못했다. 청년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청년부 박승율 목사는 "재난의 차별을 목도한 청년들과 '하나님이 진정 기뻐하시는 일이 무엇일까' 함께 고민하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를 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전국을 찾아다니며 봉사 활동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일회성이 아닌,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섬김을 이어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고, 결론을 냈다. "우리 지역에서 이웃을 돕는 이들을 돕자!"

'가보다 프로젝트'는 청년 8목장의 60여 명이 팀을 이뤄 각각 섬김의 장소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다.

누구는 따뜻한 밥과 반찬을 직접 만들어 포장하고 배달 하는 '노숙인밥차봉사'를, 누구는 창조세계를 보존하기 위해 전 교인을 대상으로 '환경바자회' '플라스틱 줄이기' '차없는 날' 운동을 펼치고 우유팩을 수거해 화장지로 바꾸는 '환경운동'을 한다.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크리스천 농아인들의 예배에 찾아가 함께 하며 소통하며 '벗'이 되기도 한다.

#4

독거어르신 '말벗' 봉사는 사단법인 한국한아름복지회(이사장:박민선)와 협력한다. 복지회는 노인과 장애인, 여성을 섬기는 사회복지 시설이다. 지역 독거어르신들에게 매일 도시락을 배달하고 안부를 확인할 뿐 아니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여성 장애인을 24시간 보호하는 시설 '꿈밭에사람들'을 운영한다.

박민선 이사장(온누리교회 출석)은 "매달 청년들이 찾아오는 것을 어르신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면서 "청년들은 어르신들에게 봉사자가 아니라 진짜 손주로 생각하시기 때문에 마음의 문도 빨리 여시고 정서적으로도 더욱 안정감을 느끼신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청년들이 현재 3가정을 방문하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청년들과 함께 대화하고 싶어하셔서 점차적으로 방문 가정을 늘려나갈 계획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꿈밭에사람들' 섬기기에 대해서도 "이분들이 평일에는 학교에 가거나 직장에 다니지만 주말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다"면서 "청년들과 함께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대인관계나 사회성 향상에도 도움을 받기 때문에 청년들의 섬김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반겼다.

#5

박승율 목사는 "요즘 청년들은 의미있는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가치 있는 일에는 '돈쭐'내는 MZ세대다"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선교헌금이 늘어났고, 선교활동비를 청년들의 헌금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선교의 선순환도 이뤄지고 있다. 환경운동팀에서 우유팩을 수거해 화장지로 교환하면 그 화장지를 다시 독거어르신에게 전달한다. 양계축사를 하는 자비량 목회자를 돕기 위해 비록 '비싼 계란(?)'을 구매해, 계란볶음밥으로 노숙인을 섬긴다.

'가보다'에는 크리스천이 아니어도 된다. 봉사에 관심있는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환영.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복무했던 지역의 청년이 노숙인 밥차에서 쉐프로 활약 중이라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것은, 누군가에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이 든든할 것이다. 기독청년들이 내민 따뜻한 손길은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최은숙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