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나라를 먼저 구하는 기도

하나님의 나라를 먼저 구하는 기도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누가복음<7>

왕인성 교수
2021년 05월 20일(목) 09:21
11~12장은 예수님의 기도에 대한 가르침과 재물관, 교만과 위선, 미래에 대한 대비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하지만 필자는 이 두 개의 장을 이른바 주기도문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자 한다. 누가는 전하고자 하는 주제 앞뒤로 연결고리를 가진 사건들과 가르침을 배치하는 경향이 있는 까닭이다. 예수께서 기도를 마치시자마자 제자들은 기도에 대해 가르쳐주길 요청한다. 이는 그들이 기도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의 기도생활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까닭이다 (3:21; 5:16; 6:12, 27~28; 9:18, 29; 10:2; 18:1~14; 22:32, 39~46; 23:46). 하나님의 아들이신 주님이 이렇게 기도하셨다면 우리는 얼마나 기도에 매진해야 하는가!

제자들의 요청에 예수님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른바 '주기도문'을 통해 기도의 모범을 깨우쳐주신다. 첫째, 예수님은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로 시작하신다. 이 첫 기도에는 하나님의 아버지 되심과 엄위하심이라는 중요한 두 가지 개념이 균형 있게 제시 된다. 신의 심기나 비위를 거스를까 두려워하며 온갖 미사여구로 신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던 고대세계의 이교도들과 달리, 예수님은 '아버지'라는 칭호면 충분하다고 가르치신다. 누가에게 있어 하나님은 사랑, 자비, 호의, 용서의 마음으로, 실족한 자도 반드시 찾아내어 회복시켜주시는 분이시다(6:36; 12:30; 15:11~32; 23:34). 사람도 아무리 귀찮은 상황에서도 강청하는 요구에 그 소원을 들어주고, 자녀에게는 본인이 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을 주는 마음이 있다. 누가는 하나님의 아버지 되심에 대해 우리의 머리털까지 세실 만큼 자애로운 분이며 인간 아버지보다 더더욱 우리에게 좋은 선물을 주시고, 특히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성령을 주시는 분으로 소개한다(11:5~13; 12:7; 롬 8:26~28). 그럼에도 우리는 주님의 거룩하심과 엄위하심을 기억하며 경외함으로 하나님께 나아가야 한다(참조. 5:2). 하나님은 자상한 아버지이시면서 또한 영육간의 모든 존재를 살리기도 멸하기도 하시며 마지막 때에 모든 이의 삶을 심판하시는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이시기 때문이다(12:1~5, 41~48).

둘째, "나라가 임하시오며." 이 기도는 하나님의 약속하신 통치가 온전히 실현되고 완성되는 것을 소망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악의 세력과 사악함이 제거되고 하나님의 공의가 강같이 흐르는 나라를 대망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기꺼이 믿는 우리에게 그 나라 주시기를 기뻐하신다 (12:32). 그 나라는 예수님의 재림과 함께 완성되겠지만, 이미 시작되었다(11:15~22). 하나님 나라에서 거하고자 하는 자는 예수님을 향한 일시적인 순종에 멈추어서는 안 된다. 쫓겨나갔던 귀신이 일곱 귀신을 데리고 들어와서 상태가 더 악화 되듯, 지속적으로 주께 순종의 삶을 살지 않으면, 우리의 중심이 빈집이 되고 악이 쉽사리 점거하여 우리의 삶을 이전 보다 훨씬 피폐되고 혼돈된 삶으로 몰아간다(11:24~26). 따라서 우리의 중심은 빈집이 되어서는 안 되며, 예수님의 광채와 말씀이 우리 영혼과 삶을 가득 채우게 될 때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 속하게 된다 (11:33~36).

셋째, "우리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이 간구는 하루 한 끼를 걱정해야 했던 1세기 사람들의 실제적 필요를 위한 기도이면서, 우리가 영육간에 살아갈 힘과 능력에 대한 간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필요를 위해 간절히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심정으로 이 기도에 임해야 한다 (11:9~10). 그러나 어리석은 부자처럼 자기 탐닉에 빠지기보다는, 구하기 전에 우리의 필요를 아시는 하나님을 기억하며 먼저 그의 나라를 구해야한다.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그리스도인이든 비그리스도인이든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구제하고 살피면서 돌보아야 할 것이다 (12:22~34).

넷째,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 우리 죄도 사하여 주시옵고" 라는 기도는 하나님의 용서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죄인으로서 하나님의 은혜로만 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우리가 다른 사람을 용서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용서도 구하거나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용서는 우리와 다른 이들을 과거에 매이지 않게 하고 주께서 주시는 자유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한다.

다섯째,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소서." 이 간구는 주님의 제자들이 죄의 세력에 굴복하지 않도록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표적을 구하는 시험 (11:29~32), 교만과 위선에 대한 시험 (11:37~44), 박해 앞에서 주를 부인 하는 시험(12:8~12), 탐욕의 시험 (12:13~21), 염려에 대한 시험(12:22~25), 주인이 더디 온다는 이유로 깨어있지 못하고 잠드는 시험(12:37~48), 주님보다 사람을 우선하려는 시험(12:51~53)을 이기게 해주시라는 요청이다.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기도에 비추어 볼 때, 오늘의 내 기도는 세상 사람처럼 내 손에 채워질 것만을 바라보는 기도인가?(12:30) 아니면 하나님 나라를 먼저 구하며 선포하는, 지혜롭고 진실 된 청지기의 기도인가?(참조. 골 1:14; 12:42)

왕인성 교수 / 부산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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