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이 간 튀르키예...좌충우돌 구호활동

대책없이 간 튀르키예...좌충우돌 구호활동

[ 독자투고 ] 튀르키예 지진피해 지역서 봉사활동 펼친 김바름 전도사 체험기

김바름 전도사
2023년 03월 15일(수) 16:27
나는 구민교회의 전도사다. 올해 신대원을 졸업하고, 목사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뉴스를 보았었지만, 삶 속에 많고 많은 뉴스 중 하나로 기억 속에서 금방 사라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려보냈는데 2월 14일 갑자기 튀르키예가 가고 싶어졌다. 무모하게도 나는 어떤 정보도 없이 '일단 가보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이스탄불로 출발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했는데 지진 피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따라서 가장 먼저 믿을 만한 현지인에게 가장 최신화된 정보를 받는 것이 필요했다. 무작정 이스탄불 대학으로 갔다. 약속도 없이 아무 교수나 만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휴교였다. 지진으로 인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것이었다.

그 다음은 한국 영사관으로 갔다. 역시 계획도 없었다. 영사관 또한 '그랜드 바자 데이'라고 27일간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으로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갔다. 그는 이스탄불 지역의 재난지원센터를 소개시켜 주었다. 그곳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가지안테프의 물류창고를 나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검색을 해봐도 전화도, 사진도, 운영정보도 없이 이름만 있는 건물이다. 망설임없이 가지안테프행 비행기를 탔다. '일단 가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물류창고 책임자는 필자에게 지진 진원지로 가는 물자 수송 트럭을 소개시켜 주었고, 함께 진앙지의 중심 누르다기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중심시가지로 들어가자 중기계들이 건물을 치우며 일으키는 흙먼지가 반겨주었다. 그곳에는 튀르키예 군인 십여 명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군인들과 금방 친해졌고 영어를 매우 잘하는 군인에게 요청해 더욱 깊은 진앙중심지로 갈 수 있었다.

진앙지의 중심 중의 중심인 누르다기에 가니 오로지 완파된 건물만 있었다. 중장비들이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어 흙먼지가 많아 코와 입을 답답하게 했다.

그렇게 생존자 캠프에 도착했다. 그곳에도 역시나 십여 명의 군인이 입구를 지켰고, 이곳의 모든 공터는 전부 텐트로 뒤덮여 있었다.

그곳으로 들어가자 동양인이 와서인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서로의 이름을 묻고 대답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얻었다. 그곳에서 캠프 책임자를 만났고 이곳에 가장 필요한 물품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들은 속옷이 부족하다고 했다. 물, 음식, 겉옷, 텐트와 의식주는 많으나 부족한 물품은 여전히 있었다. 나는 속옷을 총 7박스를 구매하고 포장해 돌아왔다.

가져온 박스가 무엇인지 아이들은 전혀 모르고 나도 언어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저 몸짓으로 속옷이라고 하자 배가 찢어질 듯 웃어 제꼈다. 책임자도 즐거워했다. 기뻤다. 순수하게 저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사 온 속옷들은 이곳 물류창고에 있는 수 천 배 많은 박스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당장 필요한 속옷을 가져온 것을 보고 그들이 보여주는 웃음과 기쁨에 '적어도 내가 헛걸음은 하지 않았구나'라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고생과 노력을 보답받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하나 하나 박스를 나누어주고 가려고 했는데 그들이 놀란 것이 있었다. 딱히 내가 물품 전달하는 사진에 미련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구호활동에서 가장 민감해하고 어색해한 것이 사진을 찍고 그것을 훈장처럼 삼는 일이다. 타인의 고통을 나의 삶을 아름답게 꾸며줄 에피소드의 소재 하나로 쓰는 것이 스스로에게 부끄러웠기 때문에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나를 신경 써서 박스와 함께 사진을 찍게 했다. 딱 한 장. 그게 전부다. 더 이상은 부끄러워 차마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그 후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공놀이를 즐겼고 한국의 김민재 선수와 방탄소년단 이야기로 담소를 나눈 후 숙소로 돌아왔다.

가지안테프 누르기다의 캠프에선 자원봉사자를 받지 않는다. 개인구호 자격 자체가 불가능하다. 개인이 다치거나 혹은 돌출행동을 한다면 책임소재를 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에서 "도대체 네가 여기까지 어떻게 올 수 있었던거냐?"며 질문을 했다. 나는 튀르키예어도 모르며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 하나님의 은혜다.

이번 구호활동은 무정보, 무계획 그야말로 '무대뽀'로 갔다. 그러나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물품을 전달했고 그곳에 한국이 받은 튀르키예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김바름 전도사 / 구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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