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종말이 이르니 도와줄 사람이 없으리라!

그의 종말이 이르니 도와줄 사람이 없으리라!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11) 믿음으로 핍박의 날 이겨야 한다 (다니엘11:45)

배정훈 교수
2021년 03월 17일(수) 09:15
코로나 시대에 다니엘서 11장에 나타나는 "악한 왕 안티오쿠스 4세의 종말이 이를 것이고 아무도 그를 돕지 못할 것"이라는 선포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이 선포는 신앙인들로 하여금 세계사의 흐름과 정치적인 변화, 그리고 제국들이 어떤 동기로 행동하는지를 지켜보게 만든다. 동시에 정치적인 욕망과 술수에 따라 움직이는 통치자들과 그들의 측근에 의한 탄압이 계속 된다 할지라도 역사가 하나님의 편에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과 함께 신앙의 본질을 안고 어두운 시절을 견디고 약자들과 함께 깊은 터널을 걸어가도록 돕는다.

다니엘서 11장의 문맥은 핍박의 절정에서 멸망까지 세 때 반이 남은 시점에서 과거 왕들의 역사 속에 담긴 계시의 빛 아래 안티오쿠스 4세에게 심판을 선포하는 것이다. 11장에서 보여주는 왕들의 역사는 왕들을 세우시고 폐하시는 하나님의 권세 아래(단 2:21) 일정한 패턴을 보여준다. 그리스의 왕들은 하나님으로부터 권세를 부여받아 그 정점에 이르며, 제한된 시간 동안 이 권세를 누리다가 때가 되면 권세를 빼앗긴다. 왕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세의 한계를 알지 못하고 임의로 행하고(11:3b, 16, 36a), 왕의 권세 남용을 위하여 거주민들의 도움을 받는다(11:14, 30b, 32a). 왕의 권세는 하나님이 정한 끝이 있으며, 이 끝은 아무 때나 일어날 수 있다(11:4a, 19, 20b, 45b). 왕의 권세 남용이 극에 달해 하나님의 성전이 있는 영화로운 땅 팔레스틴을 침범하고, 그 땅을 더럽힐 것이지만(11:16, 41), 그것은 바로 멸망이 임박했다는 징조이기도 한 것이다. 이 원리에 따라 알렉산더 왕과 안티오쿠스 3세의 역사가 서술되고, 이 역사의 빛 아래 안티오쿠스 4세의 운명이 예언된다. 당대의 영웅이었던 알렉산더 대왕이 세계 정복에 나서 큰 성공을 거두고, 큰 권세가 영원할 것처럼 누리며, 강성함의 절정에 서 있을 때 갑자기 몰락해 그의 왕국이 네 왕국으로 나누임으로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게 만든다(단 11:3~4). 또 다른 대왕 안티오쿠스 3세도 프톨레미 왕조와의 거듭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애굽 정복의 맛을 보았지만, 더 강력한 로마로 인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들은 모두 왕들을 세우시고 폐하신 하나님의 손안에 있는 존재이다(단 11:10~19).

신앙인은 핍박에 굴하지 말고 믿음을 지켜야 한다

신앙인들이 관심 있는 왕은 아직 권세의 절정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을 핍박하는 악한 왕 안티오쿠스의 운명이다. 그는 모든 신들보다 자신이 뛰어나다고 여기고 신을 대적하고, 가장 큰 신인 제우스 신을 섬기면서 자신을 나타난 신(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으로 여기며 신성모독의 길을 걸어왔다(단 11:21~39). 하나님은 이런 왕을 잠정적으로 허락하지만 정한 때가 있어 반드시 멸망의 때가 올 것이다. 안티오쿠스의 남은 생은 역사 속에 나타난 왕들의 역사를 따라 종말을 향하여 달려간다. 그는 전쟁을 일으키며, 하나님의 거룩한 땅에서 신앙인들을 핍박할 것이며, 세상을 정복하며 자기 만족에 도취될 것이다. 그가 권세의 정상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어느 시점에 멸망은 갑자기 찾아올 것이다. 하나님의 정한 때가 오면 그가 아무리 분노하고 애쓴다 할지라도 갑자기 멸망한다(단 11:40~45). 다니엘서 11장에 나타난 왕들의 역사가 주는 교훈은 어떤 왕이든지 자기 정체성을 견지하고 겸손하게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섬긴다면 그의 날이 길지만, 분수를 모르고 신들을 무시하고 신들을 대적할 때 종말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안티오쿠스 왕의 치하에서 핍박에 저항한 두 그룹을 대조한다. 마카비 혁명을 주도한 자들은 적들의 세력을 저항하는데 조금의 도움은 있지만 대부분이 속임수에 빠져 신실함을 버리고 배교의 위험에 봉착한 자들이라고 평가한다. 또 다른 그룹은 비폭력주의자이면서도 수동적인 저항을 한 지혜자들(마스길림)이다. 그들은 배교의 유혹 속에 서 있는 백성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고, 마지막까지 하나님의 길에 서서 종말을 기다리는 자들이다. 지혜자들처럼 신앙인들은 권세의 한계를 알지 못하고 신성모독의 길을 걷는 왕이나 통치자가 있다 할지라도 그들의 끝이 곧 올 것을 알고 핍박에 굴하지 말고 믿음을 지켜야 한다.

다니엘서 11장에서 바벨론 이후의 메대, 바사, 그리고 그리스의 왕들의 역사를 보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은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제국들의 소용돌이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왕들은 권력의 속성상 자기 절대화의 길을 걸으며 마침내 종교의 영역에까지 침범하여 자기 유익을 위하여 권력을 휘두르고 억압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앙인들은 세상을 통치하는 왕에게 주어진 권세를 존중하면서도, 왕을 세우기도 하고 폐하기도 하시는 하나님의 권세를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는 불의를 행하며 신앙인들을 위협하는 통치자의 종말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악한 왕으로 인하여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 온다 할지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하나님이 승리하시는 역사를 돌아보면서 사람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면서 믿음으로 핍박의 날들을 이겨야 한다.

배정훈 교수 / 장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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