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생존의 문제이자 신앙의 문제다

기후위기, 생존의 문제이자 신앙의 문제다

[ 연중기획 ESG ] 새롭게 이롭게-E(12)결산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22년 11월 29일(화) 15:59
덕신교회 앞에 설치된 기후 위기 시대를 알리는 북극곰 조형물.
교회들이 청년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본보는 지난 1월부터 '새롭게 이롭게 ESG' 기획을 통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의사결정(Governance)이 왜 '지속 가능성' 판단의 기준이 됐으며, 교회와 사회는 ESG를 어떻게 인식하고 적용하는지 점검했다.

ESG에서 '환경(E)'이 가장 앞에 나오는 이유는 '환경'의 영향력이 가장 커서이다. '사회(S)'와 '의사결정(G)'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환경(E)' 안에서 작동한다. 그 동안은 기업이나 공동체에 주로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요청됐는데, 이제는 '사회'보다 더 큰 '환경'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이번 환경(E) 기획은 6월 환경주일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연중기획 '기후위기 시대, 크리스찬이 사는법'을 통해 교회가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제시했기에 올해는 환경 문제를 교회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사역의 영역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전개했다.

환경주일이 있는 6월과 그 다음달인 7월엔 환경보호에 앞장선 교회들을 소개했다.

순천남노회 덕신교회(최광선 목사 시무)는 △기후위기의 현실과 원인 △창조세계를 거룩한 복음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의 기도와 영성훈련 △우리교회는 어떻게 응답할까 등을 주제로 6주 과정의 '그린 처치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가뭄과 산불 등의 환경 이슈를 보다 깊히 인식하고 대응하기 위해 '바라보라-지각하라-기도하라-사랑하라'라는 실천단계를 적용하고 있었다.

광주동노회 주산교회(김광훈 목사 시무)도 신앙생활과 친환경적 삶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환경통신강좌', '그린리더교육' 등의 프로그램으로 교인들의 환경 감수성을 높였고, 지역 사회와 연대해 △음식 쓰레기 제로 △대기전력 플러그 뽑기 △여름철 실내온도 26~28도 유지하기 △1인 1톤 온실가스 줄이기 △내복 입기 등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한 농촌지역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운동을 실천하고 있었다.

경남노회 창원 새빛교회(조신제 목사 시무)는 환경주일에 전 부서가 야외에서 예배를 드리고 고통받는 지구와 기후난민을 위해 기도했다. 특히 교회는 매주 교인들에게 배포하는 주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동일한 환경 관련 주제를 6주 이상 주보에 게재해 교인들의 다양한 환경 이슈를 분명히 인식하도록 도왔다. 부서별로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설치해 교회 내 분리배출을 생활화했으며, 상품이나 선물도 텀블러같은 친환경 제품으로 바꿨다.

충청노회 소마교회(임기도 목사 시무)는 교회가 주도적으로 지역에 친환경 농법을 확산시켰다. 2015년 교회를 개척한 임기도 목사는 지역 유기농업인연합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라는 선교적 가치'를 '친환경 농법을 통한 자연의 회복'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교회가 친환경 농법을 직접 지도함으로써 주민들이 교회 문턱을 넘어오게 하는 농촌선교의 모델도 만들어 냈다.

이들 교회들은 공통적으로 '꾸준한 반복 교육'과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 개발'로 교인과 주민들에게 친환경적 사고를 정착시키고 있었다. 또한 네 교회 모두에서 담임목사의 역할이 주효했는데, 환경 보존을 성경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신앙활동으로 구체화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번 '환경' 기획에선 MZ세대의 독특한 시각과 기독교 환경운동가의 호소도 담아냈다.

특히 환경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소비에 반영하는 MZ세대의 인식이 관심을 모았는데, MZ세대는 '환경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88.5%)과 '친환경 기업의 선호도'(68.8%)에서 모두 높은 비율을 나타냈고, 소비를 '책임이 따르는 행동'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았다. 본보가 취재 중 인터뷰 한 서울남노회 과천교회(주현신 목사 시무) 청년들은 '환경 보호를 위해 공부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청년들은 환경 관련 온라인 콘텐츠 찾아보기, 인플루언서 팔로우, 캠페인 참여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교회는 학습과 정보 공유의 장을 제공하고 있었다.

본보는 본교단 목회자 출신 환경운동가 최병성 소장(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도 취재했다. 그는 성경이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로 시작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창조주로 고백하지만 세상을 지켜야 하는 사명은 외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교회가 왜 환경을 돌봐야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는 그는 대홍수 후 하나님이 세우신 새 언약에 땅의 모든 생물이 포함됨을 언급했다. 또한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명을 다스리라'는 성구 역시 '보호와 책임'을 포함한 명령임을 거듭 밝혔다. 이는 왕 되신 예수님의 다스림이 사랑과 섬김이었던 것과도 상통한다. 다스림이란 그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행위가 아닌 것이다. 그는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방안으로 '환경선교사 양성'과 '환경헌금 책정'을 제안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지난 20년 동안 창조세계 보전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1992년 '경건 절제운동 지침서', 2002년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21세기 환경선언문', 2007년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환경선교지침서', 2009년 '경제와 생태정의를 위한 총회선언문', 2021년 '기후 위기 대응 총회 결의문'을 채택하고 시대적 요구에 응답했다.

평균기온이 1.5도만 높아져도 여러 생물이 멸종하게 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고조된다. 또한 이런 불안감은 사회적 불평등과 불공정을 확산시키기도 한다. 총회는 그 동안의 선언을 통해 기후 위기를 '생존의 문제이자 신앙의 문제'로 정의했다. 지금 교회는 '풍요의 욕망에서 벗어나 경건과 절제를 추구하는 삶', '생태 영성에 근거한 청지기적 결단'을 요청받고 있으며, 교회를 향한 이런 환경적 요청은 앞으로 더 급박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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