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북적대는 담 없는 건강한 교회

지역주민 북적대는 담 없는 건강한 교회

[ 우리교회 ] 포항남노회 포항동부교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5년 11월 09일(월) 18:41
   
 

【포항=표현모 기자】 POSCO의 전신 포항제철이 1968년 국가정책에 의해 수립될 때 제철소 건설로 인해 인근에 살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은 갑자기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 가난하고 힘 없는 포항동부교회의 교인들도 할 수 없이 형산강을 건너와 다시 어렵게 교회를 꾸려가기 시작했다. 포항동부교회의 역사는 그렇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명맥을 이어갔다. 1925년부터 그렇게 가늘고 길게 이어지던 교회의 역사는 포항제철의 설립으로 인한 지역경제 부흥, 외부 인구의 유입과 더불어 교역자 및 교인들의 열심으로 최근 20~30년간 큰 폭의 성장을 하게 됐다.
 
이렇게 성장한 포항동부교회(김영걸 목사 시무)가 올해 11월로 창립 90주년을 맞았다. 교회당 건축으로 인해 온 역량을 쏟느라 큰 행사를 자제해 온 포항동부교회는 90주년만큼은 하나님께 감사하고, 교인들과 또한 지역주민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90주년을 맞아 포항동부교회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선교'다. 멕시코에 원주민교회 두 곳을 설립하고, 아프리카에 학교를 공동으로 건축했다. 교회 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교회의 본질인 선교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 다음으로 한 일은 전교인 체육대회. 출석교인 2000여 명이 한 장소에 모여 체육대회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인근의 체육관을 빌려 전교인이 함께 웃으며,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렸다. 교회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교인들끼리 유대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11월 들어서는 매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1월 1일에는 포항남노회 교역자 부인회 초청 연주회, 8일에는 창립 90주년 기념예배 및 임직식, 표지석, 성경상, 타임캡슐 제막식, 15일에는 추수감사주일 및 만남의 주일, 극단 디아코노스 초청 연극 'Are You Happy' 공연, 22일에는 교회학교 만남의 주일, 창립90주년 기념음악회 '천지창조', 29일에는 테너 조용갑 초청 간증집회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포항에 기독교 문화를 심는 교회

새성전을 짓기 시작하면서 담임 김영걸 목사는 포항동부교회가 이 지역사회에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교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포항동부교회가 잡은 키워드는 '문화'였다. 포항은 포스코 기업 등이 있어 경제적으로는 발전했지만 문화적으로는 아직도 많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이라는 생각에서다.
 

   
▲ 브라질 선교지를 방문한 담임 김영걸 목사(왼쪽에서 세번째)와 관계자들.


이러한 문화적인 요소는 예배당 인테리어를 할 때부터 반영시키기로 했다. 예배 강단에서부터 교회 내외부의 디자인을 미려하게 꾸몄다. 교회 카페를 만들 때도 컵 하나에서부터 커피 맛까지 일반적인 교회 카페를 뛰어넘는 인테리어와 맛의 질을 선보였다.
 
"카페 이름은 '예향'이예요. 사실 우리 교인들만을 위한 카페라면 퀄리티가 필요 없어요. 우리 성도들은 교회를 이해하고 사랑하니까. 그게 아니니까 질적인 면이 중요했어요. 서울에 가서 눈동냥도 많이 했죠. 총회 문화법인에서 하는 강의도 듣고요. 특히 아내가 신경을 많이 썼어요. 컵에서 컵받침 등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죠."
 
그 결과 교회 카페에는 교인들 보다 주로 지역주민들, 교회에서 모임을 갖는 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카페를 만드는데서 그치지 않고 카페 내에는 지역민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대여까지 할 수 있는 북카페, 양질의 중고물품을 싼 값에 판매하는 '행복한 가게' 등을 설치했다. 이 역시 지역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연극과 음악공연도 교회에서 자주 개최해 문화적 소양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실 교회가 문화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변화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포항동부교회의 문화 목회는 크고 작은 변화들을 일으키고 있다.
 
"교회의 공간, 그리고 문화적인 분위기가 일으키는 변화가 분명히 있습니다. 옛날 예배당에서는 공간이 없으니까 성도들이 예배 드리고 나서 집에 돌아가기 바빴어요. 그런데 요즘은 교회에 한번 오면 머물거든요. 주일날 보면 북카페에서 가족이 함께 책을 보고 있어요. 또, 3대가 함께 만나 스킨십이 일어나더라구요. 지금 카페에는 80~90%가 모르는 사람들이예요. 지역 주민들의 문화의 공간이 됐거든요."
 
물론 이런 일이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긴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카페와 북카페, 행복한 가게 등에서는 꾸준히 자원봉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자원봉사자만 100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 활기가 생기고, 지역주민들에게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껴지면서 자원봉사자들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더 좋아하는 교회

문화교실도 지역주민의 자기계발과 평생교육의 뜻을 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했다. 어린이ㆍ청소년반에서는 다양한 악기와 운동, 영어, 취미 활동, 성인반에서도 첼로, 바이올린, 대금, 풀루트, 기타, 성악, 오카리나, 우쿨렐레, 서예, 생활자수, 필라테스, 한국무용, 발레, 공예, 탁구, 영어 등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교실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은 400~500여 명에 이른다. 이들도 대부분 교인이 아닌 지역주민이다.
 
여기에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체육관을 만들어 배드민턴, 어린이 농구교실을 운영하고, 별도의 탁구장도 마련해 주중에도 항상 외부인들로 붐비는 교회가 됐다.
 
문화 이외에도 포항동부교회는 13곳의 선교지 지원, 14곳의 대내외기관을 돕고 있을 정도 필요한 곳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이 또한, 포항동부교회 정도 규모의 교회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감당하고 있다.
 
담임 김영걸 목사는 "창립 90주년을 맞이하고 이제 100년을 향해 더욱 비상하기 위해 '1만인 성도 운동'을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포항동부교회가 포항에 기독교 문화를 창조해내고, 선교와 봉사를 이끄는 건강한 교회의 역할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창립 100년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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