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죄, 하나님의 용서(레 4:1~5:13)

사람의 죄, 하나님의 용서(레 4:1~5:13)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4

김선종 교수
2019년 08월 30일(금) 00:00
죄와 부정함은 하나님과 사람과 피조물의 관계를 깨뜨린다. 속죄제는 사람의 죄와 부정함을 없애기 위한 제사이다. 그래서 정결제로 부를 수 있다. 속죄제를 통해서 용서 받을 수 있는 죄는 실수로 범한 죄이고, 고의로 저지른 죄는 공동체에서 쫓겨나거나(민 15:30~31, 35:16~34) 1년에 한 번, 대속죄일에 용서 받을 수 있다(레 16). 이처럼 성경은 사람이 저지르는 죄를 민감하게 여긴다.

속죄제 규례는 죄 지은 사람의 사회와 종교의 지위에 따라 죄에 대한 책임을 다르게 묻는다. 그러한 계층은 제사장(4:3), 이스라엘 회중 전체(4:13), 백성의 지도자(4:22), 평민인데(4:27), 제사장과 이스라엘 회중의 죄는 같은 등급으로 취급되어 속죄물은 흠 없는 수송아지를 제물로 드렸고, 백성의 지도자는 흠 없는 숫염소, 평민은 흠 없는 암염소나 이린 암양, 가난한 사람은 산비둘기 두 마리나 집비둘기 새끼 두 마리, 형편이 더 어려운 사람은 고운 밀가루 1/10에바(약 1.5킬로그램)를 제물로 드렸다. 소제와 달리 기름과 유향은 넣으면 안 되는데, 속죄제는 향기를 내기 위한 제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지위에 따라 제물을 달리 한 것은 하나님은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에 따라 책임을 다르게 물으신다는 것을 보여준다. 큰 역할을 맡을수록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영향력도 더 크게 미친다. 기름 부음 받은 제사장이 죄를 범하면 그 결과가 백성에게 전파되는 심각성이 있다(5:3). 특별히 회중이 저지르는 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성경은 개인의 잘못뿐 아니라 공동체가 집단으로 짓는 죄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인다.

레위기 5장 1~4절은 사람이 저지르는 죄의 예를 보여준다. 먼저 법정에서 위증하거나 증언을 기피하는 죄이다. 사람이 증인 선서를 하고 증인이 될 때, 자기가 본 것이나 아는 것을 증언하지 않으면 죄가 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둘째는 부정한 것, 곧 부정한 사람이나 짐승에 닿는 경우이다. 부정함은 단지 더러운 것을 뜻하지 않고, 사람의 생명을 해칠 수 있는 것,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킨다. 하나님은 사람이 죽음에 노출될 수 있는 부정한 생활을 해서 하나님이 주신 건강을 해치기를 바라지 않으신다. 셋째는 맹세했다가 지키지 못한 것을 나중에 깨닫는 경우이다. 사람이 쉽게 서약하고, 자기가 서약한 것도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속죄제 규정은 사람이 무책임하고 경솔하게 맹세하는 것을 죄라고 규정한다(전 5:4~7). 입다는 서원을 잘못 해서 자기 딸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삿 10~11). 예수님도 맹세와 서약에 대한 말씀을 하시는데, 살아가면서 불필요하게 맹세하거나 서약하지 말라는 것이다. 옳으면 옳다고, 그르면 그르다고 단순하게 말하면 된다고 가르치신다(마 5:33~37).

속죄제는 이러한 죄로부터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방법과 절차를 알려준다. 먼저 공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그 다음에 제사를 드려야 한다(5:5~6). 그런데 속죄제는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고 처벌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하나님의 용서에 최종 목적이 있다. "속죄한즉 사함을 받으리라"는 표현이 일곱 번이나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이 이것을 말해준다(4:20, 26, 35; 5:10, 13, 16, 26). 죄인이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허용하신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은총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지음 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죄 짓지 않고 살아가기를 원하신다. 하지만 사람은 연약하여 죄 짓고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하나님은 하나님의 형상을 잃고 방황하는 백성을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시키시기 위해서 용서 받을 수 있는 길을 제기해 주시는데, 그것이 속죄의 제사이다. 죄는 과녁을 벗어나는 것, 더러운 얼룩, 무거운 짐, 빚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용서는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것, 빚을 탕감하는 것, 완전히 도말하고 지우는 것, 또한 덮어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속죄한다는 뜻을 가진 히브리 낱말 '키페르'는 '덮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죄는 삶에 더러운 얼룩으로 남아 있지만, 하나님이 보자기 같은 것으로 덮어주셔서 못 본 채 하여 주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한없으신 사랑이자 은총이다. 하나님은 사람이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기다리시고,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던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기를 원하신다. 그것은 바로 죄를 인정하는 회개를 통한 것이다. 구약에서 회개는 다시 돌아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자신을 만드신 하나님과 하나님께 지음 받은 본래의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구약 시대의 사람들은 실수로 지은 죄에서 용서받기 위해 속죄제를 드렸다. 하지만 사람은 계속해서 죄를 짓기에 끊임없이 제사를 드려야 했다. 그래서 하나님은 유일한 제물이자 완전한 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죄를 깨끗하게 하신다. 예수님은 단번에 그리고 완전하게 죄의 사슬을 끊어주셨다(요일 1:7~10, 히 9:11~12).

김선종 교수/호남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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