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위기는 무엇으로 살게 하는가? (하박국 3:1~19)

절망과 위기는 무엇으로 살게 하는가? (하박국 3:1~19)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10

윤동녕 교수
2022년 06월 30일(목) 06:35
하박국 3장은 "기도"라는 표제를 지닌 '시문(詩文) 형식의 예언서'이다. 1~2장이 질문과 응답의 방식이었다면, 3장에서는 시와 노래의 형태로 예언이 선포되고 있다. 예언자들은 시적 형태의 예언을 선호하였다. 시문은 간결하고, 상징적이며, 기억하고 전달하기 쉬운 문학 형식이기 때문이다. 하박국은 마치 악기를 들고 노래하는 악사처럼 운율에 맞추어 예언을 선포하였다.



하나님의 현현(3:2~15절)

하박국은 이스라엘의 역사 가운데 임재하셨던 하나님의 모습을 회상한다. 그리고 주의 구원의 역사가 "수년 내에 부흥"하듯이 곧 다시 일어나기를 간구한다(2절). 그는 묵시 가운데서(1:1) 에돔 땅 인근의 "데만"과 "바란산"이 위치한 광야로부터 오시는 하나님을 목격한다(3절). 하나님의 손에는 "광선"이 들려져 있고 거기에서 대낮 같은 "광명"이 뻗어 나왔다(4절). 광선(카르나임)은 직역하면 '뿔들'로서 가지를 치며 뻗어 나오는 번개의 형상을 나타낸다. 하나님은 번개를 든 용사처럼 그의 대적들을 심판하실 것이다. 하나님은 번개뿐 아니라 '역병'과 '불덩이'와 같은 무기도 사용하신다. 역병(데베르)과 불덩이(레셰프)는 고대 근동 문화권에서 전염병을 일으키는 신들의 명칭이지만 구약에서는 하나님의 심판 도구로 사용된다(출 5:3; 9:15 등). 하나님께서는 과거에도 그러하셨듯이 언제든지 그의 백성을 구원하실 채비를 갖추고 계신다.

하박국은 하나님께서 나타나실 때 땅이 흔들리고(6절), 미디안과 구산의 장막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7절). 땅의 흔들림은 지진을 의미할 수 있으며, 산이 흔들리고 무너지는 장면은 산사태를 생각나게 한다. 하나님이 행진하실 때 강이 넘쳤다고 하는 것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강이 넘친 상황을 보여준다(10절). 하나님께 대항하는 바다와 강은 환경적 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님의 창조 원리에 따라 운행되어야 하지만 이를 따르고 있지 않다. 하박국은 고대 근동의 신화적 틀을 빌려와 하늘과 땅의 혼돈과 무질서와 싸워 승리하여 이 땅에 질서를 회복하시는 하나님을 소개하며 소망을 잃고 절망 가운데 있는 청중들에게 하나님의 구원을 선포하였다.

하나님의 현현 사건에서 자연 만물은 하나님 앞에 신실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하나님께 대적하는 군대와 왕들이 마땅히 하나님께 굴복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하나님은 이러한 재해의 원인을 단순히 자연에 돌리고 있지 않다. 하나님께서는 "악인의 집의 머리를 치시며 그 기초를 바닥까지 드러내셨나이다"라고 하며 재해의 원인을 '머리'들에게 돌리고 있다(13절). 머리(로쉬)는 지도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가난한 자 삼키기"를 즐거워했으며(14절), 가난한 농민들이 당한 경제적 위기를 악용하였다. 그들은 농민들의 외양간에서 소와 양을 빼앗아 갔으며, 산과 들의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와 감람나무의 소출을 거두어 갔으며, 밭에는 먹을 것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수탈하였다.



고난 속에서 빛나는 믿음(3:16~19)

하박국 3장의 신 현현 이야기는 환경파괴와 이에 따른 인간의 고통을 묘사하는 문학적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하나님을 거부하는 바다와 강, 그리고 산들과 땅은 단순히 신화적 세계의 상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산들은 바벨론과 같은 강대국에 의해 침탈당해 벌거숭이가 되었고, 거듭되는 자연재해로 말미암아 소출을 제대로 걷을 수 없었다. 바벨론에 의해 지속되는 침략 전쟁으로 말미암아 땅이 황폐해지고, 농지를 잃은 농민들은 이곳저곳으로 유랑하였다. 그들의 외양간은 비었고, 무화과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포도나무와 감람나무는 잎만 무성할 뿐이었다(17절).

이러한 위기 상황 가운데 하박국은 확신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더 이상 예루살렘과 유다 백성의 죄악을 지적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들에게 하나님의 보호와 동행, 그리고 미래에 주어질 축복에 대한 약속을 선포한다. 하나님께서는 "기름 부음 받은 자"인 "주의 백성을 구원하시려고" 오실 것이다(13절). 과거에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언약을 맺으신 하나님께서 이제 데만과 바란산을 거쳐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러 오시며, 낙망하여 좌절한 이스라엘 백성을 사슴같이 뛰게 하실 것이다(18절). 이러한 구원의 메시지는 하박국 당시의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구원의 하나님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위기 가운데 고통당하는 오늘의 우리의 발을 가볍게 하여 높은 곳을 뛰어다니게 하신다. 하박국 3장은 부도, 실직, 감봉, 낙방 등으로 고난당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선포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삶의 근원은 경제나 정치가 아니라 오직 구원의 하나님이여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윤동녕 교수 / 서울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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