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믿을만한 친구', 상도중앙교회

중국의 '믿을만한 친구', 상도중앙교회

[ 기획 ] 대를 이은 중국 교회 섬김 30년 … 지도자 양성에 주력, 소수민족 성경번역도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8년 08월 16일(목) 11:00
환하게 웃고 있는 섬서신학원 학생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개방과 개혁 물결이 40여 년 이상 이어져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과 변화를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종교' 분야에서는 허용 보다는 금지가 많은 나라다. 급기야 올 초부터는 '선교사들의 추방'이라는 강경책이 시행되는 곳에서 '믿을 만한 참된 친구'로 인정 받으며, 중국 기독교 지도자들에게는 '따거(형님)'로 불리는 교회와 목회자가 있다.

대를 이어 중국의 교회를 30년 이상 섬겨온 상도중앙교회와 담임 박봉수 목사가 바로 그들이다. 원로목사였던 고 주관준 목사의 중국선교에 대한 열정이 후임인 박봉수 목사에게로 이어져 온 결과다.
상도중앙교회에는 중국선교를 위한 선교회가 따로 조직돼 있다. 고 주관준 목사의 호인 '은천'을 따서 만든 은천중국선교회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선교회에는 700~800명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회비를 내 선교에 동참하고 있으며, 주관준 목사의 후손들로 구성된 미국 지부도 동역하고 있다. 또한 교회의 '선한 뜻'에 함께 하길 원하는 대기업 회장의 동참도 이어져 수십년간 중국 교회와 신학원이 필요로 하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상도중앙교회 은천중국선교회는 20주년 기념으로 방문한 섬서신학원으로부터 잠언말씀이 담긴 42m의 족자를 선물로 받았다. 족자에는 상도중앙교회를 향한 감사와 사랑을 담은 교수진들과 학생 전원의 사인이 담겨 있다.
 
# 때론 '중국선교의 이단아'라 불린 그 교회의'특별한 선교 정책'

외국교회의 주도적인 사역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상도중앙교회는 중국 기독교 지도자들과 협력해서 사역하는 길을 선택했다. 또한 '풀뿌리 부흥' 시대를 맞은 중국 기독교가 턱없이 교계 지도자가 부족한 상황을 보며,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교회를 세우는 것보다 교회 지도자 양성에 주력하기로 정책을 세웠다.
중국의 모든 종교는 국가의 통제 아래에 있으며, 각 성에는 기독교 조직인 '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와 기독교협회' 등 양회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신학원들은 1980년대 중반에 다시 문을 열었거나 새로 세워졌으며, 성 마다 그 형편이 달랐고 성의 기독교 조직과의 관계성은 긴밀했다. 중국교회 지도자 양성은 중국 신학원의 몫이기 때문에 신학원 지원은 물론 중국 기독교 지도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이었다.

생전에 중국선교에 헌신했던 고 주관준 목사.
처음에 교회는 8개의 신학원을 지원했다. 주관준 목사가 10년 가까이 관계를 맺고 후원해 온 신학원을 계속 지원한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자립하는 신학원들이 생겨났고, 한국교회의 후원이 이어져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우리가 계속 지원할 필요가 있는가', '왜 이 신학원을 계속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제기가 생겼고, 선택과 집중할 필요성을 느껴 4개 성의 4개 신학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봉수 목사는 당시를 회고하며 "한국교회의 손이 안미치거나 덜미치는 곳을 지원하려고 노력했다"며,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회족이 살고 있는 섬서성(산시성)의 '섬서신학원', 한족 중심의 교회를 돕기 위해 황하강 남쪽에 있는 하남성(허난성) '하남신학원', 티벳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불교 중심지 사천성(쓰촨성)의 '사천신학원', 소수민족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운남성(윈난성)의 '운남신학원' 등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선교적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지금 중국 내에는 상도중앙교회가 전액 학비를 지원해 공부를 마친, 교회 지도자가 2000명이 넘는다. 지난 20년 간 꾸준히 네 개의 신학원에 매년 평균 100여 명의 신학생에게 전액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이외에도 신학원 건축, 도서관 도서 확충, 교수 요원 계속 교육, 컴퓨터 설비 장만 등 각 신학원의 특수상황에 맞게 지원과 조력을 아끼지 않았다.
 
# 중국 기독교 지도자들의 '따거'로

1997년 교회에 부임한 이래 박봉수 목사는 21년간 중국을 80회 이상 다녀왔다. 갈 때마다 쌓아진 중국 기독교 지도자들과의 돈독한 관계는 중국 선교 사역의 특별한 자산이 됐다. 사역 초기엔 중국에서 신학원을 나온 주관준 목사의 동기들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세대교체가 많이 이뤄져 어느새 박 목사는 그들의 '따거(중국말로 형님)'가 됐다. 박 목사가 중국을 방문하면 중국기독교협회(CCC) 홈페이지에 동정이 올라오고, 성 양회가 만드는 기독교잡지에 실릴 정도다.

교회는 중국교회를 섬김에 있어 '전부'를 지원하지 않는다. 반드시 현지교회가 노력하고 현지 기독교 조직이 힘써야 할 부분을 협의한 후 중국교회가 다 하지 못하는 부분을 상도중앙교회가 맡는다.

현재 상도중앙교회는 중국의 오지에서 사역하는 사역자 80명을 지원 중이다. 신학원 졸업생들의 활동을 모니터링 하는 중에 졸업생들이 오지로 가고 싶어도 '생활비'가 없어 못가고 있는 현실을 보게 됐고, 현지 양회 주석에게 "한국에는 미자립교회 지원이 있다. 중국교회에도 있느냐고 묻게 됐다"고 전했다. 당시 양회도 오지의 교회를 도울 방안을 모색하던 차였기에 "우리가 키운 신학생을 보내면, 그들이 목회하는 동안 우리가 지원하겠다'는 상도중앙교회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게 됐다. 그렇게 중국 목회자의 생활비를 지원한 것도 15년 째다. 어려운 지역의 교회를 선정하는 것도, 그 교회에 알맞은 사역자를 파송하는 일도 모두 네 개 성의 양회가 담당하고 있다.

하남성 기독교협회장이자 하남신학원 원장인 탕위민 목사는 상도중앙교회의 중국 교회와의 교류가 성공적이고 장기적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매번 성을 방문할 때마다 △무엇을 할지, 무슨 생각이 있는지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고 우리의 의견을 묻고 우리의 의사를 존중했으며, △정부의 종교정책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진심으로 우리와 친구가 되길 원했다"고 말하고 있다.(박봉수 목사의 저서 '주의 뜻을 따라 중국을 가다' 중)

성 양회는 물론 정부의 종교국까지 신뢰를 얻는 일의 비밀은 '드러내지 않음'에 있다. 재정지원을 빌미로 중국교회에 뭔가를 요구하지 않았다. 저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했고 필요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사역을 쉬지 않으며 묵묵히 중국 교회를 섬겼다.
소수민족 언어로 번역된 성경을 보여주고 있는 박봉수 목사.
 
# 소수민족이 자신들의 언어로 성경 읽도록 돕다

"2000년대 초반, 운남성의 한 묘족교회를 갔는데 나이 많은 사람들은 한자를 몰라 성경, 찬송을 못 읽고 있는 것을 봤다. 선교사들이 150여 년전에 만들어 놓은 묘족말과 글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언어로된 성경은 없었던 것이다."

박 목사의 눈에 띈 모습은 당시 운남성 양회도 고민하며 계획 중에 있던 일이었지만 재정 충당이 어려워 엄두를 못내고 있던 사역이었다. 양회를 방문했다가 뜻하지 않게 상황을 전해들었고, 성경번역 작업의 경비 지원이 시작됐다.

박 목사는 "당시 우선 묘족 문자로 성경과 찬송가를 번역하기로 했는데, 800만 명이나 되는 부족민 중에 다행히 신학원 출신들이 있었고, 목사·장로가 있었다. 중국말도 알고, 묘족말도 잘 아는 사람들에게 싱가포르에 있는 성서번역전문팀을 불러다가 훈련시키고 감수를 시켜 작업하게 했고, 번역작업을 마치면 운남성 양회의 출판부가 성서출간을 담당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시작된 성경번역은 현재 서리수족, 동리수족, 묘족, 경파족, 와족, 라후족, 흑이족 등 7개 소수민족의 성경이 출간됐고, 백이족, 간이족, 태족, 서리수족 등 4개 민족의 성경이 번역 중에 있다. 이중 서리수족은 성경번역 완료후 주석을 번역 중이며 16개 부족이 자신들의 언어로 된 성경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다.

상도중앙교회와 목양실엔 균자 십자가, 보이차로 만든 부조, 감사의 마음을 담은 꽃편지 등 값어치를 환산할 수 없는 중국의 보물들이 가득하다. 지난 5월 은천중국선교회가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섬서신학원으로부터 받아 온 족자에는 잠언 말씀이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빼곡히 적혀 있다. 42미터나 되는 길이의 족자 여백에는 섬서신학원 교수진들과 학생 전원의 감사와 사랑을 담은 사인이 담겨 있다.

박 목사는 "이제는 중국선교를 새롭게 풀어가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하면서, "중국 교회와의 교류 협력을 통해 중국 기독교인 스스로가 중국을 복음화시키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한 우리 교회의 사역이 중국 복음화를 향한 새로운 방향을 세워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진 기자
중국서 주일학교 지도자 강습회도    '다음세대 가르쳐야 중국교회 미래 있다'며 설득 … 방법만 전수, 콘텐츠는 중국교회가    |  2018.08.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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