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것, 세상의 것(레 10:1-20)

하나님의 것, 세상의 것(레 10:1-20)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8

김선종 교수
2019년 09월 27일(금) 00:00
제사장으로 세워진 아론과 아론의 아들들이 첫 제사를 드릴 때 하나님이 불로 제단에 임하셔서 하나님의 영광을 백성에게 드러내신다. 이 광경을 목격한 백성은 놀라 소리쳐 반응한다. 그야말로 감동과 환희로 제사가 끝난다. 하지만 곧바로 사람의 연약함이 드러난다. 레위기 9장이 아론이 드린 영광스런 첫 제사를 말한다면, 10장 1~7절에는 아론의 아들 나답과 아비후가 드린 비극의 제사가 나온다. 아론과 아비후가 하나님이 명하지 않으신 다른 불로 제사를 드려, 불이 그들을 삼키게 된다. 9장에서 불이 제물을 삼켰다면, 10장에서는 불이 제사장을 삼킨 것이다. 레위기 8~9장에는 "야웨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했다"라는 표현이 모두 10번 나오는데, 10장 1절은 나답과 아비후가 하나님이 명령하지 않으신 다른 불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성소 밖에서 가져온 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신앙인은 하나님께 예배하면 하나님이 무조건 받으시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사람이 이익을 얻기 위해서 드리는 예배를 받지 않으신다. 가인은 자신이 드린 제물을 하나님이 받지 않으시자, 동생을 들로 데리고 가 처참하게 죽인다. 제사의 결과가 기쁨과 감사와 영광이 아니라, 존속살해로 나타난 것이다(창 4). 제사장 엘리의 아들도 백성들이 제물을 가져오면 하나님께 드리기 전에, 삼지창을 가지고 먼저 제물을 꺼내 먹은 파렴치한 제사를 드렸다(삼상 2).

레위기 10장 8절 이하에는 하나님이 제사장에게 주신 영원한 규정이 소개되어 있다. 이것은 레위기 11~15장에 나오는 정결법의 원리 역할을 한다. 9절은 제사장들이 회막에 들어가 성소 일을 담당할 때 절대로 술을 마시고 회막에 들어가지 말라고 명령한다. 술을 마시고 성소 일을 하면 죽임을 당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제사장들이 거룩한 것과 속된 것, 정하고 부정한 것을 바르게 분별하기 위한 것이다(10). 거룩한 것은 하나님께 속한 것, 속된 것은 세상에 속한 일반적인 것을 뜻한다. 정결한 것은 생명에 도움이 되는 것, 부정한 것은 죽음에 노출시키는 것을 말한다. 맑은 정신으로 성소 봉사를 해야지, 술을 마시면 정신이 혼란해져 하나님의 것과 세상의 것을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성경은 술 마시는 문제에 대해 두 가지 입장을 보여준다. 먼저 음주를 허용하는 본문이 있다. 민수기 6장은 나실 사람이 하나님께 서약한 기간이 아니면 포도주를 마시는 것을 허용한다. 이사야 24장 11절은 포도주를 마음껏 마시는 것을 행복한 삶의 모습으로 그린다. 잠언 31장에서 르무엘 임금은 근심하는 사람에게 포도주를 마시게 해서 기운을 돋게 하라고 한다. 바울도 디모데에게 병을 낫게 하기 위해 포도주를 마셔서 건강을 관리하라고 말한다(딤전 5:23). 하지만 성경은 술을 금기시하기도 한다. 바울은 술 취하지 말라고 말한다(롬 13:13, 엡 5:18). 술 취하면 방탕과 음란과 호색과 다툼과 싸움과 시기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언 23장은 술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한다. 절제할 수 있다면, 술을 절대적으로 금기시해서 이중적인 그리스도인들을 만드는 것보다 어느 정도 자율성을 주는 것이 낫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서 하나님을 바르게 섬길 자신이 없으면, 마시지 말아야 한다. 결국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섬기거나 술을 마시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2절부터는 나답과 아비후의 죽음으로 인해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 소제의 남은 것은 제사장이 먹어야 했고, 화목제물의 남은 것은 제사장의 아들과 딸이 먹을 수 있었다(12:12, 14). 또한 속죄제물을 드리고 남은 것도 제사장들이 먹어야 했다. 그럼으로 속죄제가 완성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론의 아들 엘르아살과 이다말이 속죄제물을 먹지 않고 제단 위에 태운 사건이 벌어진다. 하나님의 말씀을 어긴 것이다. 이것을 본 모세가 조카인 엘르아살과 이다말을 꾸짖는다. 그러자 아론이 모세에게 이유를 설명하면서 변명한다. 나답과 아비후가 제사를 잘못 드려 죽임을 당한 문제로 엘르아살과 이다말이 제물을 먹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지극히 거룩한 제물을 먹을 만한 자격이 자기들에게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모세가 아론의 설명을 듣고 납득하게 된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이 공적인 일을 할 때, 사적인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당시 아론은 두 아들을 잃었고, 엘르아살과 이다말은 형제를 잃은 상태였다. 그것도 제사장 일을 담당하다가 잘못을 범하여 죽임을 당했다. 그들은 이겨내기 힘든 슬픔을 당하여,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 제사장이 감당해야 할 일을 숙지하고 행해야 했는데, 두려움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말아야 할 일로 착각했다. 이것이 매우 냉정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에서 온다. 바람직한 공동체의 지도자는 감정을 철저하게 억제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일을 감당한다.

김선종 교수/호남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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