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휴가(레 12:1-8)

출산 휴가(레 12:1-8)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10

김선종 교수
2019년 10월 11일(금) 00:00
레위기 11~15장에 있는 정결법은 그리스도인이 깨끗하고 정결하며, 아름답고 귀한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11장은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을 구별하여,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어떤 음식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 식생활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12~15장에서는 사람의 정함과 부정함, 의생활과 주거생활에서의 정결한 삶을 가르친다.

레위기 12장은 아이를 낳은 산모의 부정함에 대해 다룬다. 여자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면 일주일 동안 부정한데, 월경할 때와 같이 부정하다고 말한다. 8일째 날에는 아기의 포피를 잘라 할례를 베풀어야 한다. 그 다음에도 산모는 33일 동안 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거룩한 물건을 만지거나 성소에 들어가서도 안 된다. 총 40일 동안 산모를 따로 떼어 놓아야 한다. 여자가 딸을 낳으면 두 주 동안 부정하고, 66일 동안 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총 80일 동안 부정하다. 6~8절은 산모가 이러한 부정한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정결한 상태를 회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한다. 정결하게 되는 기간, 곧 40일이나 80일이 지난다고 자연스럽게 정결해 지는 것이 아니다. 기간이 다 찬 다음에 번제로 일 년 된 어린 양 한 마리와 속죄제로 집비둘기 새끼 한 마리나 산비둘기 한 마리를 제사장에게 바쳐야 한다. 경제적인 사정이 어려워 양 한 마리를 번제물로 바칠 형편이 못 되면, 산비둘기 두 마리나 집비둘기 새끼 두 마리를 가져다가, 한 마리는 번제물로, 한 마리는 속죄제물로 바쳐도 된다.

산모 정결법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내용이 나온다.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인데(창 1:27~28), 왜 아기를 낳으면 부정해진다고 하는가? 아들과 딸을 낳을 때, 왜 부정한 기간이 다른가? 자녀를 낳고 왜 속죄제를 드리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정결함과 부정함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정결함과 부정함은 깨끗하고 더러운 것을 뜻하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관점에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정결하고, 죽음의 위협에 노출시키는 것은 부정하다. 사람의 경우에는, 사람의 몸에서 피와 정액과 고름의 액체가 나오는 경우에 죽음에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산모를 부정하다고 말한 이유는 아이를 낳을 때 피를 흘리기 때문이다. 4, 5, 7절에서는 산모가 피로 더러워졌다고 말한다. 그만큼 죽음에 노출되기 때문에 부정하다고 여겼고, 생명에 위험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아기를 위해 결국 자신의 생명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레위기는 여자가 출산할 때뿐 아니라, 생리할 때(레 15:19~24), 하혈할 때에도 부정하게 여긴다. 이것은 피가 생명을 담고 있다는 관념(레 17:11, 14)과 연관된다. 피를 흘리는 사람은 더럽기 때문에 부정하지 않고, 죽을 위험에 있기 때문에 부정하다.

부정함의 강도와 정도에 따라 부정한 기간도 다르다. 부정한 사람은 하나님과 공동체로부터 격리되었고, 부정한 기간을 지내고 제사를 드린 다음에야 공동체에 다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래서 산모를 40일이나 80일 동안 공동체에서 격리시키는 것은 산모의 생명을 회복시키고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점에서 프랑스 성서공회에서 출판한 해설 성경(ZeBible)은 이것을 '산모 휴가'라고 이름 붙인다. 산모를 40일과 80일 동안 격리시켰던 것도 이러한 종교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들을 낳았을 때 부정한 기간이 여자를 낳았을 때보다 짧았던 것은 아들을 선호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고, 여자아기를 더 연약한 존재로 여겼던 생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이를 낳은 여자가 왜 속죄제를 드려야 하는가? 이것은 번역의 문제이다. 속죄제는 부정한 상태에서 정결한 상태로 넘어갈 때 드리는 제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속죄제를 정결제, 깨끗하게 하는 제사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죽음의 상태에 노출된 부정함에서 정결하게 되기 위한 기간이 다 차면 정결제를 드리는데,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겨지는 것을 제사를 통해 확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산모 정결법을 예수님의 부모님도 지키셨다. 마리아가 예수님을 낳은 지 팔 일 만에 할례를 베푼다. 또한 정결법에 따라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둘로 제사하기 위해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예루살렘에 올라간다(눅 2:21~24). 여기에서 중요한 표현이 '모세의 법대로'(22), '주의 율법에 쓴 바'(23), '또 주의 율법에 말씀하신 대로'(24)이다.

정결법은 사람의 생명을 풍성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 얽매어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다. 죽음의 세력에 노출된 사람을 보호하려는 깊은 뜻이 있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생명을 주신 날부터 삶을 다하는 날까지 정결하고 거룩한 삶, 존귀한 삶을 살기를 바라신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이루기 위해 어머니가 피를 흘리고 자신을 죽여야 한다는 심오한 진리를 준다. 생명을 낳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시키고 죽여야 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러한 생육과 번성을 위해 아이를 낳은 산모를 따로 떼어 놓아 보호해 주시고, 산모의 생명과 정결함을 다시 회복시켜 주시기를 원하신다. 하나님은 생명의 하나님이시다.

김선종 교수/호남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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