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워진 선글라스

더러워진 선글라스

[ 목양칼럼 ]

김경환 목사
2024년 05월 08일(수) 00:31
필자는 지금 사역하고 있는 교회에 이르기 전까지 여러 교회에서 사역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사역했던 모든 교회들이 다 은혜로운 교회들이었지만 돌아보면 재미있게도 한 가지 특이한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발달장애 교인이 한 사람씩 있었다는 것이다. 여러 명이 아니라 교회당 꼭 한 사람씩 있었다.

그들은 모두 교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하나님의 은혜를 만끽하고 있었지만, 교회 사역에 그리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은 많은 방해를 받았다. 예배 중에 불쑥 앞으로 튀어나오기도 하고, 찬양대 앞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그들이 훼방을 놓을 때마다 교인들은 웃으면서 이를 무마하려 했지만 급격히 식은 예배 분위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교육부에서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그 장애 교인을 만날 때마다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필자가 사역하고 있는 교회에도 한 장애 교우가 있는데 지난 주 그와 관련하여 한 집사님의 고백에 마음이 매우 시렸다.

그 집사님은 세 자녀의 어머니였는데 4살인 막내가 그 장애 교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까 하여 늘 신경 쓰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하루는 그 장애 교인이 입을 벌린 채 특유의 표정으로 하늘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 집사님은 마음 속으로 '또 저러고 있어'라며 불편한 마음을 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4살 아들이 그 장애 교인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 저 형은 지금 하늘에 있는 천사를 보고 있나봐."

그 순간, 늘 편견을 가지고 그 장애 교인을 바라보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웠다고 한다. 사실 이 집사님만 그런 시각으로 보고 있었을까? 아니다. 다른 많은 교인들도 그런 시각으로 보고 있었을 것이다. 이는 목회자인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18장 3절에서 어린 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다. 이는 우리도 어린아이와 같이 어떠한 편견도 없이 하나님 나라를 사모하고, 또 그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목회자는 교회에서 성도와 하나님 나라를 이어주는 제사장과 같은 존재이다. 세상에 살다가 지친 성도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보여주며 희망을 말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사실 목회자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이런 어린 아이의 심령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편견이 가득한 시선으로 장애 교인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보고 예수님은 무엇이라 말씀하실까? 마치 "지금 너의 눈에는 하나님의 나라가 잘 보이고 있느냐?"라고 물으실 것만 같다.

필자는 종종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경주 보문호수에서 뛴다. 한 바퀴 땀 흘리며 뛰고 나면 마음에 있던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느낌이다. 그런데 달리면서 종종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당황스러워하다가 이내 깨닫게 된다. 눈 부신 햇살 속에서 주변을 잘 보기 위해 쓴 선글라스가 흘린 땀으로 인해 어느새 더러워진 까닭이다. 그럴 때면 잠시 멈추어 서서 얼룩진 선글라스를 깨끗이 닦는다. 그러면 깨끗해진 시선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잘 뛸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열심히 사역을 한 것은 좋지만, 어느새 나의 영적인 시각도 세상 때로 인해 더러워졌나 보다. 이럴 때면 다시 멈추어 서서 마음 속에 있는 나의 욕망과 욕심을 말씀과 기도로 깨끗이 씻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면 어린 아이처럼 깨끗해진 마음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주님,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 51:10)"

어린이 주일을 맞이하며 온 교회 성도들의 마음이 다시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회복되기를 기대하며 조용히 주일 말씀을 준비한다.


김경환 목사 / 사방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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