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있어 깊은 산골 마을은 행복합니다.

교회가 있어 깊은 산골 마을은 행복합니다.

[ 우리교회 ] 서울노회 서후교회, 문화 접하기 어려운 마을에 도서관 설립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5년 10월 27일(화) 15:41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그 곳에서도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한참을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작은 마을 서후리가 나온다.

한껏 무르익은 단풍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아늑하고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 이 곳에 서울노회 서후교회(윤만길 목사 시무ㆍ사진)가 자리잡고 있다.

고개를 넘고 또 넘어 돌고 돌아야만 닿을 수 있는 깊은 산골, 과연 교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외진 이 곳에서 서후교회는 지난 1949년부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며 지역복음화를 위한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서후 1리와 2리를 합쳐 300여 가정이 거주하는 서후리에서 서후교회는 50여 명의 장년이 출석하는 작은 교회다. 하지만 교회는 마을 주변 곳곳 구석구석에 녹아들며 마을과 하나가 되었다. 담임 윤만길 목사가 "교회가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조금씩 실천한 결과이다.

가장 대표적인 결과물이 '서후숲 작은도서관'이다. 지난 5월 개관한 도서관은 교회의 창고를 리모델링 해서 꾸몄다. 교인들의 헌금과 서울노회와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으로 비용을 마련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교인들이 발 벗고 직접 노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회는 도서관이 지역사회의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마을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마을주민들이 직접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도서관을 군청에 등록하고 운영위원들은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깊고 깊은 산 속 '문화'라고는 경험할 수 없었던 주민들은 도서관 개관에 큰 호응을 보였다. 2000여 권의 도서를 구입했고, 독서지도반, 노래교실, 바둑교실, 요가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300여 명의 주민 가운데 3분의 2가 도서관을 이용하고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교회는 또 매주일 1인 1권 도서대출을 권하며 도서관 활성화에 관심을 쏟을 뿐아니라 아이들은 물론 자녀들과 함께 하는 부모 책읽기, 독서캠프 등을 꾸준하게 진행하며 누구나 책으로 넓은 세상을 만나고 삶이 풍성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마을 주민들은 청년들이 떠나고 초등학교가 폐교되면서, 고령의 노인들만 가득했던 이 곳에 '노란버스'가 다니기 시작한 것이 너무 좋다고 입을 모았다.

도서관 앞 잔디밭에서 뛰고 뒹굴며 '깔깔깔' 웃는 아이들의 소리에, 마을도 다시 활기를 찾게 됐다. 특히 도서관 옆에는 '사랑방카페'를 꾸리고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 카페는 서후리의 유일한 마을카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도서구입비, 인건비 등 운영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 윤 목사는 도시교회를 대상으로 수련회 장소를 제공하는 등 수익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장 크다"는 윤 목사는 "주민들에게 삶의 에너지가 되고 있는 도서관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후원이 필요하다"면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음악교사였던 윤만길 목사와 부인 조재숙 씨는 2009년 교회에 부임했다. '60대'가 '청년'으로 불릴만큼 초고령화 된 서후리에서 윤 목사 부부는 먼저 지역의 노인들을 케어하는데 집중했다. 1주일에 한번씩 지역 노인들과 함께 시내로 나가 병원을 돌며 검진을 받았고, 장을 보기도 했다.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봉사센터'도 개소했다. 지역적으로 서비스센터의 왕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종훈 장로가 중심이 되어 사랑방카페 한 켠에 '봉사센터'를 개소하고, 각 가정의 전기부터 생활용품, 전기제품 등을 수리해 주었다.

이같은 작은 섬김은 주민들이 교회 문턱을 넘어서는 계기가 됐다. 윤 목사는 "17명에게 세례를 주었다"면서 "크게 부흥할 수는 없지만 믿지 않는 이웃에게 소망을 전하며 복음을 전할 것"이라며 사역의 방향을 전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도서관을 방문한 신두범 할아버지는 "교회가 마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면서 "내가 죽기 전까지 도서관에 1000권의 책을 기증할 것이다. 지금까지 300권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신두범 할아버지는 "교회가 문화적 정서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감사하다"면서 "나는 교인은 아니지만 교회가 좋고, 교회 사람들이 좋다"고 칭찬했다.

서후교회는 주민들의 작은 신음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 마을에 교회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며, 주민들이 인정하는 서후교회. 이 교회가 뿜어내는 성령의 에너지가 가을바람을 타고 전국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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