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절하지 말라(하박국 1:5-17)

그물에 절하지 말라(하박국 1:5-17)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7

윤동녕 교수
2022년 06월 08일(수) 09:18
하박국은 강대국 앗수르의 패권이 바벨론으로 넘어갈 즈음에 예언을 선포하였다. 바벨론은 주전 612년 메대와 연합하여 니느웨를 함락하고, 주전 605년에는 갈그미스 전투에서 애굽을 물리친다. 단기간에 고대근동의 패권을 장악한 바벨론은 주변 나라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래서 바벨론은 누구이며 어떻게 강한 제국을 이루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박국은 첫 번째 질문(1:2~4)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1:5~11)과, 두 번째 질문(1:12~17)에서 바벨론이 어떤 나라인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자기들의 힘을 신으로 삼는 자들(1:5~11)

하나님께서는 유다 백성들이 믿지 못할 놀라운 일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5절). 그것은 강대국 갈대아(바벨론)의 등장이다(6절). 바벨론은 강한 군대를 동원해 빠르게 제국을 확장하였다. 그들의 말은 표범보다 빠르고 잔인함에 있어서는 저녁 이리를 능가하였으며, 그들의 마병들은 독수리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먹이를 채어가듯이 재빨리 공격해 와 약탈하였다(8절). 갈대아인들은 강포를 행하기 위해 전진하였다(9절). '강포'는 '하마스'의 번역어로서 전쟁의 폭력성을 의미한다. 그들은 후퇴를 몰랐으며 오직 얼굴을 앞쪽으로 향하며 전진하였다. 그들 앞을 가로막은 왕들이나 통치자들은 웃음거리로 전락했으며, 그들을 방어하던 높은 성벽은 갈대아인들이 세운 흉벽(토성, 흙 언덕)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었다(10절).

하지만 그들도 언제까지나 승리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들의 힘으로 자기들의 신으로 삼는 자"들이었기 때문이다(11절). 그래서 그들은 '당당함과 위엄'이 자기들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했다(7절). '당당함'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미슈파트'는 '법'이라는 의미이며, '위엄'으로 번역된 '스에트'는 높은 권위와 힘의 우위를 뜻한다. 갈대아인들은 자기중심적 태도를 견지하였다. 갈대아인들은 자신들을 기준으로 법을 세우고 정의를 결정하였다. 법과 정의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규약인데, 갈대아인들은 자신들의 법과 정의를 내세워 약소국을 침략하고 다스리는 기준으로 삼았다. 갈대아인들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높은 권력을 차지하였으며, 모든 나라들은 갈대아인들의 통치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지나친 자만심과 자기 확신은 결국 멸망으로 인도할 것이다. 때문에 "제 힘이 곧 하나님이라고 여기는 이 죄인들도 마침내 바람처럼 사라져서 없어질 것이다"(새번역).

그물에 절하는 자들(1:12~17)

하박국은 옛적부터 계신 거룩하신 여호와 하나님께서 어떻게 자기의 힘을 자기의 신으로 삼는 불경건한 갈대아인들을 심판자로 세우셨는지를 질문한다(12절). 하박국은 하나님을 '반석'으로 부르고 있다. 반석은 도움과 피난처가 되시는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기대하는 호칭이지만 반석이신 하나님은 오히려 갈대아인을 세워 유다 백성을 궁지로 몰아넣고 계신다. 하박국은 눈이 순결하여 악과 패역을 용납하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악한 자들을 방관하시며 "악인이 자기보다 의로운 사람을 삼키는데도" 침묵하시는지도 물었다(13절). 의인을 삼키는 악인은 무엇이든지 삼키는 갈대아인들의 탐욕을 가리킨다. 유다 가운데도 죄악이 심각하지만 제국을 확장하기 위해서 벌인 갈대아인들의 전쟁 범죄에 비할 수는 없다.

하박국은 갈대아인들에 의해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바다의 물고기나 기어 다니는 생물들에 비유한다(14절).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에 따라 만들어져 다른 피조물보다 뛰어난 지위를 부여받았지만(창 1:17), 갈대아인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렸다. 유다 백성들은 물고기처럼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낚시에 낚이거나 그물과 투망에 걸려 끌어 올려졌다. 여기에 등장하는 어망은 홀로 던져 고기를 잡는 투망과 여러 어부가 반원을 지어 함께 고기를 잡는 그물이다. 그물의 모양이나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다르지만, 이 둘은 바벨론의 강력한 군사력과 전투력, 그리고 무기들을 상징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하박국은 바벨론 사람들이 언제까지 그물을 털어내는 것에 침묵하실 것인지 질문하였다(17절). 그물을 털어내는 것은 침략과 약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박국은 자신의 군사력을 의지하고 또 힘과 권력을 숭배하는 바벨론 사람들이 약소국을 약탈하도록 놔두는 것이 옳으냐고 질문하였다.

갈대아인들은 침략과 약탈의 수단인 그물에 제사하며 투망 앞에 분향했다(16절). 그들은 그물과 투망 덕분에 전쟁에서 승리하고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는 자신의 힘만을 의지하고 그 힘을 자신들의 삶의 원천으로 여기는 갈대아인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제사'(자바흐)는 희생 제사를 뜻하고, '분향'(카타르)은 향을 태우거나 희생 제물을 태워 연기를 올리는 제사이다. 이들 제사는 신에게 예물을 바치는 종교적 행위이다. 갈대아인들은 자기들의 힘을 신으로 삼았듯이(11절) 물고기를 잡거나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그물과 투망에 예물을 바치고 신으로 경배하였다. 갈대아인들은 인간을 존중하는 대신 인간의 생명을 빼앗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도구를 숭배하는 물질주의자들이었다. 이들의 모습은 삶의 수단을 목적으로 하여 신격화하고 이를 통해 이웃을 약탈하려는 현대의 물질주의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윤동녕 교수 / 서울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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