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하였고 황폐하였도다(나훔 2:1~13)

공허하였고 황폐하였도다(나훔 2:1~13)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4

윤동녕 교수
2022년 05월 18일(수) 06:22
니느웨는 고대근동의 최강국 중 하나인 앗수르의 수도였다. 니느웨는 매우 깊은 해자로 둘러싸여 있어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힘들었다. 해자를 넘어선다 해도 성벽을 넘어서기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니느웨 성벽의 높이는 30m에 달하고, 성벽 위에는 여섯 대의 쌍두마차가 동시에 달릴 수 있는 넓은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니느웨는 난공불락의 성읍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지자 나훔은 2장 10절에서 "니느웨가 공허하였고 황폐하였도다"라고 외치며 니느웨의 멸망을 당연시하고 있다.



니느웨에 대한 심판 선언

하나님께서는 "파괴하는 자"를 통해 니느웨를 치시겠다고 말씀하셨다(1절). 본문은 "파괴하는 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니느웨는 주전 612년에 메데와 바벨론 연합군에 의해 점령당한다. 따라서 "파괴하는 자"는 이 두 나라를 지칭할 수 있다. 하지만 "파괴하는 자"를 반드시 이들 나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멸하는 자"(출 12:23)를 통해 애굽의 장자를 치셨으며, "백성을 멸하는 천사"(삼하 24:16)를 보내 다윗의 범죄를 심판하신 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괴하는 자"는 단순히 지상의 어떤 나라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의 손'을 상징하는 중의적 단어임을 알 수 있다. 표면적으로 니느웨는 지상의 나라들에 의해 멸망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들은 자주색 갑옷과 붉은 방패로 무장한 부대와 번개같이 빠른 병거들을 동원해 성벽을 무너뜨리고 니느웨를 정복할 것이다(3~5절). 하지만 "내가 네 대적"(13절)이 되리라는 선언에서 알 수 있듯이 니느웨의 운명을 좌우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니느웨는 주전 722년 북이스라엘을 공격하여 멸망시키고 많은 도시들을 약탈하였다. 그리고 유다를 공격해 히스기야 왕 때 조공으로 금 삼십 달란트와 은 삼백 달란트를 바치게 하였다. 지금의 시세로 하면 약 120억 원에 해당하는 거금이었다. 산헤립은 예루살렘을 포위하여 히스기야를 새장의 새처럼 가두었고, 히스기야의 아들 므낫세는 앗수르 왕에게 무릎을 꿇고 그의 신하가 되었다. 하나님의 성전의 성물들은 노략 당하였으며 그 자리를 이방신들이 차지하였다. 예루살렘의 영광은 사라졌고 민족적 자존심과 자긍심은 여지없이 짓밟혔다. 그러나 유다와 이스라엘에게는 스스로 영광을 회복할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니느웨를 멸망시켜 이스라엘의 영광을 회복시키겠다고 약속하셨다(2절).



니느웨의 멸망

"강들의 수문이 열리고"(6절) 마침내 니느웨는 무너진다. 강들의 수문은 니느웨가 자랑하는 방어 체계를 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도처럼 공격해오는 적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상징적 표현일 수 있다. 마치 홍수에 떠내려가는 가옥들처럼 니느웨의 왕궁은 소멸되고, 백성들은 물이 빠져나가듯이 여기저기로 흩어져서 도망치기에 여념이 없다(8절). 니느웨에서 빠져나간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은과 금도 빠져나갔다. 니느웨를 공격한 적들은 그동안 쌓아놓은 온갖 진귀한 보물들을 약탈하였다(9절). 이들 보물들은 니느웨의 왕들이 약소국가를 침략하여 약탈한 것이다. 그들은 마치 수사자가 그 암사자와 새끼 사자들을 위해 사냥하여 잡아 온 먹이로 사자 굴을 가득 채우듯이, 이웃 나라를 늑탈하여 배를 불렸다. 하지만 니느웨는 폭력과 약탈로 빼앗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 빈털터리가 된다.

니느웨가 당한 수치는 "왕후가 벌거벗은 몸으로 끌려가니"(8절)라는 문구에 잘 나타나 있다. "왕후"는 니느웨의 왕비를 의미할 수도 있고, 또 니느웨 성읍을 의미할 수 있다. 온갖 화려한 옷으로 치장했던 왕후가 벌거벗은 몸으로 끌려가듯이, 니느웨는 빈털터리 벌거숭이가 되었다. "왕후"로 번역된 히브리어 '후차브'는 '서다'를 뜻하는 동사 '나차브'에서 나왔다. 이 동사에서 '기둥'을 뜻하는 '마체바'가 파생되었다. '마체바'는 때로 제의의 장소로 사용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후차브'는 니느웨 사람들이 섬기던 여신을 상징할 수도 있다. 고대근동의 전쟁에서 승자는 패전국의 신상을 전리품으로 획득했다. 따라서 가슴을 치며 슬피 우는 시녀들은 여신의 숭배자이자 니느웨 백성들로서 자신이 믿던 신의 패배에 절망하는 사람들이다. 니느웨는 제국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이웃 나라들에 전령들을 보내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13절). 약소국을 폭력적으로 침략해 약탈했던 제국은 그 모든 소유를 빼앗기고 마치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다. 주님의 말씀대로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하는 법이다."(마 26:52, 공동번역)

윤동녕 교수 / 서울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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