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무리한 강요 대신 세심한 배려 필요"

"청년, 무리한 강요 대신 세심한 배려 필요"

[ 청년,괜찮습니까? ] 4.최저신앙페이 괜찮습니까

문재진 목사
2023년 05월 04일(목) 09:22
청년들이 많이 아프다. 코로나19로 시작된 팬데믹은 그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파편화시키고 있다. '파편화된 사회, 파편화된 세계'는 연초에 있었던 스위스 다보스 경제포럼의 주요 주제였다. 파편화는 '국가나 개인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온 시스템을 벗어나 각자도생의 상황으로 변화된 것'을 의미한다. 파편사회는 함께하는 것에 대한 심리 불안정,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관계를 고립시킨다.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의 삶의질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도'는 34.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청년세대는 파편사회의 직격탄을 맞았다. 고립된 관계는 청년세대의 연애와 결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것은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 결혼을 해도 출산은 선택 사항이 됐다. 청년이 결혼을 안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53%)이다. 수익은 늘지 않는데 금리인상, 취업불안은 청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고, 하루 지출 '0원'에 도전하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세대가구의 부채비율은 지난 10년 전 3405만 원에서 2.48배 늘어난 8455만 원에 이르고 있다. 청년 가구주 4~5명 중 1명 이상은 연소득 3배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 이로 인해 청년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채무조정 신청자 비율이 28.3%으로 30~40대보다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은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심리적 압박은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장애, 스트레스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현황 분석'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수는 코로나 유행 시기 동안 20대 청년층이 무려 45.2% 증가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고, 우울증 환자의 수도 가장 많았다. 불안장애 환자 수도 2년 간 36.3% 증가해 증가폭이 가장 컸다. 더 심각한 상황은 사회와 단절하고 인터넷도 끊고 지내는 은둔형 청년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은둔 청년들은 승자독식의 초경쟁사회에서 경험하기 쉬운 취업 실패, 대인관계 실패 등 각종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오늘도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이런 청년들이 5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파편사회에서 팍팍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격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소망이다. 위로와 소망을 줄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공동체가 교회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교회에서 활기를 찾고, 교회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신뢰를 주는 교회와 어른이 되어야 한다. 한국교회 기성세대 성도들의 위선, 비윤리적 모습을 보여준 목회자와 지도자, 투명하지 못한 교회 운영과 재정, 비상식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교회 시스템, 소통되지 못하는 의사구조 등이 청년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있다. 미국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라이프웨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교회를 떠난 미국 청년들의 32% 정도만이 교회와 교인들을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며, 41%는 교회와 교인들을 '위선적'이라 평가했다.

둘째, '열정(믿음)페이'를 신앙의 이름으로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무리한 봉사 요구는 청년들에게는 거부하기 힘든 열정페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실시된 한 기독교 언론의 '한국교회 성도들의 교회 인식 조사'가 있다. 해당 조사의 청년 관련 항목을 보면, 청년 성도 10명 중 8명 정도는 '교회 행사 진행에 많이 동원된다(81.8%)'고 답했고 '교회가 청년들에게 헌신을 강요한다(56.2%)'는 응답도 절반을 넘었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학업이나 직장과 같은 다른 의무와 병행해 봉사활동을 수행한다. 무리한 봉사는 급격한 스케줄 변화와 학업, 직장 등 다른 의무와의 충돌로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불안, 우울증 등의 문제를 증가시킬 수 있다. 교회 및 지도자들은 청년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청년들의 능력과 상황을 고려해 봉사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셋째, 청년을 대하는 지도자들의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은 교회의 슈퍼맨이 아니다. 청년들은 주일에 예배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역들을 감당한다. 봉사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세워나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사역이다. 청년들은 봉사와 섬김 이전에 자신들의 삶의 처지나 환경을 주의 깊게 이해하고 존중하고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겸손하면서도 실력을 갖춘 영적 멘토를 만나고 싶어 한다. 삶의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고, 그 과정 가운데 하나님이 주시는 참된 위로를 듣고, 경험하고 싶어한다. 제자들에게 바나바가, 디모데에게 바울이 있었듯이 청년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영적 지도자다. 청년들이 어려움이나 고민이 생길 때, 교회 지도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조언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개별 멘토링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오프라인이 힘들면 온라인 소통 채널을 다양화해도 좋다.

넷째, 청년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해마다 증가하는 1인 가구 중에 청년들의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다. 불안한 시대에 1인 가구로 사는 청년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고립으로 인한 외로움'을 가장 힘들어하고 있다. 그 동안은 교회의 필요를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교회로 '오라'가 아니라 청년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심각한 상황에 놓은 청년들을 세심하게 돌보기 위하여 '청년 마음건강 지원'이란 무료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상처를 회복하고, 세상의 어려움을 새롭게 인식한다. 교회도 청년들의 고민을 세심하게 살피고 나눌 수 있는 상담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가설 때 변화가 일어난다.

다섯째, 직면한 문제를 바로 대면하고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 기간 동안 주식, 코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할 때 이에 편승한 청년들이 많았다. 이로인해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 우리 나라의 주식계좌가 인구보다 많은 것을 보면 교회 청년 뿐 아니라 교회의 장년과 사역자들도 계좌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숨길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성경적 재정관리인지 가르치고 답을 줘야 한다. 또한 교회의 빈 공간을 청년들의 창업과 미래를 위한 준비 공간으로 내어주고, 청년세대에 맞는 좋은 강의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청년세대라고 하여 종교와 교회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청년들은 영적 갈증을 느끼고 해소할 곳을 찾는다. 파편화된 사회에서 개인화 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은 관계를 맺고 연결을 원한다. 교회 성장과 봉사를 위한 청년이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목자 없는 어린 양으로 여겨 주기를 바란다. 청년들은 떠났다 돌아와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 주는 곳, 언제나 따뜻하게 나를 포용해 주는 한결같은 공동체를 원한다. 좋은 교회 공동체는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가 무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 청년들에게 교회와 어른은 그들이 하나님 나라로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사다리 같은 존재여야 한다. 이편에서 저편으로 안전하게 건네주는 나룻배의 사공이 돼야 한다. 그들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내준 귀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문재진 목사 / 푸른빛광성교회·미래교회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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