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주의적 신앙에 대한 경고(스바냐 1:1~6)

혼합주의적 신앙에 대한 경고(스바냐 1:1~6)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11

윤동녕 교수
2022년 07월 07일(목) 07:25
예언자 스바냐는 종교개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표제(1절)에 따르면 종교개혁을 열심히 하였던 히스기야 왕이 그의 선조였으며, 종교개혁을 주도했던 요시야 왕이 당대의 통치자였다. 스바냐의 예언에도 종교개혁과 관련된 내용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는 1장에서 혼합주의적 종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를 단순히 종교적 문제로만 보지 않고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문제와 긴밀히 결합된 것으로 보았다. 스바냐는 1장 2~6절의 전반부에서 온 세상을 향한 심판을 선언하고(2~3절), 후반부에서 혼합주의적 신앙과 종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4~6절).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2~3절)

스바냐의 예언은 "내가 땅 위에서 모든 것을 진멸하리라"라는 하나님의 심판선언으로 시작한다. "진멸하리라"로 번역된 히브리어 동사 '아사프'는 '모으다'라는 뜻인데, '파괴하다', 혹은 '없애다'라는 뜻으로도 자주 사용된다. 스바냐는 2절에서 동사 '아사프'를 부정사 형태와 중첩해 사용함으로써(오세프 아세프) 파괴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3절에는 '멸망하다'를 뜻하는 '수프'의 미완료형 '아세프'(내가 멸망시킬 것이다)를 두 번 사용하는데, 이처럼 비슷한 음들을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철저한 하나님의 심판을 강조하고 있다.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은 하나님의 절대주권 선언이다. 이 심판은 일정한 지역이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3절에 언급된 심판 대상들은 '사람과 짐승', '공중의 새와 바다의 고기'이다. 심판의 대상에는 사람뿐 아니라 자연계도 포함된다. 왜냐하면 인간의 범죄로 인해 자연 세계도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동식물이 직접 범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숭배 대상으로서 사용되거나 우상의 제물로 사용됨으로서 간접적인 범죄에 동참한다. 이처럼 자연은 때로 인간을 "거치게 하는 것"(마크셸라)이 되기도 한다. "거치게 하는 것"은 원래 '넘어뜨리다'(카샬)라는 동사에서 파생되었는데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우상이 되는 것은 자연 본연의 죄악 때문이 아닌 인간의 죄악성 때문이다. 따라서 거치게 되는 것은 인간의 욕망과 죄악이지 결코 피조물이 아니다.

혼합주의자들에 대한 심판선언(4~6절)

4~6절에는 심판의 구체적 대상이 기술되어 있다. 그들은 유다와 예루살렘에 거하는 사람들로서 첫째, 바알, 둘째, 그마림 제사장들, 셋째, 일월성신을 경배하는 자, 넷째, 말감을 섬기는 자, 다섯째, 여호와를 배반한 자, 여섯째, 여호와를 찾지도 구하지 않는 자이다. 바알은 히브리어 본문에 따르면 '바알의 남아 있는 것'(스아르 하바알)으로서 바알 숭배의 잔재 혹은 자취이다. 이는 바알을 숭배하기 위한 산당이나 바알 숭배자들이 일소되지 않고 남았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바알 종교를 유지하는 바알의 제사장 '그마림'과 하나님과 바알을 겸하여 섬기는 제사장들 그리고 산당들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바알의 남아 있는 것은 단순히 이와 같은 종교적 잔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바알 종교가 미친 문화, 예술, 관습과 같은 사회 경제적 영향력이나 정치 외교적 영향력도 제거되어야 할 것이다.

'하늘의 뭇별'(체바 하샤마임/ 하늘의 주, 6절)은 해, 달, 별들을 지칭한다. 가나안 문화에서 이들은 늘 신들로 여겨졌으며 하늘의 뭇별을 숭배하는 행위가 므낫세와 그의 추종자들이 장악한 유대 문화에 만연하였다(왕하 21:1~7). 예레미야는 '하늘의 여신'을 섬기는 사람들에게도 심판을 선언했는데(렘 7:18; 44:15~25), 하늘의 뭇별을 숭배하던 현상 중 하나이다. 하늘의 뭇별들은 앗수르 종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유대에 혼합주의가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앗수르가 당시 유대에 미친 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요시야는 종교개혁 당시 이러한 행위들을 금지하였다(왕하 23:4~5). 하지만 이들 관습은 일반 대중들의 종교에 이미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은 여호와를 섬기면서 동시에 다른 신들의 이름으로 맹세하였다(5절). 그들이 맹세한 이방 신의 이름 '말감'은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히브리어 '말캄'은 '그들의 신'으로도 번역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말감'은 암몬의 신 밀곰 뿐 아니라 바알이나 몰렉 같은 다른 이방 신들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분명한 해석은 오히려 당시 유다의 혼란한 종교적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유다 백성들은 "여호와를 배반하고 따르지 아니한 자들"(6절)이었고 하나님을 찾지도 구하지도 않았다. '찾다'(바케쉬)와 '구하다'(다라쉬)는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기도하거나 신탁을 청하는 것이다. 이들은 하나님께 뜻을 묻고 구하지 않았다. 대신 풍요한 생활을 위해 우상에게 구하였으며, 미래의 운명을 알아보기 위해 일월성신에 뜻을 물었다. 이처럼 하나님께 무관심하고 자연신과 세속에 관심을 돌렸던 유다 백성들의 죄악은 혼합주의적 신앙에 빠져 물신숭배와 자본주의와 결탁한 오늘의 무심한 신앙인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윤동녕 교수 / 서울장신대학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