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듣는 탄식 소리

코로나 시대에 듣는 탄식 소리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8) 언제 성소가 회복될 것인가? (단 8:14)

배정훈 교수
2021년 02월 24일(수) 11:16
다니엘은 주전 6세기 아직도 바벨론 포로 생활 가운데 있을 때, 400년 이후인 주전 2세기를 살아갈 유다 백성들을 위하여 예언하도록 사명을 받는다. 환상 가운데 그의 귀에 들어온 것은 탄식하는 천사의 소리이다. 천사는 무엇 때문에 탄식하였는가? 그리스의 마지막 왕에 의하여 황폐하게 될 지성소에 관한 것이다. 안티오쿠스 왕은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영화로운 땅 가나안으로 진격하여 모든 제의 제도를 관장하는 제사장들을 실추시켰다(단 8:10). 매일 드리는 제사를 금지하고, 지성소에 여호와의 보좌에 해당하는 자리에 가증한 것을 두어 우상을 섬기게 함으로써 성소를 더럽혔다(단 8:11). 그렇게 성소와 백성이 안티오쿠스 왕에게 넘겨졌다. 이 모든 행위는 포로기 이전에 지은 인간의 죄 때문이라고 해석되었다(단 8:12). 그러면서도 천사는 희망을 남긴다: "이천삼백 주야까지니 그 때에 성소가 정결하게 되리라."(단 8:14).

# 종교적 핍박과 교회의 깨달음

다니엘서 8장은 주전 2세기 안티오쿠스 왕에 의하여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핍박을 받는 현실 가운데 살아가는 교회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을까? 첫째로, 다니엘은 핍박의 현실 가운데 자신들의 죄악을 돌아보게 만든다. 8장 12절의 '악'이라는 단어와 9장 24절의 '허물'이라는 단어는 모두 히브리어 '폐샤'의 번역인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포로 이전에 지은 죄로써 비참한 포로의 현실을 초래한 원인으로 여겨졌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러한 죄를 인식하고 회개의 자리에 들어서기를 요청한다.

둘째로, 다니엘은 핍박을 받는 포로의 상황이 하나님의 재가(裁可)를 통하여 이루어졌다고 고백한다. 8장 12절에서 "백성이 넘긴 바 되었다"라고 수동형으로 표현한다. 13절에도 "성소와 백성이 짓밟히도록 내어주었다"고 수동형으로 쓰였다. 다니엘서 1장 2절에서 "하나님이 여호야김 왕과 성전의 그릇의 일부를 이방왕인 느부갓네살 왕의 손에 넘겼다."고 말하면서 포로상황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셋째로, 포로의 상황을 허락하셨지만 하나님은 악이 지배하는 기간을 2300주야로 제한하셨다. 악이 당장 끝나지 않지만 정한 때, 곧 끝이 있다는 것이다(단 8:17. 19). 하나님은 불가피하게 인간의 죄로 인한 고난과 핍박을 허락하시지만 때가 되면 회복으로 인도하신다. 하나님은 신성모독 죄를 범한 안티오쿠스 왕을 벨사살 왕처럼 즉각적으로 심판을 행하시지만, 당신의 백성들에게는 그루터기를 허락하셔서 회복의 기회를 주신다.

넷째로, 다니엘은 삶의 중심에 거룩하신 하나님의 임재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8장은 세계사적인 진술을 통해 네 왕국과 네 번째 왕의 이야기를 진행하고(단 8:1-12), 특히나 안티오쿠스 왕의 정치적인 술수에 관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단 8:23-25) 정치적인 해법으로 풀려고 하지 않는다. 왕에 의하여 지성소가 훼파된 것을 가슴 아프게 느끼면서, 회복의 출발점을 성소를 정결하게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것은 역사적이고 사회경제적인 요소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를 바르게 함으로 회복을 시작하려는 원칙을 보여주는 것이다.

# 교회 회복은 철저한 회개로부터 시작해야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교회 회복을 위하여 다니엘서 8장이 주는 교훈을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출발은 고통스러운 현실은 우연이 아니라 기독교인을 포함한 이 시대의 가치관과 삶의 양식이 초래한 결과임을 받아들이고 철저한 회개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이 시대 백성들이 겪는 아픔에 대하여 안타까워하고 함께 울며 탄식함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의 원인은 인간의 유익을 위하여 자연을 자의적으로 파괴한 인간에 대한 자연의 역습이다. 인간이 다시금 하나님의 피조물인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생태신학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켜주고 있다. 코로나는 교회를 위한 위기이며 동시에 새로운 기회이다. 코로나는 낡은 옷을 고수하는 교회에 대한 도전이다. 성장 위주와 기복주의적인 신앙의 옷을 벗고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여 약자를 돌아보며 공존하는 교회 됨을 향하여 나아가야 한다. 다른 재앙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19도 끝이 있다. 코로나 이후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힘든 기간을 더불어서 함께 고민하고 낙오자가 없도록 돌보고 위로하며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 낡은 옷 벗고 공존하는 교회됨을 향하여

특히나 회복이 성소의 정결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다니엘서 8장의 메시지는 기독교인들에게 길을 보여준다. 기독교 외부로부터의 비판과 내부로부터의 자성을 들으면서, 바닥까지 흔들리는 전통의 보존과 새롭게 세워야 할 기독교의 정체성 사이에 우리가 서 있다.

대면 예배나 비대면 예배나 여전히 우리의 출발점은 방해받지 않는 거룩하신 하나님의 지성소 체험 가운데 하늘의 신령함을 맛보고 더 깊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 체험이 일상으로 파고들어서 우리의 인격의 변화를 시작하게 하고, 무너진 삶을 일으켜 세워서 삶의 현장에서 세상을 향한 개인적인 사랑의 실천과 공공선을 향한 교회 역할을 하게 하며,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세상을 향하여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게 하는 것이다.

배정훈 교수 / 장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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