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세상을 이기는 하나님의 사람들(창 8:18~22)

악한 세상을 이기는 하나님의 사람들(창 8:18~22)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9

강성열 교수
2021년 10월 13일(수) 11:14
오늘의 본문은 노아 시대에 이루어진 하나님의 홍수 심판이 끝난 직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노아 홍수는 홍수 기사의 서론 부분에 언급되어 있듯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어지럽힌 인간의 교만함(창 6:1~4)에 그 일차적인 원인이 있었다.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 6:5에 의하면,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은 인간의 마음이 악하다는 데에 있었다. 에덴 동산에 있을 때부터 하나님과 동행하기를 싫어하고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무시하고서 하나님처럼 되고자 하던 인간의 교만하고 악한 마음은 노아 시대에 이르러 세상과 땅을 온통 죄악과 폭력(violence, '포악함')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던 것이다(6:11~12).

인간의 죄악상을 보고서 마음 아파하신(6:6) 하나님은 타락하고 부패한 피조 세계를 정화(淨化)하기로 작정하셨다. 마음이 악한 인간과 그 인간 때문에 썩어 무법천지가 된 땅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기로 결정하신 것이다. 이를 위해 하나님은 심판의 수단으로 홍수를 선택하셨고, 하나님께서 내리신 대홍수의 결과 노아의 여덟 식구를 제외한 모든 인간과 피조물들은 심판을 받아 완전히 멸망하기에 이르렀다.

창세기의 홍수 기사(6~9장)에 의하면, 노아와 그의 가족은 노아가 600세 되던 해의 2월 10일에 각종 짐승과 함께 방주에 들어갔고(7:6~11), 홍수가 끝난 후 노아가 601세 되던 해의 2월 27일에 방주에서 나왔다(8:14~19). 오늘의 본문은 바로 이 시점, 곧 노아와 그의 가족이 방주에 탔던 짐승들과 함께 방주에서 나온 당시의 모습과 그 이후에 이루어진 일들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18~19절: 노아의 가족 여덟 명, 곧 노아와 그의 아내, 그의 세 아들, 세 며느리 등은 방주에 들어간 지 1년 17일 만에 방주에서 나왔다. 노아의 가족과 함께 방주에 들어갔던 땅의 모든 동물, 곧 모든 짐승과 모든 기는 것과 모든 새도 그 종류대로 방주에서 나왔다. 노아는 방주에서 나온 모든 동물을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하나님께서 내리신 홍수 심판이 끝난 후 물도 다 걷히고 땅도 다 말랐기 때문이다(8:13~14).

그런데 노아와 그의 가족 및 모든 동물이 방주에서 나온 것이나 노아가 모든 동물을 자유롭게 풀어 준 것은 그의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명령과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하나님은 땅이 다 마르자 노아에게 식구들과 모든 동물을 이끌고 방주에서 나오라고 명하셨다(8:15~17).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방주에서 나온 동물들이 생육하고 번성할 것이라는 약속을 주시기도 했다. 노아는 하나님의 이러한 명령과 약속에 그대로 순종하여 방주에서 나왔으며, 방주에서 나온 동물들을 전부 풀어주어 그들이 하나님의 약속대로 땅 위에서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다.

이처럼 노아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계획과 시간표에 맞추어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처음에 방주를 지을 때도 그러했고 방주에 들어갈 때에도 그러했다. 그가 살던 시대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하나님을 마음에 두기 싫어하고 그의 명령에 불순종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노아는 하나님과 동행하던 당대의 의인답게(6:9) 하나님의 명령과 말씀에 철저하게 순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하여 방주를 지을 때부터 계속된 그의 순종은 마침내 그의 가족들과 온갖 동물로 하여금 방주에서 나와 새롭게 변화된 땅에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했다.

20절: 방주에서 나온 노아는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께 바치는 제단을 쌓고 그곳에서 하나님께 희생 제사를 드렸다. 방주에 데리고 들어갔었던 정결한 집짐승과 정결한 새들 가운데에서 제물을 골라 제단 위에 번제물로 드린 것이다. 노아가 하나님께 드린 제사는 노아 자신과 가족들의 죄에 대한 속죄의 제사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구원 은총에 대한 깊은 감사의 제사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번제'(burnt offering)가 본래 희생 제물을 완전히 태워서 드리는 제사라는 점(레 1장)을 고려한다면, 노아가 드린 번제는 그와 그의 식구들이 이후로 하나님께 온전히 헌신하면서 하나님의 새로운 역사에 충성하겠다는 각오와 결심까지도 그 안에 포함하고 있었을 것이다.

21~22절: 노아가 드린 희생 제사의 향기를 맡으심으로써 그 제사를 기쁘게 받으시고 만족함을 느끼신 하나님은 다시는 사람으로 인하여 땅을 저주하는 일이 없을 것임을 굳게 다짐하신다. 이와 더불어 하나님은 인간의 본질적인 죄악성을 다시금 확인하신다. 인간의 마음은 태어나면서부터 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음의 악함이 단순히 홍수 심판의 원인(6:5)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구성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그 까닭에 하나님은 인간의 죄 때문에 땅이 저주받는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며,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홍수 심판) 모든 생물을 멸하는 일이 없을 것임을 약속하신 것이다(9:11 참조).

더 나아가서 하나님은 홍수 심판으로 말미암아 폐허가 된 땅을 회복시키시고 노아의 가족으로부터 비롯되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위해 자연계의 질서 회복을 약속하신다. 그 약속에 의하면, 하나님은 땅을 보존하실 것이며, 적어도 그 땅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 등의 순환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처럼 피조물들이 숨을 쉬는 거대한 리듬 안에서 땅에 복을 주시고 그것을 유지하실 것이라는 약속은 9장(특히 8~17절)에서 노아의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맺으시는 우주적인 언약(cosmic covenant)으로 구체화된다. 이것은 하나님의 최고 피조물인 인간이 본질적으로 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자신의 아름다운 창조 세계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운행될 것임을 밝히는 것으로서, 순전히 그의 구원 은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강성열 교수 / 호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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