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얼굴 빛을 황폐한 성소에 비추소서!

주의 얼굴 빛을 황폐한 성소에 비추소서!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9) 죄악의 결과 애통한 다니엘의 기도는 회복의 출발 (단 9:17)

배정훈 교수
2021년 03월 05일(금) 14:18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유다 백성들이 바벨론 시대에 읽었던 다니엘서를 다시 읽어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에서 토라에 근거한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했기에 포로기 이전의 신앙 유산은 영원히 잊힌 것으로 알았는데, 다니엘이 회복의 절정을 성전의 지성소 회복을 통하여 경험하는 하나님의 임재라고 말하는 것이 놀랍다. 8장에서는 천사가 성소의 정화를 위하여 기도하는 것을 다니엘이 들었다면, 이제 9장에서 다니엘은 천사 대신 성소의 회복을 위하여 중보자로서 회복을 위한 기도로 나아간다.

# 회복을 위해 필요한 참회의 기도

포로의 위기 가운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방 왕의 통치 아래 신앙의 마지노선을 지키면서도 포로의 끝을 기다렸다. 그런데 바벨론의 멸망 후에도 기다리던 하나님의 나라가 오지 않자 백성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때 하나님이 중보자 다니엘에게 제시하신 말씀은 포로의 끝은 70년 후에 온다는 예레미야의 말씀이었다(렘 25:11). 이제 70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회복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었다. 다니엘은 중보자로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기 위하여 말씀을 찾았다. 그런데 이미 솔로몬은 성전봉헌 기도 가운데 다음과 같이 포로들이 할 일을 남겼다. "그들이 주께 범죄함으로 주께서 그들을 적국에게 넘기시매 그들이 사로잡혀 간 땅에서 주께 간구하기를 '우리가 범죄하여 반역을 행하며 악을 지었나이다.' 하며 기도하거든 주는 하늘에서 그들의 기도와 간구를 들으시고 그들의 일을 돌아보옵소서!(왕상 8:46~50)" 이스라엘 백성들의 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것은 참회의 기도와 간구였다.

그리하여 다니엘은 중보자로서 백성을 위해 금식하며 베옷을 입고 재를 덮어쓰고 중보기도에 돌입한다. 다니엘은 먼저 자신들이 비참한 포로의 현실 가운데 있는 책임은 자신들의 죄 때문이며, 하나님은 여전히 공의로우시다고 고백한다. 중보자 다니엘은 회복을 간구하면서 자신의 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큰 긍휼을 의지한다(단 9:18). 기도의 중심에는 "오직 주의 얼굴빛을 주의 황폐한 성소에 비추심으로 성소(성전)가 회복되기"를 간구하는 것인데, 이는 8장에서 천사가 기도했던 성소의 정결과 같은 기도이다(단 9:17). 그의 기도는 코로나의 위기 가운데 교회가 닥친 현실 앞에서 우리가 어떤 기도를 드려야 할지 모범이 되는 기도이다. 그는 하나님의 이름을 위하여 성소가 회복되기를 간구하고, 하나님의 도시(city)인 예루살렘과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을 위하여 기도한다(단 9:19). 간절한 다니엘의 기도는 즉각적으로 응답되었다. 가브리엘은 다니엘이 기도를 시작할 즈음에 응답되어 파송되었다고 말한다(단 9:23).

예루살렘 도시(city)과 성전의 회복을 위하여 기도하는 중에 계시에 대한 해석이 주어졌다. 포로의 기간은 이미 70년에서 7배인 70이레(490년)로 바뀌었다. 이는 심판중에도 불구하고 회개치 않는 이스라엘 백성들에 대한 가중 처벌이었다(레 26:27~28). 그렇지만 정해진 70 이레가 끝나면 포로기 이전에 이스라엘이 지었던 죄가 끝나고 하나님의 의가 이루어진다(단 9:24). 24절의 마지막에 "지극히 거룩한 이가 기름 부음을 받으리라"(개역성경)라는 말에서 "거룩한 이"란 말은 사람이 아니라 지성소를 뜻하는 말이다. 즉, 8장에서와 마찬가지로 9장에서도 회복의 절정은 지성소가 정결함을 입고 기름부음을 받는 것이다. 이 회복은 주전 164년 유다 마카비의 성전 청결을 통하여 이루어졌다(마카비상 4:36~59). 이어서 70이레의 과정을 7이레, 62이레, 한 이레를 통하여 설명하는데, 중요한 것은 62 이레가 마칠 때 대제사장 오니야스 3세의 죽음이 예언되고, 세때 반이 남을 때 안티오쿠스 4세의 핍박으로 인하여 제사와 예물이 금지되고, 여호와께서 앉으시는 보좌인 날개에 가증한 것(우상)이 앉아 지성소를 더럽히는 일이 발생하며,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심판이 임하며 핍박이 끝난다는 것이다.

# 죄악의 결과 애통한 다니엘의 기도는 회복의 출발

다니엘서 9장에서 코로나 시대에 교회가 들어야 할 메시지는 무엇인가? 8장에서와 마찬가지로 9장에서도 지성소 회복을 중심 메시지로 선포한다. 달라진 것은 천사를 통하여 세상과 교회를 위하여 탄식하시던 하나님의 마음이 다니엘에게 전달되어, 중보자 다니엘의 기도가 회복의 출발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니엘의 기도는 참혹한 현실의 책임을 하나님께 돌리지 않고 자신들의 잘못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죄악의 결과를 애통하면서 다시는 같은 잘못을 행하지 않겠다는 참회와 용서를 간구한다. 이 기도는 자신의 일시적인 유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 하나님의 교회와 하나님의 나라인 유다와 예루살렘 성을 위한 것이다. 이 모든 기도의 정점에는 하나님의 얼굴빛이 황폐한 성소에 비추어 성소가 회복됨으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임재 경험에 대한 백성들의 기다림이 있다. 코로나가 몰고 온 예배 형식의 논쟁,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복주의를 벗어난 교회의 공공성 회복, 다음 세대를 위한 배려 등의 많은 이슈들이 있지만, 이 주제들은 거룩하신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며 그분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신앙생활의 회복이라는 우선순위 아래 각자의 자리를 잡아야 한다. 코로나가 깨운 우리들의 중보기도를 통해 지성소 회복을 기초로 새로운 교회가 만들어져 가기를 기도드린다.

배정훈 교수 / 장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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