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형제로서의 에돔(오바댜서 1~21절)

원수와 형제로서의 에돔(오바댜서 1~21절)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16

윤동녕 교수
2022년 08월 17일(수) 17:04
오바댜서는 예언서뿐 아니라 구약 전체에서 가장 짧은 책으로서 에돔의 심판과 이스라엘의 회복을 다루고 있다. 창세기에 따르면 에돔과 이스라엘은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에서와 야곱의 후손이다(창 25:19~34). 하지만 역사적으로 에돔과 이스라엘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friend)와 적을 뜻하는 '에니미'(enemy)를 합성한 '프레니미'(frenemy)로 이 둘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는데, 오바댜서가 적의와 호의가 혼재된 이 애증의 관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원수로서의 에돔

오바댜서는 에돔이 교만(자돈) 때문에 멸망할 것이라고 선언한다(2~4절). 에돔은 "바위틈"과 "높은 곳"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에서의 산은 약탈당할 것이고 에돔은 멸망할 것이다(5~7절). 그들이 의지하고 있던 "지혜 있는 자"(8절)와 "용사들"(9절)은 멸망의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오바댜서는 에돔이 형제 야곱에게 행한 죄악을 "포학"(하마스, 10절)으로 요약하고 있다. 포학은 불법, 폭력, 부정의, 살육과 같은 죄악을 말한다. 11~14절에는 '날'(욤)이라는 단어가 열 번 반복되고 있다. "멀리 섰던 날"(11절), "제비 뽑던 날"(11절), "형제의 날"(12절), "재앙의 날"(12절), "패망하는 날"(12절), "고난의 날"(12, 14절), "환난을 당하는 날(13절, 3회)". 오바댜는 이처럼 '날'이라는 단어를 반복하여 사용하며, 이스라엘이 당하는 고통과 환난의 날을 강조하고 있다. 오바댜는 '하지 말라'는 부정 명령어를 사용해 에돔이 해서는 안 되었을 여덟 가지 행동들을 나열하고 있다. 에돔은 재앙의 날 방관해서는 안 되었으며, 기뻐해서 안 되었으며, 웃지 않았어야 하며, 성안에 들어가서는 안 되었으며, 고난을 방관해서는 안 되었으며, 재산에 손대어서는 안 되었으며, 도망길을 방해해서 안 되었었으며, 살아남은 사람들을 적의 손에 넘겨주지 말아야 했다.

에돔이 비난당한 이유는 단순히 유다와 예루살렘의 멸망에 동조하거나 관망해서만은 아니다. 에돔은 유다가 멸망할 때 유다 남부 성읍을 약탈하고 그 땅을 차지하였다. 당시 예루살렘은 바벨론에 의해 포위당하여 있고, 지도자들은 유배되어 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에돔을 비롯한 이방 나라의 약탈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에돔은 유다를 자기들의 소유로 만들고, 그 땅의 주민들을 추방하고, 목초지를 약탈하였다(겔 36:5).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유다의 백성들이 돌아올 때 에돔에게 빼앗긴 땅을 회복시키실 뿐 아니라 에돔의 땅까지도 차지하게 하실 것이라고 약속하셨다. 오바댜서 19~21절은 이러한 사실을 적시(摘示)하고 있다. 이 구절은 이스라엘이 잃었던 땅을 되찾게 될 것을 예언한 구원 신탁이다. 이 본문은 귀환 백성들이 회복해야 할 땅, 땅의 분배, 그리고 에돔 땅에 대한 지배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형제로서의 에돔

오바댜서는 에돔을 유다의 원수와 주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시종일관 형제로 부르고 있다. 에돔의 죄악을 고발할 때도 "네 형제 야곱"(10절), 혹은 "형제"(12절)라고 부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야곱"(10절) 혹은 "야곱 족속"(17, 18절)이며, 에돔은 "에서"(6, 8, 9, 19, 21절), 혹은 "에서 족속"(18절)이다. 에서라는 이름은 예언서 중 오직 오바댜서와 예레미야서(49:8), 그리고 말라기(1:2, 3)에만 등장한다. 특별히 오바댜서는 에돔을 "에서의 산"(8, 9, 19, 21절)으로 부르고 있다. 에서의 산은 세일 산을 지칭한다. 세일 산은 에서의 후손이 호리 족속을 쫓아내고 차지한 땅이다(신 2:12, 22). 이처럼 오바댜서는 에돔을 에서나 형제라고 거듭 부르면서 에돔과의 혈연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만일 에돔을 단순히 원수나 대적으로만 여겼다면 혈연관계를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바댜서는 '형제', '에서', 그리고 '세일 산'이라는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에돔과의 오랜 역사적 관계를 회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형제 관계로 인해 적대적 관계가 해소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내비치고 있다. 오바댜서 21절에 포로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에서의 산을 심판하기(샤파트) 위해 시온산에 오르리라고 하였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세일 산을 회복하실 때, 에돔과 한 형제로서 그 나라를 통치할 것(샤파트)을 암시한다. 그때 세일 산은 더 이상 이방 나라로 불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나라는 하나님의 나라의 일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동녕 교수 / 서울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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