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료...교회는 봉사자 부족

코로나 종료...교회는 봉사자 부족

[ 뉴스기획 ] 교회 정상화 됐지만 봉사자, 교사 요원 없어 고민
교인들 필요 살펴 적합한 봉사 권해야, 번아웃 없게 세심한 배려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3년 07월 13일(목) 16:42
교회에서 주차 봉사를 하고 있는 교인의 모습.
분반공부를 인도하는 교회학교 교사.
코로나19 상황이 사실상 종료되고 교회도 지난 3년여 갖지 못했던 모임과 프로그램을 재개하면서 모처럼 교회들이 활기를 띄고 있다. 비록 현장예배 참석률은 이전 대비 15% 정도 줄었으나 교회학교들도 다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여러 부서들도 모임을 활발하게 가지면서 그동안 움츠렸던 활동 및 프로그램을 재개하기 위해 교회마다 박차를 가하고 있다.(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지난 1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장예배 참석률은 85.3%로 조사됐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19 때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중단됐었기 때문에 교회 봉사자나 교회학교 교사 인력의 부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으나 이제 갑작스럽게 필요한 상황이 됐는데 교회마다 그 부족한 인원이 채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도입됐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4월 18일부터 전면 해제되어 행사와 집회도 인원 제한없이 개최 가능해졌고, 지난 6월 1일에서야 마스크 전면 해제가 시행됐기 때문에 그동안 코로나19 체제에서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 운영되어 오던 교육부서 교사 인력이나 봉사인력으로는 늘어나는 교회의 프로그램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출석 교인의 감소, 개인주의적 성향 강화 때문에 교회 봉사자도 줄어서 교회에서는 성가대, 교사 등의 봉사자를 모집하고 충원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식당 봉사를 하는 교인들.
# 대형, 중소형 교회 구분 없이 봉사자 인력난



최근 서울시 강동구의 한 대형교회는 창립기념일을 맞아 교인들에게 봉사부서 가입신청서를 돌리며 1인 1부서 봉사를 독려했다. 그 교회 부목사는 "대형교회라고 해서 봉사자가 많을 거라고들 생각하시는데 교인들이 많은 만큼 많은 수의 봉사자가 필요한데 항상 인력난에 허덕인다"며 "이번 창립기념일을 맞이해 식당관리부, 미화조경부, 차량교통부, 장애인부, 농아사역부, 유치학교, 소년학교, 중등학교 등의 부서에 참여해줄 것을 독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소형교회들은 사실 더 심각한 상태다.

경기도 수원의 한 교회는 개척한 지 10년이 됐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교인수가 80여 명에서 50명 정도로 줄어들어 교회의 봉사자가 턱 없이 부족해 교회의 크고 작은 잡무들을 거의 목사 부부가 감당을 하고 있다. 목회자 사례비도 넉넉하지 않아 부교역자조차 쓸 수 없는 상황이라서 목사 부부와 특별히 헌신하는 한 두 교인에게만 일이 집중되어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그 교회 목사는 "성도들도 각자의 생활로 힘들게 사는데 미안해서 매번 봉사를 부탁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아이들이 늘어났을 때도 교육부서를 만들고 싶었지만 교사 자원자가 부족해 만들지 못했고, 인원이 많이 필요한 찬양대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교인들 봉사 집중…'번아웃' 증상



봉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부 헌신된 교인에게 일이 몰려 '번아웃(burnout·정신적, 육체적으로 기력이 소진되어 무기력증, 우울증 따위에 빠지는 현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주)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2~8일 만 19세 이상의 개신교인 중 교회 출석자 1000명을 유효 표본으로 조사 발표한 '개신교인의 교회 봉사 실태와 인식'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교회 봉사로 인해 '번아웃'이 있었다는 응답이 29%에 달했다. '번아웃' 경험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6%는 '번아웃'으로 인해 직장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해 봉사자가 적어지는 상황에서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봉사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 10명 중 6명 "봉사하고 싶다"



이 조사결과에서 긍정적인 것은 교회 봉사를 하지 않는 성도 10명 가운데 6명(59%)은 교회 봉사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는 점. 교회 비봉사자들이 교회 봉사를 하지 않는 이유로 '봉사할 정도로 신앙이 있지 않아서'가 19%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15%)',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7%)', '아무한테도 봉사 활동 권유를 받지 못해서(7%)'로 응답해 교회 봉사에 대해 동기와 자신감을 부여하고, 적극적인 권유와 안내가 있으면 교회 비봉사자들이 봉사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 봉사자들 일꾼으로만 보는 시각 버려야



교회마다 봉사자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지만 최근에는 청년 봉사자들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특히 어렵다는 것이 교회들의 고민이다.

지난해 9월 학원복음화협의회에서 발표한 '대학생 의식과 생활에 관한 조사'에서 교회 출석 대학생들에게 교회 개선 사항에 대해 질문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이 '청년들에게 교회 봉사에 대한 부담을 너무 준다'로 무려 42%에 달했다. 젊은 세대의 경우 교회 봉사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이 기성세대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실제로 이번 '개신교인의 교회 봉사 실태와 인식' 조사에서도 나이가 올라갈수록 봉사를 더 많이 하고 젊을수록 봉사를 하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성도 가운데 19~29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2%인데 동 연령대의 봉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로 성도 구성비보다 2% 낮은데 반해 60세 이상은 전체 성도의 31%의 비중이지만 봉사자 비율은 34%로 높았다.

논문 '청년교회봉사자의 번아웃 경험에 관한 단일사례연구: 기독교 상담적 제안(이귀연, 2022)'에 따르면 "청년교회봉사자의 번아웃을 유발하는 요인은 개인적 차원과 조직(교회)적 차원, 그리고 사회문화적인 차원으로 분류할 수 있었고, 번아웃의 주요 증상은 '개인적 성취감의 감소'-'정서적 탈진'-'비인간화' 순으로 발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는 참여자의 인구통계적, 심리적 특성과 신앙의 본질과 봉사의 동기, 그리고 한국교회의 독특한 성장배경과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 및 청년실업에 관한 사회적 현상과 관련했다"고 분석했다.

프로그램이 많고 교인들의 봉사 부담이 많은 한국교회의 특징과 개인주의적 성향의 밀레니얼 세대 특성 및 청년실업이 만연한 사회적 상황이 번아웃 증상을 가져오는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봉사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 필요



'개신교인의 교회 봉사 실태와 인식' 조사에서는 목회자들이 봉사를 하는 교인들에게 봉사가 영적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너무 지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분석됐다.

설문조사에서 교회 봉사 이유에 관해 물은 결과 '봉사자로 섬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가 36%로 1위, 그 다음이 '나의 신앙을 성장시키기 위해서'가 27%로 2위, '성도로서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사람들과 친교하기 위해', '교회 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성도들이 봉사를 통해 다양한 영적,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하는 점을 읽을 수 있다.

교회 봉사를 줄이거나 안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는 '체력적으로 지쳐서'라는 응답이 30%로 가장 많았고, 그 외에 '시간을 너무 뺏겨서(22%)', '신앙 성장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17%)',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져서(16%)', '정신적으로 지쳐서(11%)'의 순으로 나타나 교회 봉사자들이 체력관리와 적절한 시간 배분으로 지치지 않도록 교회 차원의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봉사를 하면서 오히려 타 교인과 갈등을 겪거나 소위 '은혜가 되지 않는 일들'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해 교역자들의 세심한 관찰과 신앙지도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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