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있을진저 피의 성이여(나훔 3:1~19)

화 있을진저 피의 성이여(나훔 3:1~19)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5

윤동녕 교수
2022년 05월 18일(수) 16:59
니느웨는 고대근동의 정치 군사 문화의 중심지였다. 산헤립은 니느웨를 건설하고 이를 거점으로 주위의 많은 국가를 복속시켰으며, 그의 아들 에살핫돈은 애굽을 정복하기까지 하였다. 그의 손자인 앗수르바니팔은 문화사업에도 집중하여 고대근동 최대 도서관을 건설하는 등 앗수르의 문명을 진일보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거대 문명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수많은 피를 흘려야 했다. 그래서 니느웨가 멸망할 때 아무도 도울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손뼉을 치고 환영하거나 조롱하였다. 나훔서 3장은 심판당하는 니느웨에 대한 조롱으로 가득 차 있는데, 1~11절은 멸망하는 도시 니느웨에 대한 조롱이며, 12~19절은 니느웨 주민들에 대한 조롱이다.



몰락하는 피의 성

"피의 성"은 직역하면 '피들'(다밈)의 성으로서 '니느웨가 타인에게 흘린 피'와 '니느웨 자신이 흘릴 피'를 상징한다. 니느웨는 피 흘림이 멈추지 않은 폭력의 도시였으며 거짓이 가득하였다. 갈림길이나 사거리로 번역할 수 있는 "포악"(페레크)과 갈기 찢긴 사냥감을 의미하는 "탈취"(테레프)는 당시 니느웨의 상황을 잘 반영한다. 니느웨 사람들은 서로를 속여 도둑질했으며, 마치 사자가 찢은 것으로 그 굴에 채우듯이(나 2:12), 자기 잇속을 챙기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피를 흘릴 차례가 되었다. 병거와 기병으로 무장한 적의 군대가 칼과 창을 번쩍이며 휘두를 때, 피를 흘리는 시체들이 산처럼 쌓여 발에 차일 정도였다(2~3절).

니느웨에게는 "마술에 능숙한 음녀"(바알랏 케샤핌)가 자랑거리였다. 음녀는 단순히 성적 부도덕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니느웨의 발달한 문화와 종교 제도를 가리킨다. 왜냐하면 마술로 번역한 '케샤핌'은 자연현상의 인과관계를 토대로 경제구조를 구축해 부를 축적한 니느웨의 지식체계의 한 유형이기 때문이다. 유다의 왕 므낫세는 일월성신을 섬기는 제단을 쌓고, 점술사, 마술사 그리고 신접한 자와 박수를 두어(대하 33:5~6), 니느웨를 따르고자 했다. 이처럼 니느웨의 문화와 종교 제도는 이웃 나라를 미혹하여 우상을 섬기게 하고 하나님보다는 세속의 문화를 추종하게 하였다. 하지만 니느웨가 자랑하는 문화와 종교 제도는 마치 치마를 걷어 올려 벌거벗어 부끄러운 곳을 보이는 것처럼 수치를 당하게 될 것이다(5절). 왜냐하면 그들이 자랑하는 과학적인 문명은 사람들을 미혹하는 미신으로 판명되고, 그들이 자랑하는 자연주의적 운명철학은 우연적 사례들의 모음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력한 남성들과 지도자들

애굽의 성읍 노아몬(테베)은 주전 663년 앗수르바니팔에 의해 점령당해 수많은 주민이 죽임을 당하거나 포로로 잡혀갔다(10절). 노아몬 주위는 수로가 둘러싸고 있었으며, 나일강은 바다처럼 천연의 방어벽이 되어 주었고(8절), 이웃의 강대국 붓과 루빔과 동맹이 되어주었다(8절). 하지만 이처럼 강한 노아몬을 정복한 니느웨도 적들이 공격해오자 흔들기만 해도 떨어지는 무화과처럼 속절없이 무너졌다(12절). 무엇보다 니느웨성을 방비해야 할 장정들이 사라졌다. "네 가운데 장정들은 여인같고"(13절)는 '네 백성은 적들 한가운데 있는 여인들이다'로 번역할 수 있다. 성문이 모두 열리고 성문 빗장이 불에 탈 때 장정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날아가는 메뚜기처럼 도망쳤지만, 상당수는 마치 메뚜기가 풀을 먹어 치우듯이 적의 칼에 베임을 당하였다(15절). 장정들 뿐 아니라 외국으로부터 물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던 무역상들(로클림)도 사라지고(16절), 그 자리를 피의 아우성이 대신하였다. 이러한 위기에 지도자들은 아무런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17~18절). 방백(민자르)은 '수비대'로도 번역되지만 종교인일 수 있다. 왜냐하면 '민자르'는 '구분하다' 혹은 '성별하다'를 뜻하는 '나자르'의 파생어로서 '나실인'과 어원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또한 "장수들"로 번역한 '티프사르'는 서기관 혹은 천문 점술사를 뜻하는 아카드어 '툽사루'의 차용어이다. 전쟁 때 백성을 격려하고 위로해야 할 정신적 지도자들은 따뜻한 곳을 향해 날아간 메뚜기처럼 안전한 곳을 향해 먼저 도망쳤다. 정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목자"는 왕이나 고위 관료를 가리키는 단어이며, "귀족"은 사회 고위층 인사나 고위층 장교를 뜻한다. 고위 관료들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술에 취해 나른해져 있고, 전장에서 지휘해야 할 장교 중 상당수는 이미 사망하여 무덤에 누워있었다. 니느웨가 당한 상처와 부상은 치명적이었기에 고칠 수가 없었다.

윤동녕 교수 / 서울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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