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 아니라 이웃"

"난민이 아니라 이웃"

총회 재난봉사단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상>한국의 평신도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만나다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23년 02월 08일(수) 07:48
우크라이나 여성들 앞에서 축복의 노래를 부르는 양동제일교회 방문단.
방문단이 우크라이나 여성들과 포옹하고 있다.
감리교 난민센터에서 한자리에 모인 방문단과 참석자들.
총회 재난봉사단의 첫 해외 봉사가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8일까지 체코에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양동제일교회 평신도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이번 사역을 동행 취재한 본보는 2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재난봉사단의 첫 해외 봉사가 서부지역 거점교회인 목포노회 양동제일교회(곽군용 목사 시무) 교인 16명의 참가한 가운데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8일까지 체코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외에도 총회 사회봉사부 오상열 총무와 양동제일교회 부목사 2인, 전도사 1인이 함께했으며, 체코에서 사역하는 이종실 선교사와 이강영·이혜원 선교사가 현지 지원을 맡았다. 이번 방문은 총회 재난봉사단의 첫 해외 사역인 동시에 양동제일교회의 첫 해외 봉사였다. 참가자는 장년 12명, 청년 4명으로, 자원해 100만 원의 경비를 부담하고 이번 봉사에 동행했다.

방문단 청년과 사진을 찍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
이들은 목포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해 인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독일 뮌헨까지 13시간 30분을 비행했다. 그리고 체코 프라하까지 다시 1시간, 대기시간을 포함하면 약 24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다.

숙소인 프라하시 가운데의 체코인호텔은 전쟁 직후 호텔을 개방해 30여 명의 난민을 수용했던 곳이었다. 교회는 물론이고 많은 시설과 가정들이 난민에게 숙소와 편의시설을 제공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며 정부와 민간 지원은 점차 감소하고 있었다. 이 호텔도 지금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지 않았다.

방문단이 우크라이나어로 국가를 부르자 눈물을 닦는 여성.
현재 체코에는 43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전쟁을 피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수 대비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수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비자를 제공하며 일자리 연결과 의료 및 교육에 힘쓰고 있지만, 열악한 생활 환경과 적은 임금 때문에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정말 한국에서 왔나요?

봉사단은 둘째날 오후 프라하꼬빌리시교회에서 인근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여성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오는 24일이면 전쟁이 시작된지 1년, 이제 이들은 난민이라기보다 체코에서 새로운 삶은 준비하는 이주민에 가까웠다. 방문단도 난민이 아닌 선교지에서 만난 이웃으로 이들에게 다가섰다.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 여성들과 만남을 갖기 위해 방문한다고 했을 때, 현지 사역자들은 체코의 한인교회 교인들이 방문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짧은 만남을 위해 왜 그 먼 곳에서 왔다고?' 감리교난민센터와 레라또비체교회에서 방문단을 소개한 이강영 선교사는 "한국교회는 전쟁을 경험한 교회"라고 강조했다. 언어와 모습은 다르지만 누구보다 이들의 아픔을 잘 알기에 찾아왔다는 것이다.

#언어 장벽 높지 않았다

높아 보이던 언어의 장벽은 스마트폰 번역기 어플리케이션으로 쉽게 무너졌다. 한국어를 우크라이나어로 통역하기 위해선 체코어나 영어를 거쳐야 했다. 체코어나 영어를 쓸 수 있는 우크라이나 여성이 간간이 통역을 맡았지만, 막상 현장에선 통역보다 스마트폰 번역기가 더 많이 활용됐다. 어떤 문장이 주로 번역됐을까? 대화는 먼저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몇 살이세요?"로 시작됐다. 이어 "예뻐요", "젊어 보여요" 등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짧은 시간이기에 "힘내세요", "한국에 돌아가서도 기도할께요" 같은 인사도 나눴다. 방문단 중 청년들은 엄마를 따라온 아이들과 쉽게 가까워졌다. 조금 편해지니 비슷한 연배의 여성 방문단이 "안아드리고 싶다"고 제안했다. "너무 오랜만에 누군가를 안는다"는 한 우크라이나 여성의 고백처럼, 그들은 낯선 동양인의 포옹에서 위로를 얻었다.

#우크라이나인 울린 우크라이나 국가

잠시 후 방문단이 연습해 간 우크라이나 국가를 우크라이나어로 부르자 애써 숨겼던 눈물이 흐른다. 국가를 부르는 우크라이나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우크라이나 국가엔 한국처럼 여러 강대국의 침략을 견뎌낸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유도 영광도 사라지지 않으리라. 형제들이여, 운명은 그대들에게 미소짓고 있도다. 우리의 적들은 아침 태양의 이슬처럼 사라지리라, 그리고 우리는 형제의 땅에 자유롭게 살게 되리라. 우리의 자유를 위하여 우리의 몸과 영혼을 희생하자, 그리고 우리는 카자크의 피를 이어받은 형제임을 보여주리라.'

헤어질 때가 되자 이들은 방문단의 기도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도해 주고 싶다고 말하면 함께 눈을 감고 기도했고,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헤어지는 것처럼 아쉬워했다.

둘째날과 셋째날 방문에선 한식을 함께 먹는 시간도 마련됐다. 방문단은 프라하벧엘교회의 시설을 빌려 불고기와 잡채를 요리해 우크라이나 여성과 아이들에게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여성들도 주식인 빵을 사용한 요리로 방문단을 대접했다.

#여전한 불안감

전쟁이 계속되며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징집 연령이 16세로 낮아졌다. 체코에서 만난 여성의 가족들은 아직 전쟁 중이다. 전쟁에 승리하고 가족을 만날 수 있을지, 계속되는 이곳의 삶에 자신과 자녀가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렵다. 러시아가 대규모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 동안 유럽 선교사들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과 선교지 재건을 위한 특별위원회'와 지원 방향을 모색해 온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향후 더 많은 평신도들이 우크라이나인의 이웃으로 만남을 갖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다음편에선 지난 1년 동안 이뤄진 한국교회와 현지 교회의 협력, 달라진 현지 교회의 사역 모습과 앞으로의 활동 방향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차유진 기자
분리가 아니라 하나됨입니다    총회 재난봉사단 체코 거주 우크라이나인 지원 <하>한국교회, 체코교회 난민사역에 활력 제공했다    |  2023.02.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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