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은총을 받은 사람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큰 은총을 받은 사람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10) 큰 환상을 본 다니엘 (다니엘 10:8~9)

배정훈 교수
2021년 03월 12일(금) 09:07
하나님은 포로 중 성전의 부재(不在) 가운데 토라의 순종이라는 신앙의 형식을 취했던 다니엘로 하여금 8장과 9장에서 성소의 회복을 기대하게 하시고, 마침내 10장에서는 회복된 성전에서 이루어질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큰 환상을 보게 하신다. 원래 모세가 경험한 지성소 체험의 변형인 보좌환상은 처음에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상의 성전에서 이루어지다가(이사야 6장), 성전의 부재중에 에스겔이 경험한다(에스겔 1장). 10장에서 다니엘은 보좌는 보지 못하지만 보좌환상에 준하는 하나님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초월적인 하나님 체험이 필요한 이유는 이것이 장차 회복될 성소에서 이루어질 목표이며, 동시에 포로중의 백성들만이 아니라 400년 이후에 어려움에 닥칠 백성들을 위하여 중보자와 예언자로서 사역해야 할 다니엘이 먼저 경험해야 할 신앙의 본질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니엘이 마지막으로 예언한 것은 포로살이를 경험한 지 69년이 되는 고레스 3년(주전 636년)인데, 다니엘 10장 1절은 이렇게 번역할 수 있다: "말씀(다바르)이 다니엘에게 나타났다." 이는 곧 다니엘을 환상의 말씀을 받는 예언자로 여기는 표현이다. 10장에서 다니엘이 받은 계시는 큰 전쟁(10:1) 또는 마지막 날에 백성이 당할 일(10:14)이다. 이 내용은 다시 11장에 상세하게 묘사된다. 10장에서는 계시의 상세한 내용을 받기 전에 다니엘이 거룩하신 하나님의 임재 체험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님은 임재 체험을 통해 온전한 신앙으로 나아가게 하셔

다니엘은 계시의 내용을 알기 위하여 하나님 앞에서 세 이레 동안을 슬퍼하며 좋은 떡을 먹지 아니하며 고기와 포도주를 입에 대지 않고 기름을 바르지 않았다(단 10:2~3). 이는 육신을 즐겁게 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 집중하려는 시도였다. 하나님의 임재 경험은 다니엘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다. 다니엘은 포로 중에 토라 중심의 신앙으로 형식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지성소에서의 하나님의 임재 체험이 신앙에 본질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성전에서 드리는 예배의 본질은 무엇인가? 모세의 성막이나 솔로몬의 성전이나, 오늘날 우리가 드리는 예배 가운데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성소의 보좌에서 거룩하신 하나님을 체험하는 것이다. 바벨론에서 성전의 부재로 인하여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지 못하는 다니엘에게도 초월하시는 하나님께서 내려오셔서 신령한 경험을 하게 하시는 것이다.

환상가운데 다니엘에게 처음으로 나타난 하나님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한 사람이 세마포 옷을 입었고 허리에는 우바스 순금 띠를 띠었더라 또 그의 몸은 황옥 같고 그의 얼굴은 번갯빛 같고 그의 눈은 횃불 같고 그의 팔과 발은 빛난 놋과 같고 그의 말소리는 무리의 소리와 같더라." (단 10:5-6). 이것은 이사야와 에스겔이 보좌환상 중에 경험한 하나님의 현현과 일치한다(이사야 6장, 에스겔 1장). 환상을 본 다니엘의 반응은 몸에 힘이 빠지고, 자신의 아름다운 빛이 변하여 썩은 듯하였고, 힘이 빠져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마침내 얼굴을 땅에 대고 깊이 잠들었다가, 깨어난 후에 천사를 대한다. 깊은 하나님의 임재 체험으로 준비된 다니엘에게 천사가 다가와 소명을 위하여 다니엘의 입술을 만진다. 천사는 다니엘을 파송하며 말한다. "은총을 받은 사람이여, 두려워 말라!" 다니엘이 환상으로 말미암아 힘이 빠지고 호흡이 남지 않아 주와 더불어 말할 수 없다고 고백할 때, "사람의 모양 같은 것" 하나가 "평안하라 강건하라 강건하라"고 말함으로 다니엘을 돕는다. 이와 같이 환상을 받는 중에 다니엘이 천사의 도움으로 기력을 회복하고 계시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사야처럼, 에스겔처럼, 다니엘은 400년 후에 공동체가 겪을 일을 전하는 사명의 직책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도우시는 것이다.

"큰 은총을 받은 사람이여, 두려워 말라!"

큰 은총을 받은 사람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다니엘에게 힘을 주고 강건하게 만든 그 음성이 코로나 위기를 돌파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들려온다. 하나님은 포로의 상황에 맞게 신앙생활하는 다니엘에게 본질적인 신앙의 경험을 허락하신다. 성전이 무너져서 토라 신앙으로 포로살이를 살아가지만, 재건된 성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하나님의 임재 체험을 통해 온전한 신앙으로 나아가게 하신다.

코로나로 인하여 신앙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이다. 예배의 형식에 대한 논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거룩하신 하나님의 임재 경험이 예배의 중심에 있는 타협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의 초월적인 경험이 말씀과 분리될 때는 위험하지만 말씀과 함께 주어질 때 세상을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된다. 이 경험은 우리 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다. 다니엘처럼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을 버리고 온전히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하며 자신을 절제해야 한다.

1%의 흠도 없이 정결한 삶을 추구하는 경건한 자들에게 하나님은 하늘로부터 오는 신령한 체험을 은혜로 주신다. 이 본질 위에 새롭게 신앙의 틀을 만들어나갈 우리들을 위하여 강건케 하시는 음성이 들려온다. "큰 은총을 받은 사람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배정훈 교수 / 장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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